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북부능선 산행이야기
산행일시: 2023년05월25일
누구와: 나홀로 산행
산행거리: 약21.96km
산행시간: 12시간10분(04:05~16:15)
산행코스:음정,벽소령들머리(04:05)-벽소령대피소(05:53~06:15)-형제봉(06:57)-삼각고지(07:30)-삼각고지3거리(07:36~52)-별바위등(08:30)-1382봉(09:15)-영원령(11:38)-빗기재(12:33)-삼정산정상석(13:22)-삼정산(13:57)-전망대(14:10)-정규능선분기점에서 능선이탈(14:40)-고사리단지로 내려섬(15:50)-날머리(16:15)
주요지점 통과 및 이동거리
03:40 백무동도착
04:05 백무동에서 택시로 음정 벽소령들머리로 이동, 산행 시작, 해발724m
05:00 연하천 갈림길3거리, 산행거리3.11km, 산행소요시간55분, 해발1013m
05:40 벽소령 임도끝, 산행거리5.44km, 산행소요시간1시간35분, 해발1237m
05:53~06:15 벽소령 대피소, 산행거리5.73km, 산행소요시간1시간48분, 해발1332m
06:50 형제봉 이정표(노고단12km↔벽소령1.5km)
06:57~59 형제봉, 산행거리7.19km, 산행소요시간2시간52분, 해발1453m(1452.8m)
07:30 삼각고지, 산행거리8.10km, 산행소요시간3시간25분, 해발1484m(이정목1492m)
07:35~52 북부능선갈림길3거리 산행거리8.28km, 산행소요시간3시간30분, 해발1464m
08:14 북부능선비탐방로입구 산행거리10.14km, 산행소요시간4시간10분, 해발1352m
08:32~47 별바위등, 산행거리10.70km, 산행소요시간4시간27분, 해발1399m(1399.5m)
09:06 1392봉
09:16~19 도솔암갈림길봉, 산행거리11.34km, 산행소요시간5시간11분, 해발1382m
09:27 도솔암 갈림길
09:32 1337봉, 산행거리11.68km, 산행소요시간5시간28분
09:52 1329봉, 산행거리11.88km, 산행소요시간5시간48분
09:56 부운리 갈림길
10:08 1301봉, 산행거리12.32km, 산행소요시간6시간03분
10:16 1252봉, 산행거리12.55km, 산행소요시간6시간10분
10:24 1255봉, 산행거리12.66km, 산행소요시간6시간18분
10:32 1231봉, 산행거리12.90km, 산행소요시간6시간27분
10:38 직 하강 로프구간, 산행거리12.94km, 산행소요시간6시간32분, 해발1223m
10:53 등로4거리, 산행거리13.30km, 산행소요시간5시간48분, 해발1099m
11:22~28 영원봉 전망바위, 산행거리13.98km, 산행소요시간6시간17분, 해발1260m
11:38~12:00 영원령(점심) , 산행거리14.15km, 산행시간6시간33분, 해발1288m(1290.5m)
12:33 빗기재, 산행거리15.26km, 산행소요시간7시간28분, 해발1119m
12:58 삼정산 비탐오름길3거리, 산행거리15.85km, 산행소요시간7시간53분, 해발1153m
13:17~19 삼정산 비탐오름길과 정상 오름길 합도지점, 전망바위
13:22~31 삼정산 정상표지석, 산행거리16.26km, 산행소요시간9시간17분, 해발1252m(정상석1182m)
13:38 1215봉, 산행거리16.49km, 산행소요시간9시간34분, 해발1215m(도면1224.7m)
13:47 1177봉, 산행거리17.02km, 산행소요시간9시간42분, 해발1177m(도면1183.6m)
13:57 삼정산(구,증봉), 산행거리17.27km, 산행소요시간9시간52분, 해발1146m(도면1156.2m)
14:11~22 전망바위, 산행거리17.61km, 산행소요시간10시간06분, 해발1097m(도면상1102m)
14:35 능선분기점, 산행거리17.82km, 산행소요시간10시간30분, 해발1009m
(정상등로는 우측능선인데 착오로 좌측 능선을 탔으며 나중 고사리 재배단지로 하산)
15:47 고사리 재배단지, 산행거리20.09km, 산행소요시간11시간42분, 해발472m
16:08 삼화리마을, 산행거리21.61km, 산행소요시간12시간03분, 해발338m
16:15 원천버스정류장 날머리, 산행거리21.96km, 산행소요시간12시간10분, 해발341m
○산행 전 이야기
이번 산행은 지리산 북부능선입니다.
통상적으로 지리산 북부능선은 삼각고지에서 분기하여 실상사까지 이어지는 능선으로 북부능선은 약13~14km 이지만 삼각고지까지 접근하는 구간이 길어 전체 산행거리가 약22km정도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서 지리산 능선을 다닌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안내산악회가 있기는 하지만 안내산악회는 가는 곳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므로 제가 원하는 산행을 할 수 없고, 지리산은 수도권에서 멀어 당일치기 산행이 되지 않으므로 무박산행을 해야 하는 것이 나홀로 산꾼들에게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지전에 지리산 동,서,남,북 4대능선 답사를 끝낸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는데 계획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서부능선에 이어 오늘 북부능선 답사가 끝났고, 남부능선은 1구간만 끝낸 상황이니 다음은 남부능선 2구간을 답사해야 하는데, 들머리 접근이 안 좋아 수시로 산악회를 검색해도 남부능선 삼신봉~형제봉 코스는 나오지 않으니 혼자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부능선 답사를 마치고 나면 동부능선을 스터디 해야 하는데 오늘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점점 산행이 힘들어 진다는 것과, 시간도 예상보다 많이 걸리니 그만큼 산행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직은 제 힘으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산행 때 마다 다치지 않고 하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며 접근하기 어려운 지리산까지 태워줄 대중교통이 곁이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동서울터미널에서 11시59분에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는 28인승인데 3좌석을 제외한 25석이 예매가 되었는데 20명 정도가 산꾼들로 모두 백무동에서 하차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 벽소령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를 제외한 산꾼은 모두 천왕봉으로 가는 사람들로 지난해 가을 남부능선을 답사할 때 백무동에서 혼자서 세석으로 지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 미리 예약했던 택시를 호출했고, 5분여를 기다려 택시를 타고 음정으로 향합니다.
