칠갑산 산행기
산행일시: 2009년12월01 (화)
누구와: 집사람과 둘이서
산행거리: 약 9㎞
산행시간: 4시간45분(10:30~15:15)
산행코스:장곡리(10:30)-장곡사(10:50)-창곡산장갈림3거리(11:40)-칠갑산정상(12:15.561m)-삼형제봉(작은칠갑산13:30,544m)-장곡능선-장곡리주차장(15:15)
오늘은 칠갑산을 가는 날로 새로 산 작은 쏘니 카메라를 가지고 갔다.
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며칠전에 마련한 것인데 칠갑산으로 가기전 한치고개에 있는 칠갑산 노래비를 찍자 카메라가 열리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카메라 밧데리가 방전된 것인데, 새로 산 것이러서 충전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집사람과 함께한 산행이지만 아쉽게도 함께 산행하는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했다.
산림청 선정 명산 100산을 찾으면서 처음에는 100산에 드는 산은 암산에 기기묘묘한 바위나 절묘한 바위가 산재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였다.
이런 저런 산을 다니면서 하나님만이 만들 수 있는 예술의 극치를 느끼곤 했으며 또 때로는 어떻게 이러한 산을 명산 100산으로 선정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아심과 기대치에 따른 실망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서야 산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칠갑산이란 금강 상류인 지천을 굽어보는 일곱장수가 나올 갑(甲)자형의 일곱자리 명당이 있어 칠갑산이라 불렀다는 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칠갑산은 큰 바위나 기암, 앙증맞은 바위 등 이러한 바위도 없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산도 그다지 높지 않은 561m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청양군에서 197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청양의 진산으로 가꾸어 왔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로 조은파 선생이 짓고 주병진이 불러 히트 친 칠갑산이라는 대중가요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세가 수려하고 산행시간이 짧고 길이 넓고 좋아 여자들이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오늘의 칠갑산의 유명세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칠갑산과 궁합을 맞춰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이유의 하나로 매년 4월이면 장승축제가 열리는데 이는 1995년 제1회 장승축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칠갑산을 오르는 초입 장곡사라는 사찰이 있어 1000년의 시간을 초월해 옛 백제의 숨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데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 2채를 거느리고 있는 절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장승공원을 지난다.
갖가지 장승이 저마다의 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보낸다.
일반적으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는 장승은 어디에서 던지 흔하게 볼 수 있으나 이 공원에 있는 장승은 외국의 장승도 있으며 이름도 가지가지로 칠갑산대장군과 같이 너무 사실적이다.
장승공원의 중간을 지나며 콩밭매는 아낙의 조각상이 있으니 왠지 모르게 애절함이 드는 것은 칠갑산이라는 대중가요가 우리에게 주는 선입견 때문은 아닌가 생각된다.
칠갑산에 갔더니 들에도 산에도 마을에도 내 마음속에도 '콩밭 매는 아낙네' 로 시작되는 칠갑산 노래로 가득하다.
거기서 나는 그 노래를 통하여 조운파 작곡가를 알게 되었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와 “옥경” 그리고 “칠갑산”을 작곡하여 무명의 가수였던 하수영과 태진아, 주병선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가 바로 조운파였다.
그는 작곡가며 서정시인으로 우리의 가요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라고 음악계에서 평가받는 사람이다.
이 노래의 노랫말에는 콩밭 매는 한 많은 아낙네와, 홀어머니를 두고 울며 시집가는 어린 딸 두 여인이 등장한다.
아낙네는 여읜 화전민의 아내로 너무나 가난해서 밥이나 굶지 말고 살라고, 어린 딸을 부자 집 민며느리로 보내면서 밭떼기를 받은 어미의 서러운 사연이 어린 노래라고도 한다.
이 구슬픈 노래 가락은 한 많던 우리 겨레의 심금을 울리니,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가요의 하나로 불리게 되었다.
이 노래의 작사, 작곡자인 조운파 씨는 청양(靑陽)이 가까운 부여(夫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객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어느 비 오는 날 완행버스를 타고 이곳을 지나다가 그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그때 가난 속에 살던 아낙네들의 기억을 노래화 한 것이 칠갑산 노래라 한다.
이렇게 쓰인 가사와 곡을 제자인 가수 윤상일에게 줘 취입토록 했으나 별다른 인기가 없이 거의 잊혀져 가던 10여 년 뒤였다.
