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산행과 섬 트레킹이야기

욕지도 천황산 산행기

범솥말 2024. 9. 14. 13:04

천황산에 올라 남해를 보다

 

언제 ; 20091212

누구와 : 최대운 형님과 함께

산행시간 : 1시간50(07:40~09:30)

산행코스 : 동항리-입석- 혼곡- 대기봉(355m)-천황봉사자봉(392m)-태고암-저수지-동항리

어제 욕지도로 입도하여 활어를 푸짐이 사서 늦게까지 술을 먹어 만취했다.

술을 깨게 하기위해 해안도로를 2시간 정도 걸었지만 술이 덜 깬 상태로 잠이 들었는데 일찍 산에 간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잠재해서인지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 소리없이 옷을 입는다.

저와의 약속인 천황산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주무시는 줄 알았던 형님께서 함께 가자며 나선다.

아마도 지리에 익숙치 않은 섬에 와서 혼자 산에 간다는데 위험이 있을 수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함께 산행을 한다고 하시겠으나 평소 부지런한 성격에 매일 아침이면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시는 습관으로 오늘도 평소와 같이 운동을 겸 한 산행일수도 있을 것이다.

욕지도 산행풀코스는 4시간 30분이 소요되므로 아침에 시간이 없어 대기봉을 거쳐 천황산만 등정하기로 하고 740분이 되어 숙소를 나선다.

산행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천황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해 들머리를 찾느라 한동안 시간을 까먹고 돌아서 혼곡에 도착하여 등산로로 들어선다.

약간의 여명이 깃들었던 섬은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고 등로를 따라 고도를 점점 높이니 섬이 한눈에 들어오고 구불구불 이어진 낮은 능선위에는 농토가 적은 섬지방의 특성으로 개간을 하여 밭으로 사용을 하고 있었으며 움푹 파고든 안락한 위치에 있는 욕지항과 마을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보인다.

산을 오르며 2차례나 바위지대를 지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매바위였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매바위 위에 올라서면 욕지도의 대부분이 조망에 들어오기 때문이지 아니면 바위가 매처럼 생겨서인지 모르겠다.

<매바위 오름길에서 뒤돌아 본 일출봉 방향>

대기봉 3거리에는 남해 바다위에 떠있는 많은 섬들을 조망하는 장소로 택하여 대형 사진에 섬들의 명칭을 적어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판을 설치하였기에 안내판과 실제 섬들을 맞춰가며 시간을 보내며 형님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한방 찍고는 사자봉으로 향한다.

대기봉에서 사자봉으로 향하는 등로는 순탄하고 부드러웠다.

대기봉과 사자봉 중간에는 태고암을 거쳐 터미널로 이어지는 3거리가 있는데 사자봉을 다녀온 후 다시 이곳으로 하산을 해야 하는 곳이다.

사자봉은 천황산의 최고봉으로 바위로 되어있으며 사자봉의 첫인상이 매의 머리처럼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사자봉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자가 숲의 제왕이라 섬의 최고봉으로서의 이름일까?

아니면 사자를 닮았을까?

아무튼 점점 다가서며 마법의 성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며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되어 사자봉 바로 아래까지 접근하니 잘 정리된 나무계단에는 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어 계단을 따라 올라섰다.

<뒤로 보이는 암봉이 천황산 최고봉인 사자봉>

이곳 정상에는 해군기지가 있고 적의 기습이나 이상 물체를 포착하기 위한 레이다가 계속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는데 군인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오른 최고점은 정상이 아닌 정상에서 10m아래 지점인 이세신통제사 친행 암각문이 있는 곳이었다.

이세신통제사 친행 암각문이란?

조선숙종15(1689) 65대통제사 이세신이 욕지도에 진영을 설치하기 위하여 현지 답사한 것을 기념하고자 새긴 것으로 전해지며 규장각 도서 중 통영지 도서편 욕지도에서도 강회28(1689) 이세신 공이 진영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는가 여부를 친히 와서 살펴보고 조사하고 기록되어있다.

이곳에서 조사한 기록을 바위 암벽에 세겼는데 장구한 세월에 풍화되어 알아보기 어려우나 조선 수군의 활동사를 보여주는 사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전해 주고 있다.

암각문

장하학사(帳下學士) 박 세(朴 世)

숭정후림(崇偵後林)

계회원년 지사세세(癸亥元年至四世歲) 기사윤삼월삼일(己巳閏三月三日)

통사 이 세 선(統使 李 世 選)

중군 최 위(中軍 崔 偉)

군관 김 순 성(軍官 金 順 誠)

첨서 하 정 화(僉使 下 廷 華) 이 순 인(李 純 仁)

만호 노 이 창(萬戶 盧 二 昌) 당 서 성(唐 徐 盛)

영 박 명 익(永 朴 命 益) 도 대 형(都 大 亨)

암각문이 새겨진 사자바위는 남해바다와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요새로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는 병법처럼 상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천혜의 거점이라 할 것이다.

암각문은 일반인들이 손을 대면 글자가 훼손 될까봐 아크릴 판을 대어 만지지 못하게 조치를 취했다.

사자봉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해가 중천에 떠 있음을 직시하고 급하게 하산하기 시작한다.

태고암 방향으로 잡고 내려서니 태고암의 주차장 공사를 하다말았으며 태고암 우측으로 내려가면 숙소를 지름길로 내려설 수 있을 것 같으나 길이 계속 이어지는지 알지 못하니 무턱대고 내려설 수도 없어 태고암 좌측으로 나있는 좁은 포장도로를 타고 내려서니 동항리에서 덕동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고 우리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내려서며 뒤 돌아 본 사자봉은 정상에서 볼 때와 또 다른 웅장함과 위용이 드러난다.

계속 이어지는 경사로를 타고 내려서니 욕지도 주민의 상수원이기도 한 저수지를 지나 동네로 들어서니 주택 옆 밭에는 마늘이 크게 자라고 있었는데 겨울에도 마늘이 자라는 게 신기하고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을 받으며 면소재지가 있는 동항리로 들어선다.

<송판을 이용한 산행안내도가 이색적이다.>

욕지도는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나 있지만 특산물로서는 고구마가 유명한데 농협마당과 집집마다 고구마가 흔했는데 우리가 어릴 때 식량의 대용으로 쪄서 말리거나 엷게 썰어 말리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지금 추억속의 고구마를 쪄서 말리고 썰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멍석에 말리는 찐고구마를 입에 넣고 한동안을 씹어봤지만 옛날의 그 맛은 찾아볼 수 없다.

빠른 걸음으로 골목으로 빠져 우리의 숙소에 도착하니 집사람과 현아어머니 그리고 명석어머니는 모든 정리를 마쳤으며 아침 식사준비를 한 후 예쁘게 화장을 하고 우리를 맞는다.

<이산행기는 34일 고성 욕지도 여행 중 아침 산행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