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산행기
산행일시: 2012년01월 11일
누구와: 고원 산악회 46명과 함께
산행거리: 약 12㎞
산행시간: 4시간38분(11:07~15:45)
산행코스:운두령(11:07)-전망대(12:54, 점심30분))-정상(13:48)-갈림길(14:12)-이승복생가터(15:24)-아래3거리(15:45)
임진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도 올해 마수걸이 산행을 아직도 못했는데 지난 5일 통영의 미륵산으로 신년 산행을 잡았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이번 고원산악회와 계방산으로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방산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지인 평창군의 용평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높이로 보면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5번째로 높이가 1,577m가 됩니다.
정맥으로 분류하면 백두대간이 오대산을 지나며 오대산 두로봉에서 한중기 능선을 남서쪽으로 분기하니 이 산줄기는 계방산, 용문산을 지니 양평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하니 우리는 이 산줄기를 한강기맥이라고 부릅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사당에서 몸을 실은 산악회 버스는 만원하고도 2명을 통로에 앉히는 상황속에 밀리는 고속도로로 들어서 한참 후에 강원도 횡성휴게소에 도착했는데 넓고 넓은 휴게소 주차장은 차세우기 힘들 정도로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으니 동해안이나 오대산, 용평스키장 그리고 계방산에서 붐빌 사람들이 상당히 많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속사인터체인지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버스는 속사천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서더니 이내 운두령에 도착하여 우리 일행을 토해냅니다.
운두령(雲頭領)
한문을 직역하면 구름위로 머리를 내민 고개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리 의미를 부여 한다면 대중가요인 추풍령의 가사에서 나오는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쉬어 넘나드는 운두령은 구름의 쉼터일 것입니다.
구름은 예로부터 신선이 타고 다니는 이상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천지를 다스리는 신들이 사는 하늘을 뜻하기도 했으니 신성하기도 하며 그만큼 높은 재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또한 운두령(1089m)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고개 중 함백산 만항재(1330m), 지리산의 정령치(1172m), 지리산의 성삼재(1090m)에 이어 남한에서는 4번째로 높은 고개로 운두령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횡성휴게소에 머물렀던 버스들이 모두 이곳으로 왔는지 운두령 정상을 못 미친 지점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산악회 버스들은 산행객들을 내리고 가면 다른 산악회 버스가 다시 산행객을 내리는 행태가 수없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운두령 일대는 산행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경사진 계단은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앞사람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재래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는 상황으로 운두령은 지쳐 비명을 지르고 쉬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뒤돌아 갈 수도 없는 입장으로 계단을 하나 둘 오르며 앞사람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다 보니 2009년 합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만물상코스 산행 때 고생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산행은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상황으로 옆길을 통해 추월을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빨리 가고 싶어 할 것이니 눈치가 보여 그리할 수 없는 노릇으로 천천히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씨가 포근하여 겨울산행치고는 너무 좋다고 마음을 놓을 즈음 홍천방향에서 불어오는 북풍은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웠으니 모자에 달려있는 귀 가리개를 내리고 등산복에 붙은 모자를 덮어쓰고야 강한 바람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계방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운두령이 높아 정상과 표고차가 488m밖에 나지 않으므로 초보자도 오를 수 있는 산, 산이 크면서도 아담한 산세와 능선을 뒤덮은 주목과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려 설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더더욱 그런 것이 운두령부터 시작하여 정상까지 한 줄로 이어졌으니 낙오라는 단어가 오늘만큼은 의미가 없을 것이며 운두령부터 많이 쌓인 눈은 능선을 올라서 고도를 높이면서 상당한 적설을 보였으며 바람이 몰아 부친 부분은 스틱을 감출 정도로 높게 쌓여 있었으며 맑게 갠 날씨에 물푸레나무 군락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정상의 모습은 눈이 반사되어 눈부실 정도로 찬란하고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깔딱고개를 올라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오르니 첫 번째 헬기장이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식당삼아 자리를 편 것을 보니 점심때가 된 모양입니다.
뒤돌아 본 설경이 매우 아름다웠으며 능선을 타고 뻗어 내린 한강기맥은 우측으로 휘면서 앞을 가로막은 또 하나의 명물인 풍력발전기가 있는 산이 나타났는데 너무나 의외였으며 행여 대관령은 아닌지 여러 차례 방향을 재어보며 눈을 의심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태기산이었는데 보기에 아름다웠고 다른 산에 비해 나뭇가지마다 피는 설화는 최근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인지 여느 산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헬기장을 뒤로하고 조금을 올라가니 1499봉이 기다리고 있었고 1499봉은 여러 사람들을 위해 무거운 전망대를 머리에 이고 있었고 더욱 놀란 것은 계방산을 찾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으며 삼삼오오 그룹을 이뤄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소계방산과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입니다>
< 삼봉약수가 있는 가칠봉과 약수산입니다. >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관망하니 사방이 시원스럽게 보이고 건너편 정상은 아주 가깝게 조망이 되었으며 정상 능선을 따라 소계방산을 지나 효령봉과 오대산 비로봉 그리고 두로봉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강기맥을 답사하다가 오음산 아래 성창리고개에서 멈춰버린 상태로 1년여를 보내고 있으니 올해는 한강기맥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상으로 진행을 할까 생각하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점심을 해결합니다.
