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지리산, 서북능선 산행이야기
산행일시: 2022년08월22일
누구와: 나홀로 산행
산행거리: 약11.50km
산행시간: 7시간25분
산행코스:성삼재(03:00)-당동고개(03:17)-작은고리봉(03:48)-묘봉치(04:38)-만복대쉼터(05:00)-만복대(05:40)-1351봉(06:15)-정령치(06:47)-큰고리봉(07:29)-1266전망바위(08:35)-정령치(10:25)
주요지점 통과 및 이동거리
02:50 지리산 성삼재 도착
03:00 성삼재에서 산행 시작
03:06 서북능선 들머리진입
03:15 헬기장
03:17 당동고개
03:48 작은고리봉, 산행거리1.64km, 산행소요시간48분, 해발1247m(1248m)
04:13 1201.8봉
04:38 묘봉치, 산행거리3.30km, 산행소요시간1시간38분, 해발1106m
05:00 만복대쉼터(전망데크), 산행거리3.95km, 산행소요시간2시간00분, 해발1222m
05:40~50 만복대, 산행거리5.25km, 산행소요시간2시간40분, 해발1430m(1433.4m)
05:59 지맥갈림길
06:15 1351전망바위, 산행거리6.18km, 산행소요시간3시간15분, 해발1351m(1351.5m)
06:22 이정표(만복대1km↔정령치1km), 산행거리6.36km, 산행소요시간3시간22분, 해발1330m
06:43 1212봉 우회계단길
06:47~07:00 정령치, 산행거리7.40km 소요시간3시간47분, 해발1179m
07:05 마애불갈림길
07:29~36 큰고리봉, 산행거리8.25km, 산행소요시간4시간29분, 해발1308m(1305.4m)
07:56 1277봉, 산행거리8.78km, 소요시간4시간56분, 해발1277m
08:00~20 V데크계단길
08:22 이정표(바래봉7.4km↔정령치2km), 산행거리9.17km, 산행소요시간5시간22분, 해발1244m
08:35~57 전망바위(사고지점), 산행거리9.45km, 산행소요시간5시간35분, 해발1266m
10:25 정령치휴게소, 산행거리11.50km, 산행소요시간7시간28분, 해발1172m
○산행 전 이야기
올해가 지나기 전 지리산 4대능선을 답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처음 나선 코스는 서북능선(서부능선)이었습니다.
이번 나선 서북능선은 현오님이 ‘독립군 산이야기’ 카페에 서부능선 산행이야기를 올리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로인해 현오님이 펴낸 「현오와 걷는 지리산」이라는 책을 사서 틈틈이 공부도 하였으며 오늘 지나는 서북능선의 지명 등에 대해서는 현오님의 「현오와 걷는 지리산」을 바탕으로 설명하기로 합니다.
서북능선은 성삼재에서 인월까지로 거리는 약23km이며 서북능선 코스에는 진달래,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이 있어 일반산악회에서는 서북능선을 봄철에 잡은 것일 일반적입니다.
특히 바래봉 구간은 진달래 능선으로 이어지므로 직사광선을 받으며 지나야 하는 곳이므로 여름철 이 구간을 산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구간은 등로가 잘 나있어 알바할 일이 없고 성삼재에서 출발하면 만복대 오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리막길이 이어지므로 체력적으로도 여유 있는 산행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행 스터디를 할 때만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에 딱 한대가 출발하는 동서울터미널에서 23시50분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이동하니 02시50분으로 성삼재에서 내린 사람이 11명이었으니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매점 앞으로 이동해 산행 채비를 하는데 한 사람이 길을 찾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는데 직감적으로 만복대로 가는 길을 찾는 산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잠시 후 이 산꾼은 포장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 보였고 그 이후 어쩌면 산행을 하며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산행을 하면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무탈하게 아무런 문제없이 지날 것 같았던 산행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용두사미 산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실패한 지리산 서북능선 산행을 열어갑니다.
○성삼재에서 정령치 구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성삼재를 출발한다.