이런 저런 산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음정 벽소령 들머리에 도착했는데 택시비는 정해진 요금인 17.000원인데 잠 못 자면서 태워준 감사함으로 2만원을 건넸고 잠시 후 택시는 어둠속으로 사라집니다.
범솥말의 지리산 북부능선 산행이야기 시작합니다.
○음정에서 벽소령 대피소 구간
택시가 사라지자 어둠으로 주변이 캄캄해지자 랜턴으로 어둠을 가르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 벽소령으로 가는 임도는 2017년 지난 적이 있으니 이번이 2번째로 크게 낯설지는 않다.
지난번에는 벽소령 임도가 초행이었는데 마천에서 걷기 시작해 음정으로, 음정에서 이곳 들머리까지 와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마천에서부터 걸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그게 젊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벽소령종단도로는 왜? 무슨 이유로, 언제? 만들어 졌을까?
지난번 이 길을 따라 올랐을 때도 이런 의구심이 들었는데 단순하게 군 작전에 필요했으므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현오 권태화님이 출간한 「현오와 걷는 지리산」438쪽에 벽소령 종단도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술되었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러하다.
1968년, 신흥에서 화개재를 향해 6㎞를 거슬러 오른 연동마을에 약초꾼을 가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보리 15말을 사려고 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무장공비의 존재가 처음 포착되면서 이로인해 군사작전도로 공사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시작한 공사가 1972년 10월까지 이어져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의 신흥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를 잇는 도로가 만들어 진 것이 벽소령 종단도로인데 실로 엄청난 대역사로 탄생한 도로는 개통만 시켜놓고 이용하지를 않아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데 그나마 산꾼들이 명맥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잡생각 없이 혼자 걷는데 친구가 생겼다.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호랑찌빠귀가 짝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어둠을 지나는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인지, 마치 플루트의 은은하고, 청아한 음색과 같은 호랑찌빠귀의 노래가 산행을 시작하면서 날이 거의 샐 때까지 함께해 주었는데 나는 이 새의 은은하고 청아한 소리가 좋은데 누군가는 귀신소리같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검은등뻐꾸기로 5월 산행을 하다보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새소리인데 밤에도 울어댄다.
검은등뻐꾸기도 일반 뻐꾸기처럼 탁란을 하나?
검은등 뻐꾸기는 텃새인가? 아니면 철새인가?
검은등뻐꾸기는 왜 그리 울어대나? 산행을 하며 이러한 궁금증이 생겨 글을 쓰면서 공부를 했다.
검은등빼꾸기는 대만이나 필리핀 등에서 월동을 하고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여름 철새로 이 새가 찾아와 울면 5월 중순이고, 그가 울면 모내기도 끝난다고 한다.
모내기가 끝난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이면 사람들은 한가하지만 검은등뻐꾸기는 이 때가 제일 바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알을 낳고 3~4개월이 지나면 검은등뻐꾸기는 우리나라를 떠나야 하는데 시간의 촉박함을 아는 검은등뻐꾸기는 짝을 찾기위해 밤이고 낮이고 울어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놈도 뻐꾸기와 같아서 알은 낳지만 새끼를 부양하지는 않으므로 남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 야비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한놈이 알을 12개를 낳는다고 하니 남의 둥지12개를 찾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검은등뻐꾸기가 노리는 새는 뱁새나 멧새, 오목눈이가 대상인데 요즘 세상이 어지러우니 검은등뻐꾸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놈들의 희생이 되는 뱁새나 오목눈이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름 모를 새와 검은등뻐꾸기의 안내를 받으며 1시간 정도 올랐는데, 언젠가부터 올빼미가 합세했는데 마치 전설의 고향에서 주변이 음산할 때 올빼미의 울음이 나오고는 하던데 음산하기보다는 모두 친근감이 느껴진다.
어둠속에서 가끔은 랜턴을 끄고 숲속 밖 하늘을 살피기도 하면서 1시간 정도 오르자 연하천3거리를 지나고 이곳을 지나며 랜턴은 랜턴의 임무를 다하고 배낭속으로 사라진다.
날이 밝아오자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좌측으로 계곡을 꽉 채우고, 지리산의 새벽을 여는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가다보면 어느 새 임도 끝지점에 도착한다.
지나온 방향을 보니 계곡 좌편 허리를 에돌아 지난 임도가 조금 드러나고 좌측 별바위등과 그 뒤로 영원령이 우측으로 멀리 삼정산이 보이는데..... 저리도 먼 곳을 갈 수 있다니, 스스로가 놀란다.
잠시 주변을 조망하고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 힘들게 12분을 올라 벽소령 대피소로 올라선다.
▷음정 벽소령 대피소 들머리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 산행거리5.73km, 산행시간1시간48분, 해발1332m, 현재시간 05시53분이다.
○벽소령(碧宵嶺) 대피소에서 삼각고지 구간
벽소령 대피소
지금 대피소가 있는 이곳은 벽소령이라는 고개가 있던 곳으로 고개 이름이다.
그러면 벽소령이라는 고개는 어디서 어디를 잇던 고개이며 언제부터 벽소령이라는 이름을 썼을까?