주위 여기저기에서는 버너를 가지고 와 라면을 끓이기에 한창인데 이래도 되는 건지, 물론 사방이 눈으로 덮여 화재의 위험은 적다하지만 산을 다니는 사람으로 최소한의 예의와 에티켓은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보는 사람이 없다 해도 이제는 산에서 취사를 하는 행동은 버려야 할 때가 지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한적해서 좋았습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헬기장에서 뒤돌아 전망대를 본 풍경입니다>
<고사목과 나무가지마다 설화가 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0여분 식사를 마치고 정상으로 향하는 1.3km는 너무도 기분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대부분 전망대 주변에 머물러 있으므로 등산로가 한적해서 좋았고 오르는 중간 중간 상고대와 고사목과 주목 등 볼거리가 괜찮아 재미가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가끔씩 강한 바람이 볼을 때리는 와중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주변을 카메라에 담으며 20여분을 올라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정상의 모습입니다>
몇 명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정상은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아수라장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정상석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델삼아 정상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았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용평 일대이며 보이는 발왕산과 스키장이 보입니다>
<좌측 황병산, 우측으로 하늘금과 맞닿은 풍력발전기는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에 있는 삼양목장입니다>
오대산은 물론이고 동쪽으로 황병산으로부터 시작하여 선자령 대관령까지 이어지는 풍력발전 단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는 2018년 동계올림픽의 주 무대가 될 평창의 발왕산 스키장과 드래곤피크에 이은 발왕산 정상이 멀지만 확실하게 들어오며 북으로는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용이 트림하듯 꿈틀거리며 살아 승천하는 모습의 능선이 하얀 속살을 보인 채 한 눈에 들어오고 설악산이 그리 멀지 않으나 뿌연 가스로 인해 뚜렷한 모습은 볼 수가 없음이 옥에 티라 할 것입니다.
정상을 내려서기 섭섭해 정상 언저리를 10여분 서성이다 하산으로 접어듭니다.
<이 계단을 따라 능선으로 계속 내려가면 아래3거리로 내려섭니다>
정상에서 우측 능선으로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버스들이 기다리는 아래삼거리로 내려서지만 산악회는 노동계곡으로 하산을 지시했으므로 직진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가던 길에 뒤돌아 본 정상입니다>
<고사목 좌편에 보이는 산은 노인봉이고 우측은 대관령삼양목장입니다>
작은 2개의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는 내리막 길 좌우로는 예상하지 못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으니 동북으로는 소계방산을 지나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북으로는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동쪽으로는 대관령의 풍력발전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좌우로 펼쳐지는 밀림의 숲에 쌓인 눈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수식어가 붙어 있는 주목은 나무의 색깔이 붉다 해서 붉을주(朱)자를 써서 주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합니다.
주목의 붉은 껍질을 이용해 옛날에는 궁궐에서 궁녀를 비롯해 임금의 곤룡포까지 옷을 염색하는 주재료로 쓰였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항암치료재로 개발되었다고 하는 귀한 주목들이 무거운 눈을 양팔에 받쳐 들고 산을 찾은 여러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멋진 풍경을 담으며 내려선 안부3거리에 도착하고 또 다시 탄성이 터졌습니다.
한강기맥을 따라 오대산으로 가는 길엔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듯 능선에 소복이 쌓인 눈은 아무도 밟지 않은 그대로였으며 노동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천년의 역사를 지닐만한 주목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고 많은 주목들은 하나같이 멋과 품위를 지닌 나무들로 말로만 듣던 주목군락의 멋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느끼고 카메라에 담으며 내려서는 노동계곡은 산행객들의 대화 소리일 뿐 조용한 편입니다.
노동계곡은 오염되지 않고 차가운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니 계곡은 물소리가 그칠 시간이 없고 1급수에서만 산다는 “금강모치”와 다른 계곡에서는 보기 힘든 옆새우도 서식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계방산은 희귀 수목과 야생화 등이 많이 자생하며 약초도 많아 심마니들이 즐겨 찾는 산인데 다른 산들에 비해 칡이 드물게 자생하는데 이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 오고 있는데 내용은 이라합니다.
계방산의 전설
「계방산에는 옛날에 산신령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용마를 타고 달리던 중 칡덩굴에 걸려 넘어지자 화가 난 산신령은 칡을 저주하는 부적을 써서 이산에 던지니 많던 칡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지금도 계방산에서 칡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한동안을 내려오다 보니 합수곡에 다다르고 이곳에서 조금을 하산하니 제2야영장이 나옵니다.
이곳은 계방산을 오르는 등산로 중 한곳으로 3거리입구에서 주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 이곳 야영장이 있는 3거리에서 직진으로 올라 노동계곡으로 오르는 길과, 이곳에서 좌측으로 올라가 주능선 길과 합류하는 길 그리고 운두령에서 정맥능선으로 오르는 길 등이 있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표고의 차이가 적은 운두령으로 올라 능선이나 노동계곡을 통해 내려오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제2야영장을 벗어나니 반공의 표상인 이승복 생가가 있었습니다.
입구에 『이승복 생가 안내』라는 안내판에 의하면 1968년12월9일 무장공비 잔당 5명이 내려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는 이승복과 어머니를 살해하고 이승복의 형은 칼에 36곳을 찔리고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내용입니다.
1968년 1월에도 김신조 일당 무장공비 30여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반공을 국시 제1호로 삼던 시절이었으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점도 있겠지만 아무리 민주화라고 해도 얼마 전 죽은 이북의 김정일의 분향소를 시청앞에 세운다고 경찰과 싸움을 벌이는 인간들과 이북으로 조문을 간다고 떠드는 인간들은 차리리 이북으로 추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복 생가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내려오는 제1야영장에는 외제차량을 끌고 가족들과 연인들과 함께 자동차 야영을 하는 귀족들이 100여명은 되는 것 같은데 참으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저 귀빈들은 세금은 제대로 내는 분들인지...................
이승복 생가에서 약2km를 내려오니 아침 일찍 운두령으로 올라갈 때 지난 아래3거리에 도착을 하니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침을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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