성삼재에서 달궁방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3분정도 가면 좌측으로 성삼재 이정목이 있으며 이정목에는 당동마을3.0km, 만복대5.3km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이 만복대로 가는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이곳 성삼재에서 정령치를 지나 고리봉은 가는 길은 백두대간 구간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곳이므로 어두운 밤에도 길 잃을 염려없이 산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오래전 백두대간을 답사할 때 지난 적이 있지만 오래전 일이라 기억은 별로 없는 편인데 고리봉에는 오석정상표지석이, 만복대에는 4각기둥으로 된 정상표지석이 있던 기억뿐이다.
들머리로 올라서면 초입에 약간은 가파르게 오르는듯한데 조금 지나면 경사도 완만해 지고 등로 사정은 매우 좋은 편이지만 사방이 암흑으로 위치파악도 되지 않고 능선인지 사면길인지 파악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길만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들머리로 들어서서 8분이 지나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서 10분이 지난 시간에 당동고개 이정표가 있는 3거리를 지나는데 성삼재에서 0.5km 지나온 것이며 만복대까지는 아직도 4.8km가 남았다.
당동고개는 서북능선의 첫 번째 지명이 나오는 곳으로 이곳 고개 아래 마을이름인 당동마을의 지명을 따서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현오와 걷는 지리산」362쪽을 참고하면 신라는 국토를 넓힌 후 지리산을 5악의 하나로 지리산을 남악으로 정했는데 남악에 남악사라는 사당이 있었다고 한다.
즉 지리산 길상봉, 그러니까 노고단 부근 어디엔가 있던 남악사가 있었고, 사당이 있는 곳 동쪽에 마을이 있어 당동마을로 불린 것 같은데 이곳 당동고개에서 좌측 등로를 따라 2.5km를 내려서면 당동마을이라는 것이다.
당동고개에서 10분을 지나 지리이정목23-10을 지나고 15분을 더 지나서 지리이정목23-09를 지나고 이곳에서 다시 8분을 더 올라 작은고리봉에 도착한다.
고리봉
10여 년 전에 이곳을 지날 때는 오석으로 된 정상표지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작고 아담한 대리석 정상표지석으로 바뀌었다.
백두대간 지리산 구간에는 고리봉이라고 부르는 봉우리가 2곳이 있다.
한곳이 이곳이고 또 다른 한 곳은 백두대간과 서북능선이 갈라지는 곳으로 어떠한 유래에서 지어진 봉우리 이름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이름을 쓰고 있으므로 통상적으로 이곳을 작은고리봉이라고 부른다.
낮에는 성삼재 방면으로 지나온 능선과 성삼재 뒤로 종석대, 서쪽 방향으로는 남원과 구례가 조망이 가능하겠지만 밤이라 산 아래 있는 산동면 일대와 출발점이 되었던 성삼재만이 불빛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현오와 걷는 지리산」저자인 현오님은 “고리봉이 2곳이 있으니 작은고리봉을 묘봉으고 부르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의사를 표현했는데 필자도 이 의견에는 동감하고 있는데 이는 묘봉치는 있는데 마땅히 있어야할 묘봉이 없기 때문이다.
서북능선의 2번째 고유명사가 붙은 고리봉에 대해서는 차후 다시 알아보기로 하고 고리봉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내려서면 올라설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급한 내리막을 한동안 내려선다.
잠시 순탄한 능선을 지나는 듯 했는데 다시 오름이 지속되다가 무명봉을 넘어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도를 보면 1201.8봉을 지났던 것 같다.
1201.8봉을 지나면 급한 내리막이 다시 이어지고 헤드랜턴이 밝혀주는 등로를 따라 내려서며 길을 이어가면 지리이정목23-06이 나오고 이어서 묘봉치 이정표(성삼재3.1km↔만복대2.2km)가 나타난다.
묘봉치(卯峰峙)
서북능선에서 3번째 나오는 고유명사인 묘봉치다.
묘봉치가 있다면 당연히 묘봉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 주변에는 묘봉이라는 봉우리는 없다.
현오님이 작은고리봉을 묘봉으로 불러야겠다는 개인적인 의사를 표출할 만하다.
