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 산행이야기
천혜의 명소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다
산행일시:2007년5월24일
산행거리: 약 12km
산행시간: 7시간20분
누구와: 고딩친구 권혁대, 김현제, 황현복, 송상범 그리고 나
주요산행처:이화령(548m,06:10)-조령샘(870m,07:10)-조령산 정상(1.017m, 07:40)-신선암봉(937m, 09:00)-깃대봉(812.5m, 11:40)-조령관(12:40)-고사리주차장(13:30)
◈ 프롤로그
고등학교 친구모임 까페에서 모처럼 산행을 하기로 하여 며칠 전부터 까페에 공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친구가 몇 명 없다.
서울에서 현제와 동룡이 혁대 그리고 나, 여주에서 병갑이 상범이 현복이 총 7명이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얼마 전 평호가 용문산으로 초빙을 하여 모임을 가지며 용문산 산행을 했던 터이고 그게 아니라 해도 친구들 간에는 어떠한 일로라도 만난다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현제가 떠맡겨 얼떨결에 산행대장이 되어 산을 선택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고 얼마만큼의 친구들이 참여할지 모르고 여러 가지 비용이나 일정에 대해서도 신경이 몹시 쓰였다.
그래도 산을 갔다 와서 좋은 산 갔다 왔다는 소리는 들어야 하겠기에 백두대간 상에서도 산세 좋기로 몇 번째 안에 드는 조령산을 계획하고 다른 사람들이 게시한 산행기나 사진, 산행지도를 보며 오차를 가급적 줄이려고 공부를 한다.
산행 전 날, 산행을 함께하기로 했던 동룡이와 병갑이가 산에 못 간다는 통보를 하니 난감한 입장으로 그러지 않아도 인원이 적은데 2명이 빠지면 5명이 산행을 해야 했다.
병갑이는 서울에 지인이 상을 당해서 상가집을 가야 한다는 것이고, 동룡이는 일기예보에 의한 비가 엄청나게 폭풍을 동반하여 온다는 것이어서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있고 멀리까지 위험한 산행을 강행하기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사 평양감사도 본인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어찌하겠나.....
내가 생각해봐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현제와 몇 차례 유선으로 협의한 결과 현제의 의견도 우중산행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배제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산행일정을 전격 포기하기로 했다.
혁대에게 사실을 통보하자 펄쩍 뛴다.
사내놈들이 한번 약속했으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실행에 옮겨야지 비가 온다고 계획을 취소시켜서야 되겠냐고 강하게 반발하니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혁대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아무리 천둥번개가 쳐도, 다른 친구들이 포기한다 해도 너는 나와 함께 우중산행을 해야 한다고 일침하자 꼬리를 내릴 줄 알았던 혁대의 반응이 의외다.
마음에 꼭 들었단다.
에그 이 옹고집...
사람이 살아가면서 때로는 분위기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상대에 따라 자기를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데 혁대는 성품이 너무 곧고 직설적이기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자기에 대한 욕심은 없고 직원이나 지권의 가족들을 위한 회사운영이지 뭐하나 제대로 가진 게 없질 않나?
그래도 가슴은 따뜻하고 마음이 부자이니 그거 하나는 좋지만.............
그래도 너무 멋있는 친구야
불의에 보고 참지 못하고 성냄을 참을 줄 아는 친구, 아마도 우리 친구 중에 제일 멋진 친구일거야 술만 조금 적게 마신다면....
혁대의 강경한 태도에 꼬리를 내리고 다시 현제와 협의한 결과 자신이 없지만 산 입구까지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다음날 산행을 강행하기로 최종 결정을 한다.
◈이화령에서
3시에 현제를 만나고 하남으로 이동하여 혁대와 만난 뒤 여주로 이동하여 가남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던 상범이와 현복이가 없어 긴급히 연락을 취해보니 여주 세종휴게소에 있단다.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뻗치지만 어찌하겠나.
어제 그렇게 지방도로를 타고 가남휴게소 근처에 세우고 가남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귀담아 듣지 않고 이런 일을 만들다니 ㅉㅉㅉ
<화이팅을 외치며 이화령 입석에서>
그런데 이 상황을 나중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는데 나는 산을 다니며 이른 새벽 산을 오르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친구들은 이런 상황은 처음일 수도 있다.
현제같은 경우 3시에 만난다면 잠을 자지 않은 상태이고, 하남의 혁대나 여주에서 가는 혁복이, 상범이, 현복이도 새벽 4시에 산을 가기위해 집을 나서는 일이 있었겠나? 싶은 게 나만의 생각으로 산행일정을 잡고, 친구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으니......