1912년 일제강점기에 만든 조선지지자료 지도를 보면 벽소령(碧宵嶺)이라는 고개 명칭이 나오는데 벽소령은 마천면 삼정리 현재 지리산자연휴양림을 지나 지금의 능선길을 따라 주능선, 현재 대피소가 있는 곳으로 올랐으며 벽소령 너머로는 삼점(三点)에서 길이 갈라져 한곳은 의신을 지나 신흥으로, 또 다른 한곳은 범왕동을 지나 칠불사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조선지지자료는 조선말기에 우리 선대들이 쓰던 지도를 일본 넘들이 측량을 새로한 것일 것이니 조선말에도 벽소령이라는 고개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 벽소령 대피소의 풍경은 어떨까?
벽소령 대피소 밖에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설치한 탁자가 여럿 있는데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아침을 준비하는 산객3명이 보였는데 잠시 후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더니 10명 정도가 아침 식사를 하거나 떠날 채비를 하는 산객들을 보면 분주하게 느껴진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친절하고 예절도 깍듯하다.
서로가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길안내를 해주기도 하며 간단하게 아침 요기를 하며 20분 정도 머물다가 형제봉으로 향한다.
지난2017년에는 음정에서 이곳 벽소령 휴게소를 지나 세석으로 걸었는데 오늘은 반대편으로 걷는다.
아주 오래전 백두대간을 답사할 때 천왕봉에서 이 길을 걸어 노고단을 지나 성삼재로 지났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능선을 넘나들면서 하동 방면으로 지리의 능선은 나타나는데 마천방향은 잡목으로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등로는 여러 번의 석문을 지나고, 능선 너머로는 붉게 핀 병꽃나무 뒤로 멀리 왕시루봉이 보인다.
우측으로는 책들을 케케이 쌓아 놓은 듯한 바위가 있는 무명봉을 지나고, 간이 전망대에 올라선 시간은 벽소령 대피소를 떠난 지 20분이 지나서다.
가야할 방향으로 형제봉이 우뚝하고, 남쪽 방향으로는 멀리 광양의 백운산이 뿌옇게 보이고, 그 앞으로 삼신봉에서 내삼신봉으로, 내삼신봉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이 이어지고, 화개천을 가운데 두고 형제봉과 마주보고 왕시루봉이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하고 다시 능선을 걷는다.
뒤에서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있는데 조금 전 벽소령 대피소에서 5분여 대화를 나눈 산친구다.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는데 이 친구는 예천에서 온 친구로 성삼재에 주차를 하고 친구들과 하루 산행을 한 뒤 벽소령에서 1박을 했는데 친구들은 천왕봉으로 향했는데 이 친구는 차를 회수하기위해 성삼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벽소령에서 임도길을 따라 음정으로 내려가서 마천에서 인월로 갈 것을 권유했는데 이곳 지리를 모른다고 다시 어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이후로 예천친구와 삼각고지 정상까지 같이 걸었으며 삼각고지 정상에서 주변 사진을 찍어야 하고, 어차피 가야할 길이 서로 다르므로 작별을 했는데 성삼재까지는 무사히 돌아갔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벽소령 휴게소를 떠난 지 35분이 지나 거대한 바위 옆을 지나는 곳에 형제봉 이정표(노고단12.6km↔벽소령대피소1.5km)가 나온다.
형제봉에 관련한 이야기다.
현오님의 글을 보면 형제봉을 부자바위, 또는 부자봉이라 하는데 형제봉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하는데 부자바위, 부자봉에 대한 이야기다.
양정, 음정, 하정이 곧 삼정으로 삼정리 사람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고 부르고 국토지리정보원의 정식명칭인 형제봉을 부자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연유는 형제봉에서 북측으로 이어진 광대골에 예로부터 나무꾼과 선녀같은 전설이 전한다는 것인데 이런 전설은 금강산에만 있었던 게 아닌가보다.
광대골 나무꾼이 선녀를 낚아챘는지 나무꾼과 선녀 사이에 아들2명을 두었는데 선녀를 너무 믿었는지 경계를 게을리 하던 어느 날, 선녀가 하늘로 날아올라갔고 그 이후로 3부자는 지리산 꼭대기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돌아오지 않는 엄마, 부인을 부르며 애타게 기다리다가 바위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곳 바위를 부자바위 형제봉을 부자봉으로 부른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옛날부터 전해지는 전설인지 금강산 전설을 카피해서 이곳에 붙인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런가하면 이정표 뒤로 있는 비박굴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했는데 1955년 구례 연하반산악회에서 지리산등산로 개척산행을 하면서 이곳에서 비박을 하고 이곳을 그들 산악회 이름을 차용해 연하굴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가까운 곳에 벽소령 대피소가 세워지면서 이곳 연하굴에서 비박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러면서 연하굴은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하굴을 보고 5분 정도 오르면 부자봉, 그러니까 형제봉 정상이다.
부자봉 정상부에는 아래 큰 바위 위에 작은 2개의 바위가 얹혀 있는데 부자바위의 전설을 생각하면 삼정리 나무꾼과 선녀의 2아들 같은 측은함이 든다.
함께 가던 예천 산친구를 먼저 보내고, 사방 조망을 한다.
동쪽 방향을 보면 용이 꿈틀대는 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측으로 촛대봉이 보이고 촛대봉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꾼 주능선은 이어서 연하봉,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에 이르고 이어서 중봉을 지나 하봉으로, 하봉에서 두류봉으로 이어 달린다.
촛대봉 가기 전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남부능선은 삼신봉이 우뚝하고, 삼신봉 뒤로 외삼신봉이, 우측으로는 내삼신봉이 우뚝하며, 가야할 서쪽 방향으로는 잡목으로 주봉들은 보이지 않고 왕시루봉만 외롭게 모습을 보인다.
잠시 형제봉에서 조망을 마치고 내려서서 약15분 정도 지나면 거대한 바위가 옆으로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는데. 공단에서 접근금지 팻말을 붙여 놓았다.