현오님이 적은 주석에서 <경암 김교준은 산동면 위안리로 올라.... 만복대-묘봉치-반야봉-중봉 루트를 이용했던 바, 이때 묘봉치는 묘봉+묘봉치로 보아야할 것>이라고 했으며 <1810년 정석구가 쓴 두류산기에서는 만복대에서 뻗은 산줄기는 조금 아래로 내려와 솟아 묘봉이 되니 산동의 주봉이다.>라고 기록했는데 주석을 참고하면 오래전 지금의 작은 고리봉은 묘봉으로 불렸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는 것이다.
묘봉치에는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3거리로 좌측으로는 구례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상위마을로 하산하는 탈출로가 있다.
묘봉치를 지나면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전에 없던 시설물인 데크전망대가 있다.
만복대쉼터로 이정목에는 묘봉치1.4km↔만복대0.8km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곳에 표기한 거리는 맞지 않으며 필자가 체크한 기록에 의하면 묘봉치0.65km↔만복대1.3km였다.
그러니까 묘봉치의 거리와 만복대의 거리를 서로 바꿔서 기록한 것 같은데 국립공원측에서 데크전망대를 발주하고 공사 후 이정목을 세울 때 거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을 한 것 같은데 하루 속히 수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캄캄하고 텅 빈 데크전망대로 올라서서 산동면 일대의 불빛을 보며 잠시 쉬고 다시 등로를 따라 15분을 지나 지리산이정목23-03을 지나면 만복대 오름길이 시작된다.
어둠이 가시며 점점 날이 밝아오고, 주변은 아침 안개로 덮여 안개비가 내리는 듯했으므로 등로는 축축하게 젖어있다.
오름 길에 바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성삼재에서 먼저 떠난 산꾼임이 틀림없는 듯하다.
서서히 오르는 길에 바위가 나타난 곳에서 지나온 방향과 가야할 방향을 어렴풋하게 가늠할 수 있는데 안개로 가시거리가 아주 좁았으며 위에 보이는 높이 만복대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서자 정상부로 오르지 않고 등로는 정상을 빗겨 우측으로 돌아서 지나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이곳은 만복대가 아닌 1350봉이었다.
잠시 후, 만복대가 눈에 들어오고 멀게 느껴졌던 만복대가 점점 가까이에 보이고 누군가 정상에 있는 것이 보였고 이내 만복대로 올라선다.
만복대(萬福臺)
산행기를 작성하며 만복대가 나오자 지리산에 유명한 10대(臺)가 있다고 해서 만복대도 10대(臺)에 들어가는 줄 알고 10대를 보니 만복대가 빠졌다.
지리산 10대(臺)는 1.노고단 아래 문수대, 2.종석대 아래 우번대, 3.돼지령 인근 서산대, 4.피아골의 무착대, 5.반야봉 아래 묘향대, 6.두류능선의 향운대, 7.법계사 인근 문창대, 8.영신봉 남서쪽 영신대, 9.통천문 인근 향적대, 10.뱀사골 어디엔가 있다는 금강대.... 였고 그러고 보니 만복대가 없다.
「현오와 걷는 지리산」483쪽에 만복대에 대한 상세한 글이 있다.
대(臺)의 의미와 쓰임에 대해서
수행, 수도처인 지리산 10대(臺)와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평평한 봉우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복대는 산정의 평평하고 사방을 볼 수 있는 데로 문수대나 묘향대와 같이 스님들이 수행하는 암자나 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동여지도에서 만복대의 지명을 찾을 수 없고 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지도에서는 1429m의 높이만 기록되었으며 봉우리의 이름은 기록되어있지 않았는데 최근 이용되는 국토지리원 온맵에서는 1433.4m, 만복대라고 표기되어 있다.
만복대로 올라서서 먼저 올라선 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제보다는 1살이 위인 이분은 “성삼재에서 오느냐?”며 조금 전에도 한 사람이 지나갔는데 그 사람은 인월까지 간다고 전해주는데 짐작했던 대로 성삼재에서 먼저 간 산꾼 역시 서북능선을 답사하는 것이다.