신경질을 가라앉히며 여명이 깃든 고속도로의 새벽에서 깨우며 달리다 보니 연풍에 도착한다. 이화령 가는 길을 알고 있지만 어둑어둑한 거리를 더듬어 가까스로 이화령길로 진입하여 이화령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 아무도 없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하여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고 산행을 하다가 큰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또한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복잡한 머릿속에서도 아침식사 준비로 라면을 끓여 먹고 6시10분이되어 경상북도 경계비 앞에 포즈를 취하며 무사산행을 빌며 좁은 대간길로 접어든다.
◈조령산 정상으로 가는 길
막 아침을 먹은 뒤라 몸이 무거워서인지 친구들 모두 발걸음이 가볍지 못한 상태에서 상범이가 선두에 서서 대원을 이끈다.
걱정했던 비는 내리지 않지만 산 아래는 아직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머물고 있다.
이름 모를 나무들에서 나는 향긋한 내음을 맡으며 새벽 아무도 밟지 않은 조령산을 걸으며 용솟음치는 하늘과 땅의 기를 받는다.
<조령샘물을 마시고 힘을 내자~~~>
40여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던 조령샘에 한 시간이 되서야 도착을 한다.
그러고 보면 대간꾼들보다 20분이 늦었다는 얘기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1급수의 샘에서 올라오는 순서대로 한 바가지씩 물을 들이키고는 흐르는 땀을 식힌다.
그래 우리 친구들 이 생명수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자 그리고 세속에 지든 고민과 걱정, 번뇌 괴로움 모두 잊어버리자 하늘로 날려 보내자고 마음속으로 외침을 가져본다.
아까부터 배가 아프다던 상범이가 걱정스럽다.
산중에 약국이나 병원이 없으니 이를 어쩌란 말이냐???
그렇지만 모든 세속의 찌꺼기를 날려버리는 조령의 샘물로 효험을 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 일행은 또다시 능선 오름을 시작한다.
울창하기보다는 잘 가꿔져 있는 잣나무 지대를 오르는 일행은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정상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잣나무 숲을 지나 능선으로 >
<정상도 못가 지쳐버린 현제---인상이 팍 쭈구러 졌다>
힘들게 능선에 오르니 헬리포터가 우리를 맞는가하면 이제껏 잘 참아주던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굵은 빗방울이 이따금 하나둘 떨어진다.
넓지 않은 헬기장의 끝에서 끝에 있는 친구들을 간신히 분간해야 하는 짙은 안개가 우리를 방해하니 눈앞에서 우리를 반겨줄 정상이 글짜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조령산 정상에 오르다
짙은 안개와 날리는 빗방울을 맞으며10여분 오르니 아담하게 장식한 조령산 정상석이 우리를 반긴다.
반가운 마음에 정상석을 앉으며 볼을 대고 키스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한다.
<정상에서>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리 일행을 불안으로 몰아넣으니 산중에서 장대비를 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갈 길을 서두르며 정상을 뒤로하고 신선암봉으로 이어지는 내림길로 들어서니 경사가 만만치 않았고 군데군데 굵은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천성이 착한 우리를 위해 비를 거두어 달라는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구하면 얻을 것이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뿌리던 비가 멎으면서 한없이 추락하는 깊은 계곡을 내려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대자연의 신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불과 몇 미터의 거리를 측정하기 힘든 구름속에서의 탈출이다.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구름이 이동을 한다.
<사방이 온통 구름에 덮여있다>
<889봉을 오르며 뒤돌아 본 정상으로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있다>
아래 계곡의 멋진 풍경을 잠시 나타나는가 하더니 어느 순간에 감추어 버리기를 여러 차례 거듭하며 점점 주위가 밝게 변한 것이 걱정했던 비를 멀리 쫓아 낸 것이다.
절골 안부를 지나 한동안 내려온 만큼 올라가는 산의 이치를 깨달으며 889봉의 오름길에 뒤돌아보니 조령산 정상은 아직도 구름에 쌓여 수줍은 처녀처럼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한다.
안부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리고 본격적인 릿지가 시작되는 암릉길로 들어선다.
889m봉의 정상을 넘어 내리막길을 가다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따가운 햇볕이 우리를 마중하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있나 그렇게 걱정했던 폭풍은 저 멀리 사라졌다는 얘기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하다가 앞이 탁 트이고 바위를 수직으로 깎아 내린 절벽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른다.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였다---가던길을 멈추고 휴식을 한다>
이렇게 맑은 날에 천둥번개에 소나기가 어울리기나 할 노릇인가?