이곳을 지나 5분을 더 가면 멋있는 석문을 지나고, 석문에서 10분을 더 올라 지리이정목 01-24가 세워진 곳에 도달하니 이곳이 삼각고지다.
▷음정 벽소령 대피소 들머리에서 삼각고지까지 산행거리8.10km, 산행시간3시간25분, 해발1484m(이정목1492m), 현재시간 07시30분이다.
○삼각고지에서 영원령 정상 구간
삼각고지~
산봉의 분위기가 마치 군부대들의 작전을 벌이고 작전을 수행하는 전방의 고지를 연상케 하는데 삼각고지의 유래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지만 확실한 유래를 알 수가 없다.
지리산 주릉은 천왕봉을 시작으로 노고단(길상봉)까지 모든 산봉이 봉우리 峰(봉)을 쓰고 있는데 이곳 삼각고지는 봉우리 峰을 쓰지 않는 유일한 봉우리다.
전방도 아니고..... 전방에는 1950년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철원의 서쪽에서는 피아간의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백마고지 일대를 철의 삼각지대라고 부른다는데 여긴 전방도 아닌데 삼각고지라는 산봉이 있다니.......
이런 건 아닐까?
한국전쟁 휴전이후, 전국 곳곳에 잔당들이 남아 활동했다고 하는데 그중 제일 명성이 높던 곳이 지리산이라고 하니 빨치산 잔당을 토벌하는 작전과 관련이 있었던 건 아닌지.
궁금중이 발동해 지리산국립공원과 함양군분소, 하동군분소 등에 민원을 제기해 보았다........... 정확한 유래는 알지 못하고 지리산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사람에게 구한 답변이라며 설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할 때부터 삼각고지라는 지명이 유래되었을 것이라는 설과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측량을 하며 기점으로 삼으며 불렸을 것이라는 설이라는 답변이었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조선지지자료에는 벽소령(1273m), 형제봉은 지명이나 고도표기가 모두 없으며, 삼각고지와 명선봉은 지명은 표기되지 않았고 삼각고지(1570m), 명선봉(1581m)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지리산 주릉은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지나며 산명이나 지명을 기록한 곳은 반야봉, 벽소령, 천왕봉뿐이다.
삼각고지는 또 다른 의미로 지리산 북부능선이 분기하는 산봉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정상부에서 등로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연하천 방향으로 조금 내려선 지점에서 분기했는데 등로는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는데 3거리에서 우측 등로가 지리산 북부능선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삼각고지 정상부는 꽤나 넓은 편이며 약간 경사가 지기는 했지만 40~50명 정도 들어설 수 있는 육봉의 안전지대이며 주변 잡목으로 조망은 제한적인데 남서방향으로 조망이 열리는데 형제봉에서 보다 조망은 안 좋은 편이다.
정상에서 밋밋한 등로를 따라 3~4분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직진은 지리산 주릉으로 약0.7km를 더 지나면 연하천 대피소가 나오고, 우측은 지리산 북부능선이면서 잘 나 있는 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서면 새벽에 올라온 임도와 연결되어 있다.
3거리에는 초소가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서 지나쳐 0.5km를 지났는데 영하천으로 가는 등로 사정은 아주 편했고 연하천 대피소에 가깝게 접근하자 산행을 준비하는 산객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북쪽을 보니 삼정산이 우측으로 보이자 조금전 지나온 3거리가 북부능선 갈림길임을 알고 이곳에서 알바를 끝내고 빠른 속도로 삼거리로 컴백했지만 20분 가까운 아까운 시간을 버렸다.
다시 찾은 3거리는 조용했고 국공초소와 지리이정목 1-23이 있는 삼거리에서 등로로 들어서며 북부능선 답사가 시작된다.
오늘 이 산행의 모티브는 전부터 알고 지내는 현오 권태화님이 현오님과 지인인 이한검님과 함께 북부능선을 답사한 산행기를 올리는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빠른 시일내로 이곳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을 가동케 한사람은 우리나라 단맥의 일인자이면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자하 신경수님이 겨울 눈속에 사투를 벌이며 답사한 것이 오늘을 만들게 된 것이다.
3거리에서 북부능선으로 가는 등로 상태는 아주 양호한 편으로 산길로 치자면 고속도로나 다름이 없는데 출발을 하면서 약5분 정도 지나면 산릉이 풀이 전무한 백화현상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산죽이 몇 년 전에 죽고 다시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전의 천이현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영원령 오름길까지 싱싱한 산죽, 꽃이 핀 후 죽어가는 산죽, 이미 수명을 다하고 죽은 채 서있는 산죽, 비바람에 의해 죽은 산죽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로 뒹구는 산죽, 초입과 같이 새로운 식물이 자리를 잡는 형태 등이 부분적으로 계속 반복된다.
이런 구간으로 20분을 지나면 능선3거리가 나오는데 북부능선은 직진이고,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은 벽소령 임도길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곳에서 벽소령 임도까지는 약0.5km로 15~20분이면 내려설 수 있는데 이곳 샛길을 이용해 북부능선을 답사하는 경우 임도길에서 이곳으로 올라, 3거리를 경유해 삼각고지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방법으로 벽소령 대피소를 생략한다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도 있다.
이곳 3거리에서 북부능선 방향으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국립공원 측에 죄송한 마음을 가진 채 통제라인을 넘어 선다.
금줄을 넘으면 곰 출현지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고, 조금 더 지나면 산죽이 죽은 채 회갈색은로 변한 죽은 산죽이 등로 좌우에 널려있는데 불과 6년전 현오님이 이 길을 지날 때만해도 별바위등으로 가는 능선은 싱싱한 산죽이었다.