이분은 일출장면을 찍기 위해 정령치에 차를 세우고 반대방향에서 올라왔다고 하는데 일출시간을 묻자 곧 해가 뜬다고 하는데 구름이 끼어 원활한 일출은 보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일출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올라왔는데 마침 만복대에 오른 시간이 일출시간이라고 하니 만복대에서 일출을 보너스로 맞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일출 맞을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만복대 정상표지석이 바뀌었다.
전에는 4각형 대리석, 마치 작은 다리 기둥처럼 생긴 돌말뚝을 세운 것 같았는데 최근 유행하는 자연석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만복대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그러나 해가 뜨기 직전의 풍경은 조망이 뛰어나지 못한데 그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구름과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이 운해를 만들기 때문에 가시거리가 멀지 못하기 때문인데 겨울철에는 멀리까지 볼 수 있어서 동쪽 천왕봉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만복대에서 10여분 머문 동안 주변 풍경은 백번은 변하는 것 같았고 먼발치에 보이던 봉우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만복대에서 올라왔던 방향으로는 구름에 가려 멀리 볼 수가 없었고 조금전 지나온 1350봉과 작은고리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구름속에 희미하게 보였으며 가야할 정령치 방향으로는 고리봉이 높게 보일뿐 다른 산릉은 구분할 수가 없다.
동남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건너편에는 구름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반야봉이 보이고 반야봉 좌측으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있지만 보이지 않고 해가 뜰 채비를 하느라 구름평선을 이룬 곳은 붉게 물들어 있다.
서북방향으로는 서시지맥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으로 구름이 운집한 채 수시로 형상을 바꾸며 하늘로 피어오른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 중인 분에게 부탁해 인증사진을 남기고 10여분이 지나도 해가 떠오르지 않았고 그분의 말로는 구름에 가려 일출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하기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만복대를 내려선다.
만복대에서 5분을 내려서 철계단을 지나고, 10분을 지나 서시지맥분기점을 지나는데 예전에는 이 근처 어딘가에 산불감시초소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서시지맥 갈림길에서 2~3분 내려서자 구름위로 해가 솟아오르는데 붉은 해가 아니라 밝은 빛을 발산하는 것을 보면 해가 뜬지 몇 분은 지난 것 같았는데 해가 뜨는 방향은 구름이 가려 확실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우측으로 반야봉이 우뚝 솟아있음을 볼 때 천왕봉 방향인 듯하다.
일출을 보고 오름이 이어지고 잠시 후 암봉으로 된 1351.5봉에 올라서게 되는데 1351.5봉은 전망바위봉이다.
지나온 만복대 일대에 햇살이 퍼지고, 서시지맥을 따라 힘차게 내리 달리는 능선에는 아침 운해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가야할 방향으로 고리봉이 우뚝하며 정령치는 무명봉이 가려 보이지 않으며 고기리 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잠시 조망을 하고 5분을 지나면 철재계단을 지난다.
그런대로 주변 풍경이 멋있는 바위를 에돌아 내려서는 곳에 이정표(만복대1km↔정령치1km) 정령치가 1km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상쾌한 아침 새롭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고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아침햇살을 보며 기분 좋게 정령치로 이어간다.
1212봉 사면으로 길게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반가운 이정표(만복대2km↔바래봉8.4km)보이고 아침햇살을 받아 싱그러워 보이는 정령치가 눈에 들어오며 정령치 주차장에는 차량이 1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만복대에서 만난 사람의 차량이 틀림없을 것 같다.
드디어 정령치에 도착한다.
성삼재를 출발한지 3시간47분, 만복대를 내려선지 1시간이 조금 못되어 정령치에 도착한다.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 산행거리7.40km, 산행시간3시간47분, 해발1180m, 현재시간 06시47분이다.
○정령치에서 1266.1봉, 전망바위 구간
정령치(鄭嶺峙)!
정령치는 지리적으로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을 경계하고 있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고개로 정씨성을 가진 장군의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사회초년생시절, 회사에 함께 근무하던 친구가 산을 많이 다녀 툭하면 설악산 이야기, 지리산 이야기를 하며 정령치를 운운했었는데 당시에는 그 친구가 무척 부러웠는데 그 친구가 자랑삼아 말을 하던 정령치다.
