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산행기
산행일시: 2003년 4 월16일
누구와: 정토산악회원40여명과 집사람과 함께
산행거리: 약 17㎞
산행시간:9시간40분 (04:30~14:10)
산행코스: 보경사주차장(04:30)-문수봉(662m,06:00)-내연산 삼지봉(710m, 07:20)-내연산향로봉(930m,09:20)-시명리(10:50)-관음폭포(12:50)-보경사주차장(14:10)
구간별 거리:보경사 주차장⇒ 문수산(2.3km) ⇒ 삼지봉(2.6km) ⇒ 향로봉(3.7km)⇒ 시명리(1.7km)⇒ 관음폭포(3.5km ) ⇒ 보경사주차장(3km )
새벽공기를 가르며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여명이 채 가시기전인 04시20분에 우리를 실은 버스는 내연산 보경사 주차장에 들어선다.
간단하게 볼일을 보고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는 대장의 지시에 의해 대원들은 부산을 떨며 바삐 움직인다.
아직은 새벽녘에도 찬 기운이 남아 있어 입김이 서린다.
무박산행에 경험이 적어 전지를 준비하지 못해 중간에 다른 대원들의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하여 보경사 옆길을 끼고 산행을 시작한다.
청하골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어느 정도 올라가더니 우측 문수암이 표시된 길을 들머리로 경사진 도로를 따라 올라선다.
힘에 부쳐 뒤로 쳐지기 시작하며 한사람씩 우리를 추월하더니 후미로 전락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지그재그 등산로를 힘들게 올라가니 문수암입구 이정표가 우스운 모양으로 우리를 마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해야 하나 힘이 들어 그럭저럭 인사를 나누고 여명이 깃든 문수산을 찾아 또 올라선다.
완전히 날이 밝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묘를 지나 편안한 등로가 이어지고 우측으로 보경사 우측들머리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닿으며 한결 등산로는 완만해 진다.
얼마오르간간이 나무숲 사이로 청하골의 상생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들었던 명성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듯 작은 두 줄기의 폭포는 기대를 져 버리는 듯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선두로 치고 나가고 싶었으나 집사람이 힘들어하니 오늘은 집사람 보호자로서의 산행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편안한 걸음으로 조금 올라서 문수봉에 올라섰으나 조망도 시원치 않고 정상석이 있으니 문수봉이라고 알지 표식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봉이다.
문수봉을 뒤로하고 잡목이 우거진 길을 지나 울창한 송림 사이를 기분 좋게 걷는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능선 길을 가다보니 삼지봉 400m 못 미친 지점에 삼지봉의 유래에 대한 안내가 있으며 삼지봉은 문수봉, 향로봉, 북동대산 3곳으로 갈라지는 위치에 있는 봉우리이므로 삼지봉이라고 한단다.
해발 710m의 내연산(內延山) 삼지봉(三枝峰)에 올라섰다.
헬기장이 있는 넓은 봉우리로 사방은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숲을 이루어 문수봉과 같이 산정에서의 조망의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일행 일부가 헬기장 한편에 버너에 불을 피우고 라면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는 팀이 있으며 또 다른 팀도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기에 우리도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하지만 땀을 많이 흘려서 목이 마르고 밥맛은 없으나 나중에 체력을 유지하기위해 억지로 식사를 하고 향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계속되는 참나무 숲길에 키 작은 나무숲 터널을 지나며 점점 고도를 높이고 좌측으로 탈출로가 나있는 고개를 넘어 야생화 밭을 연상시키는 초원을 지나고 멧돼지들의 향연장을 여러 차례 지나며 하늘이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향로봉 정상석이 우리를 반긴다.
<향로봉 정상석입니다.>
정상석을 끌어안고 기쁨을 누린다.
사방을 조망하는 사이 우리가 정상을 올라설 때 정상에 머물던 사람들이 가버리니 우리 둘만이 정상에 남아 아침햇살이 퍼진 청하골 계곡과 앞에 보이는 천령산을 보며 긴 휴식을 취한다.
한동안 쉬고 앞서간 일행을 쫓아 시명리로 내려선다.
내림길은 경사가 너무 심해 등산화 앞에 엄지가 닿아 통증을 느끼는데 집사람이 발가락이 아파 내려 갈 수가 없다고 하니 이게 낭패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다고 나 혼자 내려가기도 힘든 내리막을 처를 등에 업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여러 차례 쉬어가며 내려서다보니 시명폭포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고 이어 계곡위로 나있는 너덜 길을 따라 목적지를 잃은 패잔병처럼 탈진해서 걷는다.
한동안 걸어 너덜 길을 끝내고 청하골을 가로질러 가야하는데 물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징검다리가 있어 건너뛰며 건널 만하고 앞선 일행도 신을 벗지 않고 건너뛰었기에 우리도 뛰어 넘다가 징검다리가 물에 젖어 미끄러지면서 계곡물로 빠졌다.
급한 상황에서 집사람이 잡으려다가 끌어 앉고 함께 물로 빠지는 상황을 맞는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충 물기를 짜서 입고는 다시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신세처럼 길을 떠난다.
물에 빠진 생쥐모양이 되고 시명리 하산 길에 엄지발가락을 다쳐서 절름거리며 청하골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아래로 폭포의 경관이 펼쳐지니 이것이 음폭포 인데 이 폭포는 여자의 음부를 닮아 음폭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잠시 폭포를 감상하고 다시 내림길로 들어서서 한동안을 내려섰을 때 많은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거센 물소리가 들린다.
<연산교와 관음폭포입니다.>
폭포가 있나보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웅장하고 거대한 관음폭포가 펼쳐지는데 마치 중국 무협소설에 극치의 풍경을 묘사했을 때의 그러한 모습으로 장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자리를 떠날 줄 몰랐으며 관음폭포도 빼어나지만 폭포 아래 학소대와 비하대의 모습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기기묘묘한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그리고 비하대와 학소대 그사이에 설치된 구름다리 모양의 연산적교를 건너며 황홀경에 빠져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구름다리를 꼭 폭포 가까이에 설치할 이유가 있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깎아 세운 듯한 단애에 20m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바위에 부딪치면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다시 쏟아져 내려 깊은 소를 이루고 이렇게 만들어진 폭포수는 다시 관음폭포를 만드는 것이다.
말로만 들어오던 내연산의 폭포의위상이 명성 자자한 그대로임을 실감한다.
조금씩 말라가는 옷깃을 매만지며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관음폭포와 작별을 하며 청하골을 따라 하산을 한다.
<승천하는 용과 관련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쌍폭입니다>
좁은 길을 많은 사람들이 비좁게 서로 비껴가며 한동안을 내려오니 오전 일찍 문수봉 오름길에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상생폭포에 도착한다.
하얀 암반에 두 줄기의 게선 물이 5m정도 낙하하며 만들어 낸 폭포다.
용이 승천하다가 오른쪽 산중턱 큰 바위에 꼬리를 부딪쳐 갈지(之)자가 패였다는 전설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상생폭포도 웅장한 맛은 없으나 아담한 폭포이지만 관음폭포의 웅장함과 학소대와 조화로 이루어낸 최산의 작품을 본 후라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일행들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려 내려선다.
금방이면 도착할 것 같았던 보경사는 걷고 걸어도 나타나지 않더니 몸도 마음도 지칠 즈음 이내 모습을 나타나니 새벽에 이곳을 지났으므로 보경사의 멋진 노송과 대웅전을 보지 못했으므로 경내로 들어가 잘 가꾼 노송들의 향연에 맞춰 지친 몸을 달래며 오래 머물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