별바위등으로 가며 주변 조망은 전혀 없는데 숲 사이 좁은 공간으로 밖의 세상이 열려 능선밖 세상을 보니 천왕봉 일대가 보였는데 한신계곡 쯤에서 운해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 등로로 들어서서 조금 지나자 별바위등에 도착했는데 금줄을 넘은 지 17분이 지난 시간이었으며 별바위등 정상은 진달래나무와 졸참나무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전혀 없고, 바닥에는 죽은 산죽이 흉하게 서있고 바위덩어리 3~4개가 보였는데 전에 많은 선답자들이 붙여 놓았을 표지기도 공단에서 제거했는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별바위등이라~
다른 산에는 이런 봉 이름이 없는데 이곳 지리산에는 봉(峰)대신 등(嶝)을 사용하는 곳이 이곳 말고도 흰듬등, 불무장등이라는 곳도 있는데 별바위등이라는 이름도 언제부터인지 모르는데 지리산국립공원에 물어볼까? 하다가 삼각고지의 유래도 모르는데 별바위등의 유래라고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화하지 않았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삼각고지와 같이 아무런 지명이나 고도 표기가 없는 평범한 봉우리다.
별바위등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간단히 간식을 취하고 커피한잔으로 기운을 북돋는다.
별바위등에서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는 별바위등과 비슷한 봉우리가 연속해서 2봉우리가 나온다.
능선이 크게 오르고 내림은 없어 힘들지는 않은데 별바위등을 지나 20분 정도 지나면 1392봉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지나온 별바위봉을 볼 수 있지만 잡목이 많아 조망은 허용되지 않는다.
1392봉을 내려서 조금 지나면 산죽이 죽은 뒤 흔적이 사라지는 상태로 진행되는 능선을 지나 다시 싱싱한 산죽이 있는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정상부에 닿게 되는데 1392봉에서 10분 거리로 이곳이 1382봉으로 어느 지도에는 망바위봉으로 나오기도 하고 도솔암 갈림길이 이곳이라고 해서 도솔암갈림봉으로 적기도 한다.
도솔암은 언제 생긴 암자인지 아직 미답인 곳인데 조선지지자료에는 도솔암이라는 암자는 나오지 않는다.
이곳 1382봉은 북부능선으로 들어서서 첫 번째로 조망이 터지는 곳인데 그렇다고 사방이 뻥 뚫린 곳은 아니고 최대치는 좌측으로 삼각고지에서 우측 만복대까지다.
1282봉 정상은 조망이 가능한 곳이지만 좁은 공간인데, 동쪽 방향으로 선명한 길이 나있는데 이 길은 도솔암으로 내려서는 길로 산길앱지도나 카카오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다.
1382봉을 내려서서 6~7분을 지나면 산죽이 무성한 능선, 노각나무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선명한 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 역시도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길이므로 북부능선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선다면 1382봉이나 노각나무갈림길을 이용하면 된다.
노각나무가 있는 도솔암 갈림길을 지나서 1337봉을 지나고 1329봉을 내려서면 능선은 약간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좌측으로 내려서는 선명한 길이 있다.
길이 갈리는 곳이다.
선명한 길은 좌측 아래 방향으로 나있고, 능선길은 희미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곳에서 능선길로 가야하며 선명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지리산 천년송이 있는 부운리 와운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부운리 갈림길을 지나 걷기 좋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10분을 지나면 등로 좌측으로 거목 4지송이 있는 간이전망바위가 있는 곳에 오르게 되는데 이곳이 1301봉이다.
1301봉에서는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간이전망대에 서면 최대치는 좌측으로 반야봉, 우측으로는 만복대를 지나 고리봉까지인데 중간에 정령치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조망을 마치고 1301봉을 뒤로하고 5분여를 지나면 1252봉을 지나며 1252봉을 막 지나며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 우측으로 영원사로 내려서는 샛길이 있다.
내리막길로 내려서서 순한 능선길을 15분 정도 지나면 거친 등로가 나오며 진달래나무가 무성한 1231봉에 닿는데 이곳에서는 가야할 방향으로 영원령과 영원봉 전망바위, 그리고 뒤로 삼정산이 조망되고 우측으로 잡목 사이로는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하봉이 구름에 조금 모습을 가린 채 우뚝하다.
1231봉에서 조망을 마치고 첫발을 떼어 놓는 곳은 규모가 작은 절벽지대로 작은 로프가 매있어 그나마 내려서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조심스럽게 절벽지대를 내려서면 밋밋한 능선으로 5분이 지속되며 안부에 닿게 되는데 이곳 안부는 등로4거리로 동서로 확연하게 길이 나있는데 현오님의 글을 인용하면 대부분의 고개는 암자와 암자를 잇는 고개이지만 이곳 같은 경우는 마천 삼정리와 산내 부운리를 넘나들던 고개라는 것인데 안부 우측길로 내려서면 음정으로 가기 전 영원사를 경유하게 된다.
안부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 좌우로는 산죽이 무성하며 이곳 안부에서 서서히 오름이 시작되며 6~7분을 오르면 넝쿨이 우거진 폐헬기장을 지나며 이어서 1169.2봉 좌측 사면으로 지난다.
이어서 키큰 산죽이 빼곡한 능선은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는데 길이 능선을 따라 직진으로 가는 길과, 능선을 벗어나는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로 등로가 갈라지는데 좌측길은 선명하고 직진길은 확연하기는 해도 좌측길에 비해 사람들이 적게 다닌 것 같다.
망설이다가 좌측으로 들어서서 6분을 올라 능선으로 올라섰는데 능선 좌측으로 멀지 않은 곳에 암봉이 보인다.
무언가에 이끌리 듯 암봉으로 가니, 와우~~~ 오늘 산행의 최고 전망대가 있는데 거대한 암봉 전망대도 일품이지만 이곳에서 펼쳐지는 조망 또한 일품이다.