신경준의 대동여지도를 보면 지금의 정령치를 정치(鄭峙)로 기록하고 있고 우리나라 모든 지도에는 정령치로 표기되어 있다.
정령치의 최초기록은 언제부터일까?
「현오와 걷는 지리산」479쪽에 서산대사의 청허당집에 정령치에 대한 기록을 옮겼으니 이러하다.
「동해에 한 산이 있으니 이름은 지리산이라고 하고 그 산의 북쪽 기슭에 한 봉우리가 있으니 이름은 반야봉이라 하며 그 봉우리 좌우에 두 재가 있으니 이름은 황령(黃嶺)과 정령(鄭嶺)이라한다.
옛날 한나라 소재3년 마한왕이 변환과 진한에 쫓기어 지리산에 와서 도성을 쌓을 때 황과 정 두 장수에게 감독케 하였다. 도성이 완성된 후 도성을 에워싼 고개이름을 두 장수의 성을 따서 황령(黃嶺)과 정령(鄭嶺)이라 하였다. 도성은 그 후로부터 72년을 보전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령치 동쪽 만수천계곡에는 달궁이라는 마을을 있는데 달궁 역시 마한의 왕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전설이 전하고 있다.
정령치 동물이동통로 우측으로는 시원스럽게 닦은 주차장이 있고 휴게소가 있는데 배낭에 먹거리와 마실 물도 충분하므로 굳이 휴게소로 내려갈 필요가 없어 이정표와 입간판 옆에서 잠시 쉬어간다.
준비한 빵과 약식으로 아침을 때우는데 까마귀 한쌍이 주변을 오가며 울어대니 까마귀도 아침을 하겠다고 남겨달라고 하기에 빵 하나를 조금씩 떼어 조경석에 펼쳐 아침을 준다.
아침햇살이 지리산 능선에 퍼지고, 능선 좌우로 계곡에서는 뭉게구름이 일 듯 구름이 피어올라 운해를 만든다.
잠시 쉬며 아침을 때우고 정령치 휴게소를 떠나는데 3시간 후 다시 정령치 휴게소로 환자의 몸으로 온다고는 0.00001%도 생각하지 않은 채 길을 나선다.
정령치 쉬었던 곳에서 50m 정도 이동하자 주변에서 주시하고 있던 까마귀가 내려 앉아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산행을 하면서 가끔은 까마귀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정령치에서 5분정도 지나면 이정표(고리봉0.5km↔정령치0.3km.↑마애불상0.3km)가 있는 3거리가 나오는데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아닌 마애불이어서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마애불 갈림길에서 서서히 오름이 시작되며 5분정도 지나면 지나온 길을 볼 수 있는 간이 조망터가 몇 차례나오는데 정령치와 만복대가 점점 멀게 보이고.... 아침인데도 오름길을 지나서인지 무척 덥게 느껴지고..... 정령치를 떠난 지 30분이 되어 고리봉에 도착한다.
고리봉
작은고리봉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서북능선 백두대간 구간에는 고리봉이 2곳으로 지나온 작은고리봉과 이곳 고리봉인데 작은고리봉에는 정상표지석이 있지만 이곳 고리봉에는 정상표지석은 없고, 이정목만 있을 뿐이다.
2곳의 고리봉....
「현오와 걷는 지리산」485쪽에 어떤 게 진짜 고리봉인가? 라는 소제로 장문의 글이 있는데 그중 요점을 옮겨본다.
<예전 국립공원에서 제작한 지도에는 이 '작은 고리봉'이 두리봉으로 실려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리봉의 높을 高(고)나 두리봉의 머리 頭(두)는 모두 높은 정상의 봉우리를 뜻하는 공통점이 있어 이에 착안하여 두 봉우리를 구분하기 위하여 그리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백두대간이 알려지면서 고리봉이 산행 이정의 중심이 되고 두리봉이 인구의 회자에서 밀려짐에 따라 그 둘을 구분하고자 '큰'자와 '작은'자를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현재 고리봉 정상에는 공사 자재가 쌓여 있는데 아마도 고리봉에 전망데크를 만들려는지 아니면 백두대간능선이나 지리산 서북능선 험지에 계단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형인지.....