이렇듯 아름다운 풍광을 접하고 있으나 혁대의 옹고집만 아니었더라면 방에서 일기예보의 탓을 하며 아까운 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때로는 혁대의 옹고집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망대에서 새재쪽을 보니 새재길 모습이 녹음으로 뚜렷하게 보이질 않지만 1관문인 주흘관과 왕건 촬영지가 자그마하게 보이고 2관문인 조곡관은 숲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다.
<신선암봉 전 위험지대>
<위험지대를 지나며>
다시 힘을 내어 내림과 오름을 하다 보니 위험지대에 도착한다.
오늘 같으면 약간의 물기가 바위에 묻어있어 조심해야 하겠으나 겨울에 눈이 덮인 경우 이곳을 통과하기란 쉽지만 않을 것이며 심장이 약한 사람은 수없는 망설임을 했을 것이다.
손잡을 곳이 없는 곳에 로프가 매여 있어 로프에 의지하여 한 구간을 지나고 로프도 없는 암릉은 자세를 낮춰 지나간다.
이런 암릉을 지나 한 구비 돌아치니 신선암봉이다.
신선암봉!
자그마한 정상석이 이채롭고 밑으로 깎아 세운듯한 수직 절벽의 위용을 드러낸다.
<신선암봉에서의 조망----923봉능선과 깃대봉 뒤로 마역봉과 월악산이 보인다>
신선암봉의 자태에 정신을 빼앗기다 정신을 차리고 가야할 능선을 보니 무명봉과 923봉 그리고 멀리 하얗게 치마바위봉(깃대봉)이 보이는 것이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신선암봉에서 한동안을 내려서 절골 한섬지기 계곡 탈출로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여 계곡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짧지 않은 휴식을 하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이어지는 암릉을 30여분 오름과 내림을 거듭하여 900m봉 전위봉에 도착하였는데 새끼 구렁이 한 마리가 바위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가 뜻하지 않은 불청객의 방문에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친다.
새끼구렁이의 휴식을 방해할 뜻은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방해를 한게 ......
실제로 산을 다니면서 뱀을 많이 만나는데 뱀은 정이가지 않은 동물이다.
그런데 비가 온 후나, 흐린 날이면 뱀은 몸에 기생충을 지거하지 못해 죽는다는 것으로 햇볕이 나면 기생충에 대한 대비를 하느라 몸을 말리기 위해 햇볕이 잘드는 양지바른 곳이나 바위에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바싹 붙어서 산행을 하는 경우 앞사람이 뱀을 밟고 지나가면 뒤에 있는 사람이 뱀에 물린다고 조금 떨어져서 가라고도 하고.....
모 산악회에서는 산행하기 전 이러한 교육을 하며 뱀 물림에 대한 교육을 거르지 않기도 한다.
아마도 오늘 본 새끼구렁이도 비가 조금 내리다가 햇볕이 나니까, 몸을 말리러 나왔다가 우리와 만난 것 같다.
후미가 따라와 함께 900봉에 올라서 사방의 조망이 활짝 트인 최고의 전망대에서 휴식을 갖는다.
<900봉에서의 조망---앞에 부봉과 뒤로 주흘산 능선의 주봉과 영봉>
앞에 주흘산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오고 주흘산의 영봉(1105m)과 주봉인 상봉(1075m)이 희미한 구름 모자를 쓰고 있는 듯 인상적이었으며 그 앞에 부봉이 6봉의 자태를 드러낸 모습이 장관으로 비경이 아닐 수 없다.
가야할 방향으로 마역봉과 옆으로 할미봉, 신선봉이 보이며 뒤쪽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사방의 아름다움을 우리들의 머리에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종착점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길고 긴 암봉코스를 지나 밋밋한 무명봉을 지나며 갑자기 혁대의 빛나는 개코 실력을 발휘하더니 작은 더덕을 찾아내 싱그러운 향기를 지쳐가는 우리에게 불어 넣는다.
그렇게 회생하여 새 힘을 얻은 우리 일행은 깃대봉 안부에 도착한다.
앞서간 상범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소리쳐 부르니 깃대봉으로 오르고 있다.
<깃대봉에서>
상범이 뒤를 이어 깃대봉에 올라 정상주를 나누며 상범이와의 정감있는 시간을 가진다.
정상주 한잔을 나누고 깃대봉에서 내려오니 나머지 친구들은 깃대봉을 오르지 않고 하산 길로 내려서 성곽이 있는 갈림길에서 자리를 잡았다.
가지고 온 술을 한잔씩하며 산행에 대한 얘기며, 친구들에 대한 얘기며 세상 살아가는 얘기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니 이게 참다운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터에서 술 한잔을 마시며 인생을 논하다>
산행을 일찍 서둘렀기에 산행을 마칠 시간임에도 12시가 안되었다.
약40여분 얘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얼마 남지 않은 산행을 마무리 짓기 위해 대간길로 들어서 조금 걷다보니 제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한다.