최대치는 좌측으로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며 가운데 정면으로 반야봉이, 우측으로는 만복대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능선은 바래봉을 지나 덕두산까지 시원하게 능선 풍경이 드러난다.
거대한 암봉 아래로는 뱀사골 초입인 와운마을이 보이고, 뱀사골계곡 뒤로는 망바위봉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심마니능선이 보이고, 반야중봉 아래 묘향대를 찾아보려했는데 금색지붕이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 어느 산객의 산행기록에서 삼각고지에서 북부능선으로 내려서서 이곳 전망대에서 와운마을로 내려섰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조금 전 능선을 오르다가 갈림길에서 좌측길을 택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볼 수 있다.
한동안 주변 산릉을 보고 전망대에서 내려서며 확인하니 전망바위 우측으로 와운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확연하게 나 있었다.
내가 갈길은 주능선의 영원령이므로 와운마을 갈림길을 뒤로하고 능선으로 조금 지나자 암릉이 나타나고 길이 선명치 않아 애를 먹었는데 길은 암봉능선 우측으로 이어진다.
암봉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조금 지나면 주능선길과 다시 만나는 3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5분을 더 오르면 영원령 정상이다.
▷음정 벽소령 대피소 들머리에서 영원령까지 산행거리14.15km, 산행시간6시간33분, 해발1288m(도면1290.5m), 현재시간 11시38분이다.
○영원령에서 정상석이 있는 삼정산정상 구간
1290.5봉
산길앱지도에는 1288봉을 나타난다.
엄격히 거론하면 1290.5봉이고 대충 거론하면 영원령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2목적지가 있는데 폐삼각점이 있는 곳은 1290.5봉이고, 이곳에서 1분 정도 지나면 그곳이 영원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지지자료에는 영원령이라는 지명도 없고, 표고는 1281m로 표기되어 있다.
먼저 삼각점에 대한 이야기인데 예전에 측량의 깃점이 되는 삼각점으로 쓰였던 곳으로 삼각점에는 「운봉305, 1981재설」이러고 음각된 3등급 삼각점인데 지도상에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가되는 폐삼각점이라는데 관할기관에서 폐기시켜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가끔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원령 정상에서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이 조망되지만 주변 잡목을 제거하지 않아 조망은 좋지 않은편이다.
영원령에 대해서는 지도를 자세히 관찰하면 정상부에서 조금 북쪽으로 치우친 곳에영원령이라고 표기했는데 현오님 산행사진을 보면 능선 좌,우측으로 표지기가 제법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현재는 표지기를 하나도 없으므로 영원령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지났다.
물론 이곳뿐이 아니고 북부능선을 통털어 표지기는 10개도 보지 못했는데 공단, 아니면 어떤 산객이 북부능선을 지나며 보이는 대로 떼어버렸을 수도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1290.5봉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까지 강한 햇빛이 없었는데 이곳에 올라서며 햇빛도 함께 나타난다.
정상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늘로 숨어들어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맛있게 먹어야할 점심이 그러지 못했지만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배를 채우고 커피한잔으로 기분을 전환한다.
영원령을 지나서 이제는 삼정산이 남았다.
걷는 숲속 사이로 보이는 웅장한 삼정산에 내 스스로가 위축되지만 그래도 어차피 넘어야할 산으로 힘을 내본다.
영원령을 지나 죽은 산죽이 있는 능선을 10여분 지나면 천이가 끝났는지 작은 산죽지대가 10여분 이어지다가 등로 옆, 나무에 무언가 달렸다.
동물활동 카메라인지 알고 바라보니 카메라가 인식하고 경고방송을 내보내니 급하게 현장을 벗어나고, 2분 뒤에 정상 등로에 닿는데 지나온 방향에 츨입을 금하는 입간판이 있고 작은 함석간판에는 우측으로 영원사가 있다는 표기를 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도솔암은 나타나지 않았고 영원사 역시 없는데 위치가 조금 다른 곳에 영원서거 아닌 靈巖寺(영암사)라는 사찰이 표기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이 불과 100여년전에 그린지도에 나타난 것인데 천년사찰이라고 하는데 무엇이 맞는 것인지........
연하천3거리 입간판이 있는 곳까지가 비탐방로이고 이곳부터는 정규 탐방로가 되는 것이다.
이곳 영원서로 내려서는 고개가 빗기재라는 고개다.
이곳 빗기재부터는 정규탐방로로 칠암자 순례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등로인데 그러니까 연하천 3거리 출입금지 입간판부터 이곳 출입금지 입간판까지가 비법정 탐방오이고 이곳부터는 비탐이 해지되는 것이다.
이곳 빗기재는 쉼터가 되는 곳으로, 4각기둥 같은 목재로 튼튼하게 만든 2개의 평상같은 의자가 있고, 영원사가 있는 우측으로 선명하게 등로가 나 있고, 공단에서 세운 이정표(↓영원사0.8km,→상무주1.0km,약수암4.9km)가 있다.
빗기재를 떠나 5분여 오르막을 지나자 잠시 로프가 있는 암릉지대를 네발로 기어 오른다.
이어서 죽은 산죽이 있는 지대를 지나면 산죽의 흔적이 없고, 푸른 풀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사면이 잠시 이어지는데 이러한 풍경이 산행을 하면서 늘 보았던 풍경인데 북부능선에서는 산죽이 죽고, 죽어가고, 살고, 싱싱하고, 맨땅 등등 천이가 진행중인 것만 보고 지났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초지풍경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약수암과 영원사가 위, 아래에 표기된 지리이정목 30-2를 지나면 다시 풍성한 산죽길이 나타나고, 이어서 거대한 바위 옆을 지나면 정규 등로는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며 사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능선으로 오르는 희미한 길이 있는데 능선? 아니면 정상 등로? 잠시 망설이다가 능선을 택한다.