좌측으로는 지그재그로 데크계단을 설치했는데 오래전에는 없던 시설물인데 좌측으로 설치한 계단을 따라 급하게 내려서는 길은 백두대간 능선이다.
그러니까 천왕봉에서 주능선을 따라 성삼재로 이어진 백두대간은 성삼재에서 이곳 고리봉까지 대간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이곳에서 대간능선과 서북능선길이 갈라지게 된다.
고리봉에서 조망은 좋은 편인데 지나온 만복대, 반야봉, 반야봉에서 달궁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투구봉, 망바위봉이 보이고 그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좌측으로 천왕봉을 향해 달음질을 친다.
그리고 가야할 방향으로 1266.1봉이 뚜렷하고 대간이 이어지는 서쪽 방향으로는 잡목으로 조망이 불가하다.
강한 직사광선을 피해 좌측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몸을 피하니 시원하였고, 나도 모르게 계단에 주저 앉아 한동안 쉬며 오래전 백두대간을 답사할 때 지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속으로 빠져든다.
고리봉에서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10분을 내려서면 등로 중앙에 쉬어가기 좋은 바위가 있는데 갈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이 바위에서 귀한 분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이곳을 지나 잠시 후 지리이정목 19-3을 만나고 잠시 후 1277m 무명봉에 도착하고..... 1277봉에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데 나무에 맨 고정 끈이 잘라져 반으로 접혀있다.
아마도 곰 출현지역이므로 주의하라는 경고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곳은 멧돼지 놀이터인지 땅이 반질반질하였는데 이런 곳에는 멧돼지에서 떨어진 진드기가 있으므로 빨리 지나가야 한다.
1277봉을 지나 5분을 지나면 능선은 V곡으로 내려섰다가 올라서는데 이곳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해 전혀 위험하지 않게 지날 수 있다.
계단을 내려서는 곳에 바람이 불어주니 무척 시원하게 느끼자 계단에 주저앉아 10여분을 쉬어 간다.
데크계단 V계곡을 올라서, 평범한 길을 따라 조금 지나면 지리이정목 19-4가 있고 옆에는 이정표(정령치2.0km↔바래봉7.4km)가 있다.
이정목을 지나 편한 능선길을 따라 10분 정도 지나면 노송이 있는 곳 능선에서 길은 능선우측으로 우회하며 1266.1봉을 우회하여 지나게 되는데 능선을 따라 직등하면 2곳의 전망바위가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우회길이 있다는 것을 오를 때는 알지 못했으며 내려설 때서야 알 수 있었다.
우회길이 있는지 모른 채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올라섰는데 조망이 가능한 전망바위 암봉이 연속 나온다.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조망하는데 안개가 잔뜩 끼어 가시거리가 상당히 좁았고 주변 경치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첫 번째 조망바위 암봉에서 2번째 암봉으로 가기위해 주변을 보며 방향을 바꾸는데 아뿔사............ 여기서 사단이 나고 만다.
▷성삼재에서 1266.1봉까지 산행거리9.45km, 산행시간5시간35분, 현재시간 08시35분입니다.
○1266.1봉 전망바위에서 다시 정령치로.....
난생처음 겪게 되는 산행사고다.
돌이켜보면 30년동안 산행을 하며 위험했던 순간도 여려 차례 겪기도 했지만 운이 좋아서인지 그럴 때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위험에서 벋어나고는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과 결정력이 떨어져서인지 위험한 순간들을 겪는 숫자가 늘어나고는 했다.
단체산행을 한다면 서로 의지하면서 산행을 하므로 위험부담도 줄어들 수 있지만 늘 혼자서 산행을 하다 보니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았다.
미끄러지면서 왼손으로 바위를 짚었는데 1266.1봉을 지척에 두고 손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순간 미끄러지면서 뒷굼치를 밀착시키며 최대한 미끄러짐을 방지하려고 했는데 몸이 멈추는 순간 손목이 아프다는 것을 느꼈고 손을 들어보니 손과 팔이 약간 S자로 꺾인듯해 보였으니 손목이 부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도 아프고, 이 난관을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등을 생각하느라 누운 채로 한동안 있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사고가 났음에도 발목이 아니고 팔목이라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고,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라는 것이 또 감사했다.