◈날머리 조령3관문에서 고사리 주차장으로.....
조령 옛길은 명승으로 지정될 만큼 주변의 풍광이 수려하므로 조선시대 묵객들이 자주 찾아 시와 문장을 남겼는데 이언적도 그중 한 명으로 시 한수를 남겼다.
새재에서 아우에게(到鳥嶺寄舍弟)'
멀어지면 질수록 시름이 더한 것은
늦가을 강가의 이별 뜻이 깊어서라
필마로 십 년 세월 떠돌았으니
석 잔 술에 천리 길 미련도 없으련만
낙엽은 쓸쓸히 용추에 떨어지고
먹구름 싸늘히 새재에 걸렸구나
너와 나눈 이별은 더욱 맺혀 아프고
꿈속인 듯 고향 산천 발목을 잡는다'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에게 있어 조령은 가문을 일으켜 세우느냐, 마느냐의 출세 분수령으로 상징되었는데 그들은 과거에 떨어진 후 조령을 넘는 기분을 영조실록에는 '백의(白衣)로 조령(鳥嶺)을 넘어가는 것을 예로부터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과거에 합격한 선비는 관포를 입고 조령을 넘지만 과거에 낙방한 선비는 광목 쪼가리 흰옷을 입고 터덜터덜대며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문경새재의 중요성을 깨달아 조령산성을 쌓았다는 설명에서 왜 진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일을 당하고 난 후에 깨달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나마 나중에라도 깨우쳤다는 것이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제대로만 고친다면 역사는 반복되기에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현복이의 사진 배경이 되어있는 조령관 앞 돌에 쓴 시다
새재에 올라
단풍든 새재를 나귀타고 넘는데
세해지난 베옷에 몸종 하나뿐,
나는새 바라보며 솔바람 맞노라니
내모습 그야말로 그림속....
제3문 조령관 이다.
<조령관을 떠나며>
조령관에서 함께 사진을 몇장 찍고 고사리 주차장으로 향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야 하는데 그 반대로 무겁다.
지친 독립군의 모습으로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우리에게 작은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주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있었기에 무사히 주차장으로 올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택시를 불러 이화령으로 달리며 차창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구름 한 점 없이 개인 조령산을 보며 저렇게 멋지고 높은 산을 친구들과 함께 넘었다는 긍지로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이화령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회수한 후, 연풍 고속도로 교량아래 쌍천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으니 산행 후에 먹는 점심, 라면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필로그
천국이 따로 없다.
성찬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다리 밑에서 기분 좋게 라면을 끓여 뜨거워 쩔쩔매며 먹는 모습을 보면 바로 이게 천국이 아닐까?
63빌딩에서 한강과 빌딩이 어우러진 야간 풍경을 보며 먹는 식사만 성찬이 아니라 김치하지만 친구들과 히히덕거리며 먹는 라면이 바로 성찬이다.
배가 출출하던 차에 라면으로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우리 세상이다.
익동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산행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무사산행 환영식을 열기위해 하남으로 온단다.
끈적거리는 몸으로 승합차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지만 혁대는 아직도 임무가 끝나지 않았으니 하남까지 안전운행을 해야 만 임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은 옛날 말이다
하늘은 우리를 돕는다.
햇볕이 쨍쨍 나있던 하늘이 우리가 라면을 모두 먹고 차에 오르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고속도로를 진입하자 소나기로 변해 사정없이 소나기가 쏟아지데 이러한 소나기는 하남에 도착하고도 계속이다.
익동이와 재회를 하고 그간의 일과 오늘 있었던 얘기들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다함께 당구장으로 향했다.
상범이, 혁대, 현제, 나는 실력이 비슷하고 익동이가 그중 제일 낫다고 한다.
상범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저녁식사 내기 한판이 벌어졌다.
선수는 나와 상범이다.
지는 친구가 저녁과 게임비용을 모두 내야 한다.
상범이가 자주 당구를 쳤기 때문에 나보다 한수 위였지만 상범이 한테는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상범아 저녁 잘 먹었다.
나는 산행 후, 라면을 많이 먹어서 저녁생각이 없었으므로 시키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의 저녁을 준비해준 것이다.
친구들과 더 재미있게 놀고 와야 하는데 현제가 집에 일찍 가야 할 일이 있다기에 훗날에 다시 보기로 하고 친구들과 헤어진다.
차 앞 유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쓸어내리는 브러쉬는 오늘 우리친구들이 웃으며 또 힘들게 넘고 또 넘으며 걸었던 시간들을 과거 속으로 밀어 넣으며 하루의 피로도 빗물과 함께 하염없이 쓸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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