나중에 알 수 있었지만 능선보다는 정규등로로 지났어야 했다.
정규 등로로 들어서면 얼마가지 않아 삼정산 정상석이 있는 정상까지가 정규탐방로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서 칠암자 순례를 할 수 있도록 탐방로를 지정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능선으로 지났는데 능선길로 지나도 특별한 지형지물은 없이 잡목을 헤치며 20분을 오르면 정규 탐방로로 오르는 길과 만나는데 만나는 지점이 지나온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간이 전망대가 있다.
간이 전망대에서면 최대치는 좌측으로 영신봉, 우측으로 반야봉이며 중앙에 삼각고지가 위치한다.
잠시 조망을 마치고 능선을 따라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삼정산 정상표지석이 있는 정상이다.
▷음정 벽소령 대피소 들머리에서 정상표지석이 있는 삼정산정상까지 산행거리16.26km, 산행시간8시간17분, 해발1252m(정상석1182m), 현재시간 13시22분이다.
○삼정산에서 전망대를 경유, 유천 날머리 구간
삼정산
삼정산은 산 동쪽 아래 양정, 음정, 하정, 즉 3개 마을인 삼정리에서 산 이름을 차용한 것인지, 산 이름에서 삼정을 차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정리와는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조선지지자료에 삼정산이라는 산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을이름인 삼정을 차용해 나중에 삼정산이라는 산명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지리산 북부능선을 답사하는 산꾼들은 삼정산에 오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삼정산 정상 위치 때문인데 현재 위치하고 있는 곳은 삼정산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인데 정상표지석은 예전에 없던 곳에 함양군에서 표지석을 세웠다는 것이고, 지도에는 이곳에서 정확하게 능선으로 1km 북측에 위치한 1156.2봉(산길앱 실측1146m)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삼정산 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하기만 했다.
조금 전 전망바위에서 아래 방향에서 들리는 남녀의 대화가 있었는데 이들은 삼정산 정상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간 것 같다.
칠암자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정규탐방로에서 정상석이 있는 이곳 삼정산까지는 합법적인 정규탐방로이고 이곳에서 능선으로 가는 능선길은 비범정 탐방로가 되는데 능선으로 지나면 전망대 아래 안부에서 다시 만난다.
그러므로 이곳 정상에서 칠암자 순례자는 하산을 하고 북부능선 답사자는 능선길로 지나는 게 대부분이다.
삼정산 정상에서는 10분을 머물고 능선으로 스며든다.
정상표지석이 있는 정상을 떠나면 능선은 계속 산죽길인데 산죽이 무성한 능선길을 따라 7분 정도 지나면 1215봉을 지나는데 이곳은 도면상 1224.7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1215봉을 지나면 능선의 형태는 비슷하며 약10분이 지나 1177봉을 지나는데 이곳은 도면상 1183.6m로 표기된 곳인데 산죽이 무성한 능선길이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조망도 전혀 없고 가도 가도 능선은 산죽길로 변화라는 것이 없다.
1177봉을 지나 도면상 삼정산을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게 되었는데 실제로 도면상 삼정산 정상은 밋밋하고, 정상을 알리는 표식이나, 정상으로 생각할 아무런 흔적이 없어 무명봉으로 생각하고 지나게 된다.
필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이곳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봉우리가 너무 밋밋하고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지도에 삼정산 정상이라고 표기된 이곳은 100년전에는 어떻게 기록했을까?
현재 삼정산은 조선지지자료에 시루 甑(증), 봉우리 峰(봉), 즉 시루봉으로 세월이 지나며 삼정산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엎어 놓은 시루는 양옆으로 경사가 심하지만 중앙은 밋밋하거나 평평하다는 뜻에서 시루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인데 이곳 시루봉도 언제 지났는지 잘 모르고 지날 정도로 정상부가 밋밋하다.
정상을 지난 것도 모른 채 한동안 지났는데도 정상이 나오지 않아 지루함이 더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이 훤하게 터지며 낭떠러지기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도면상 삼정산을 확인하니 지나쳐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고,당시에는 삼정산 정상을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다행히 봉우리마다 사진을 찍으며 지난 덕에 정상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망바위~
이곳 전망바위는 영원봉 전망바위에 이어 북부능선에서는 2번째로 조망이 터지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최대치는 좌측 바래봉 정상에서 중앙으로 미답산인 삼봉산과 법화산, 우측으로 와불산, 천왕봉까지다.
이곳에서 보는 중앙과 우측은 대부분 미답인데 천왕봉에서 와불산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이 그립고 고프다.
또한 가깝게 보이기는 미답산인 백운산과 금대봉, 창암산이 있는데 아직 미답이라 산봉 하나하나는 잘 모르지만 언젠가 이러한 산을 오르게 되면 북부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보았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
특히 실상사가 내려다보이고 지나야할 마지막 봉우리인 767.9봉이 내려다보이는데 실상사는 들판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사찰이기도 하다.
조망을 하며 퍼져서 한동안을 쉬어간다.
낭떠러지기 전망바위 하산은 우측으로 내려서는데 있어야할 로프가 없는데 이러면 겨울철 이곳으로 어떻게 내려서야 한다는 것인지.....
나무스틱을 아래로 집어던지고 돌출된 바위를 확실하게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섰고 내려서서 이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나 찾아보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전망바위를 내려서면 급경사는 계속 이어지는데 등로는 거대한 전망바위 밑둥을 에돌며 방향을 좌측으로 바꾸고, 과장을 하면 거의 90도 되는 경사길을 12분 정도 내려서자 V곡 안부로 내려선다.