하산은 왔던 방향인 정령치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세걸산을 지나 부운치에서 부운마을로 내려가야 하는지.....
그래도 정령치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한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서서 수습해야했는데 배낭 지퍼도 열고 닫지도 못해 이빨이 손을 대신해야했고 스틱을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접는데도 무척 씨름을 했다.
대충 배낭을 수습하고 손수건을 손목을 감고 이빨로 왼손을 대신해 묶었는데 제대로 묶이지 않는다.
당장 올라섰던 바위를 내려가는 것이 걱정이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올라온 방향이 제일 안전한데 등산화가 미끄러워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고, 이미 손목이 부러진 상태이므로 한손으로 바위를 잡고 내려서는 것이 어렵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면 다른 도리가 없으므로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설 수밖에 없었고 무사히 내려섰다.
암봉에서 조금 내려선 곳에서 동쪽 방향으로 보니 우회길이 보였는데 ......
아~ 후회가 막심했다.
우회길로 지나갔다면 기분 좋게 세걸산으로 접근하고 있을 텐데 .....
사고지점에서 20분을 내려서서 이정표(정령치2.0km↔바래봉7.4km)를 지나고 이어서 계단이 설치된 V곡을 지난다.
1시간 전 이곳 V곡 계단에서 10여분이상 이곳에서 쉬고 지나갔던 곳이다.
이곳을 지나며, 만약 1시간 전 이곳에서 쉬지 않고 지나갔다면 그래도 사고가 났을까? 사고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후회를 해보며 지난다.
사고지점에서 약1시간을 나와 등로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고리봉 방향에서 50대중반으로 되어 보이는 산꾼 한명이 내려선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다친 것을 알고 파스를 뿌려주고, 붕대를 꺼내 아쉬운 대로 응급처치를 해주었는데 베푼 호위에 감사했을 뿐이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
고리봉을 올라서고, 고리봉에서 내려서면서도 사고현장과 사고 정황에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순간의 간과만 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쯤 세걸산을 지나 바래봉으로 가고 있을 텐데...... 미련이 남는다.
멀리 정령치가 눈에 들어오고....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멀쩡했던 몸이 부상을 입고 다시 정령치로 되돌아온다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나....
정령치휴게소 매점으로 들어가 물한병을 사며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삼재에서 1266.1봉 전망바위를 경유 정령치까지 산행거리11.50km, 산행시간7시간28분, 현재시간 10시25분입니다.
○이 후
정령치에서 택시를 타고 인월로 가다가 남원역으로 목적지를 바꿉니다.
원칙을 따지자면 남원에서 최소한 응급치료를 받고 귀경을 해야 하는데 남원의 지리도 모르는데다가 2시간정도면 서울로 갈 수 있으니 바로 서울로 가기로 합니다.
남역원에 도착해 발권을 한 후 1시간 반을 기다려 서울행 KTX를 탈수 있었고, 조금 무리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상경을 합니다.
1달이 지난 지금, 수술하고, 깁스하고, 담주 깁스를 풀게 됩니다.
어느 가전사의 광고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고 했는데 순간의 간과, 실수가 산을 다니는 산꾼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하다는 점에서 항상 간과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직 산행할 수도 없지만 산행을 다시 한다고 해도 암릉산행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감이 떨어질 것 같았는데 설악산 별길릿지, 저봉릿지, 미륵장군봉 릿지 등 가려고 마음먹었던 암릉코스가 있는데 지금 같아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암릉지역을 가실 때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쓰시어 사고 없는 산행을 이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친 팔이야 시간이 지나면 낳겠지만 집사람이 출산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시기를 기원해봅니다.
(「현오와 걷는 지리산」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 책을 쓰신 현오님의 뜻과 달리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의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부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야봉~노고단~종석대~성삼재~작은고리봉으로 이어지는 확대지도입니다.>
<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으로 이어지는 확대지도입니다.>
<세걸산~바라봉으로 이어지는 확대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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