주병선이 대학 시절에 'MBC대학가요제'에서 '칠갑산'을 불러 금상을 타고 가요계에 데뷔하면서 칠갑산 노래는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당시에 한창 인기였던 ‘주부가요열창’ 에서 장애인 어느 가정주부가 자기의 한(恨)을 호소하는 듯한 이 노래를 눈물로 열창하여 방청객은 물론 심사위원까지 울리면서 국민가요의 하나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중국 조선족들의 정서에도 맞아 교포들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하다가 김정일이 북한에서 자유롭게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한 ‘남한가요 20곡’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 칠갑산의 주 등산로가 시작되는 한치고개도 '恨(원통할 '한')'과 '峙(고개 '치')에서 온 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대치터널 고개를 말하지만 옛 '한치고개'란 칠갑산장과 한치(장승) 일대였다.(성철용님글에서 퍼옴)
장승공원을 벗어나 장곡사의 대문인 일주문에는 칠갑산 장곡사라는 사명은 살아 움직이는 용처럼 하늘로 승천하는 것 같이 힘이 있어 보인다.
주차장에서 1.2km라지만 지루하지 않게 장곡사까지 간다.
늘 그랬듯이 명산에는 이름난 사찰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절에서 돈을 받고 있으니 늘 좋지 않은 기분으로 산행에 임할 때가 종종 있었다.
마음으로는 이곳 장곡사도 보지도 않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나?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문화재 관람료는 받지 않고 있다.
자그마한 장곡사에는 국보2점과 보물5점이 있다하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가 있는 사찰이라는데 장곡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사전에 알지 못하고 갔었기에 윗 대웅전은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사찰입구에서 불문 테입을 팔며 함께 군밤을 파는 아저씨가 공짜라며 알밤 2알을 받아먹고 그냥가기 낯뜨거워 3.000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알밤을 사 먹으며 걷는다.
장곡사를 지나 우측으로 올라서는 능선을 오르는 길에 장곡사 스피커에서 진리의 말씀이 불경 테입에서 흘러 나온다.
"사람이 지나치게 사치를 하거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 거만해지고 지나치게 검소하게 살면 소심해지니 너무 사치하거나 너무 검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의 말씀이니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사찰로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아주 넓고 길이 좋은 편이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로 올라서니 한 달여 만에 산행에 나선 집사람이 힘이 드는지 쳐지기 시작한다.
쉬어가기를 두세번, 장곡산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3거리에 도착을 하니 3거리 봉우리에는 도립공원측에서 산님들의 휴식공간으로 긴의자를 설치했으니 많은 배려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65봉을 우회하여 지나며 좁은 길에서 정상에서 하산하는 2팀을 만났는데 대부분 연세드신 남자들과 여자들이었는데 산세가 험하지 않고 육산으로 험하지 않으면서 길이 넓고 좋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길지 않은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는 평일임에도 어림잡아 60여명의 많은 산님들이 여기 저기 무리를 지어 점심식사가 한창이다.
정상석을 힘차게 껴안고 얼굴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한다.
정상은 사방을 조망하기에 최적지이나 오늘만큼은 잔뜩 흐린 날씨로 시계가 완전 불량이며 1km떨어져 있는 작은 칠갑산만 그런대로 조망의 범주에 속해있다.
송신탑 주변에 자리를 잡고 집사람이 준비해온 찰밥으로 든든한 요기를 한다.
한동안을 정상에서 쉬고는 작은 칠갑산으로 불리는 3형제봉으로 이동을 한다.
정상보다 17m 낮은 3형제봉을 오르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며 마지막 봉우리에는 정상처럼 헬리포터가 있다.
준비한 과일을 먹으며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장곡로로 하산을 시작한다.
삼형제봉에서 장곡리로 내려서는 능선 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사찰로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적고 등산로도 원시에 가까울 정도로 가꾸지 않았다.
오른쪽 계곡은 이내골이라 하는데 계곡의 구비가 아흔아홉 구비를 돌고 돌며 흐른다하니 계곡의 깊이도 짐작할 만하다.
4km의긴 능선은 지쳐 가는 우리를 속이고 속는다.
한 봉우리만 넘으면 주차장으로 내려설 것 같으나 넘고 보면 또 다른 봉우리가 앞길을 막고 있다.
속고 또 속으며 마지막 봉우리에서 급경사 계단길을 300여m 내려서니 주차장으로 칠갑산 원점회귀 산행의 종지부를 찍는다.
이번 산행은 계절적으로 칠갑산의 참 맛을 느끼기는 어정쩡한 것 같다.
여름이었으면 우거진 녹음과 장쾌하게 이어진 능선을, 가을이었다면 온산을 뒤덮을 단풍을, 한겨울이었다면 백설이 만건곤하였을 것을 그러나 초겨울이었으므로 눈도 녹음도 단풍도 없는 앙상한 가지들만 보고 가니 아쉬움이 남으며 그래서 다음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는지 모르겠다.
(이 산행기에 올린 사진은 산꾼님과 박용우님사진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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