카카오 지도나 산길앱 지도에서는 이곳 안부가 칠암자 순례길인 정규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인데 어쩐 일인지 합도지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안부에서 다시 잠시 오름을 한 뒤 다시 3~4분 내려서면 능선이 분기하는데 좌측능선과 우측능선으로 모두 길이 나있는데 좌측으로도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있고 우측으로도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있다.
잠시 서서 망설이다가 좌측능선으로 내려섰다.
순간의 판단이 오늘 산행 유종의 미를 앗아가 버렸으니 능선 분기점에서 우측능선으로 들어서야 했다.
처음에는 길이 확연했고,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능선을 타고 시원스럽게 내려선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지점부터는 지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 선답자가 좌측 능선으로 들어섰다가 알바라는 것을 알고 능선 분기점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한동안 내려와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측을 보니 능선이 보였는데 우측능선이 767.9봉으로 지나는 능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도 문제다.
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빽을 해서 탐방로로 지났어야 했는데 늘 혼자서 산을 다니던 습관으로 흔적없는 능선으로 내려서기로 했다.
능선은 무명봉을 넘으면 조망이 터지려나, 다시 무명봉을 넘으면 확실한 길이 나타나려나, 다시 무명봉을 넘으면 마을이 보이려나.......
무수히 무명봉을 넘어도 답답하기만 했고 곳곳에는 멧돼지들의 식흔이 나타나고, 답답하기만 능선을 내려서는데 이 능선의 끝은 어디인가? 하면서 계곡 내려선다.
그러면서도 이해가지 않는 행동이 있었다.
북부능선 초입과 중간에 카카오지도를 열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10차례는 확인을 했는데 알바가 시작되던 능선 분기점이나 한동안을 내려선 지점에서 현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 머리가 둔해서인지 길 찾는데 신경을 쓰다가 스마트폰의 카카오지도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알바지점에서 30분을 내려선 지점에서 능선이 2로 분기하자 이때 우측능선으로 내려섰고, 이곳에서 5~6분 내려서자 안부에 닿았고 우측 가까운 곳에 계곡이 있어 계곡으로 내려서려고 시도 했는데 계곡은 잡목에 넝쿨이 너무 심해 헤쳐 나갈 수가 없어 다시 능선으로 복귀한다.
이어서 다시 무명봉으로 올라 우측으로 분기하는 능선을 택해 10분을 지나자 우측으로 가깝게 계곡이 있다.
계곡으로 들어섰는데 조금전 시도했던 계곡과 흡사하게 잡목과 넝쿨의 저항이 너무나 심했다.
나무스틱을 굵은 것으로 마련하기를 잘했다.
오늘 산행에 임하며 짐을 덜기위해 스틱은 가져오지 않았고 톱을 가지고와서 별바위등을 지나서 바닥에 뒹구는 죽은 노간주나무나무를 현장스틱으로 만들었다.
가지를 정리하고 껍질을 벗기고...... 조금 굵어 둔하기는 해도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했다.
이때 굵은 스틱이 한 목을 했는데 계곡으로 들어서서 잡목과 넝쿨에 칼싸움하듯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칼땐스를 추었다, 마치 경호대장이니 된 듯이....
칼 싸움을 10여분 하니 땀도 많이 흐르고 완전히 개고생을 한 후 농지로 올라섰는데.....
계곡을 벗어나 농지로 올라가서 보니 무명봉을 그대로 넘었던가, 계곡으로 들어오지 말고 앞으로 조금만 더 갔더라면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되는 건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어디가 처한 위기를 벗어나는 곳인지 인지할 수 없는 것이 꼭 우리 인생사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인생을 한 수 배우며 사는 거 같다.
농지로 올라선 곳은 고사리 재배지다.
봄철 고사리를 모두 따고 다시 나는 건지 아니면 아직 수확을 거두 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나는 고사리 싹이 아주 적었다.
고사리재배단지에서 농로를 따라 내려서니 과수원이 나오고 과수원을 지나자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일하는 농부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버스정류장을 물어보니 일러 준다.
농부가 일러준 대로 내려서니 입석리 삼화리마을 중간을 가로질러 삼화교를 건넜고 삼화교를 건너면 가까운 곳에 원천정류장이 나오니 날머리가 장항리 원천마을이 된 것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반선이고, 우측으로 가면 산내면이 된다.
▷음정 벽소령 임도 들머리에서 원천버스정류장 날머리까지 산행거리21.96km, 산행시간12시간10분, 해발341m, 현재시간 16시15분이다.
○이 후
막판에 마구잡이 산행으로 하산은 무사히 할 수 있었는데 이곳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고 뱀사골로 들어가는 초입이라는 사실이외는 아는 게 없습니다.
정류장에는 남녀 2분이 차를 기다리고 있어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20분만 있으면 버스가 온다고 합니다.
인월로 가서 버스를 타려고 인월터미널로 전화를 해서 서울행 버스를 물어보니 5시, 5시50분 6시에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차를 기다리는 분의 말씀이 잠시 후 온다는 버스가 남원까지 간다는 소리에 남원역으로 가는지? 물어보니 남원역이 종점이라고 합니다.
이게 웬 횡재입니까?
급히 스마트폰으로 가차시간을 알아보니 19시04분인데 모두 매진이고 다음 기차까지도 매진입니다.
괜시리 기분만 좋다가 말았습니다.
잠시 후 다시 검색하니 한 자리가 나옵니다.
잽싸게 예매를 합니다.
차를 기다리는 어르신에게 남원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으니 1시간2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러면 6시 정각에 남원역이고 1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산내면사무소에서 16시30분에 출발한 7번 버스가 16시36분이 되어 정류장에 왔고, 이곳에서 턴해서 남원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남원역에 도착했고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상경할 수 있었는데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능선 갈림길에서 왜 우측으로 가야하는데 좌측으로 내려섰을까? 당시의 순각 착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로 몸은 서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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