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100산산행기

가리왕산 산행기

범솥말 2025. 4. 17. 11:40

가리왕산 산행기

 

산행일시: 20100228

누구와: 서울마운틴클럽회원40명과 함께

산행거리: 17

산행시간: 6시간35(10:45~16:20)

산행코스:장구목이계곡들머리(10:45)-정상3거리(12:47)-정상(상봉-망운대)(12:54.1561m)-중봉(13:40.1433m)-하봉(14:20.1380m)-오두치봉(14:32)-임도(15:15)-어도원계곡 날머리(16:20)

 

함께한 서울마운틴 클럽은?

산림청 선정 100산 중 가리왕산을 가기위해 함께한 산악회는 서울마운틴 클럽이었다.

여러곳의 산악회를 다녀봤지만 산악회는 산악회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오늘 함께 산행을 한 서울마운틴클럽은 노년층이 많으면서 산을 잘 타는 분들이 많으며 대부분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 회원으로 함께 한 사람은 나와 또 다른 부부 3명이었다. 이러한 사유로 인터넷의 광고에는 가리왕산으로 올렸으나 정회원들은 가리왕산을 다녀왔으므로 가리왕산의 정상인 상봉을 가는 것이 아니고 가리왕산 중봉으로 올라 하봉을 거쳐 어두원으로 행로를 잡았고 비회원으로 온 3명만이 가리왕산 정상을 가는 것이었다.

장구목이 들머리에 하차한 3명을 위해 고은석대장이 안내를 하기위해 함께 내렸으나 3명의 양해로 산행 후 만나기로하고 헤어진 후 3명은 개별로 가리왕산을 오르기로 하고 물레방아가 있는 들머리로 들어서서 노부부와는 산행속도가 다르기에 나 혼자 먼저 오른다.

 

장구목이 속으로 스며들다

장구목이 계곡

계곡 초입부터 계곡의 물소리는 한여름 장마철의 계곡을 연상할 정도로 우람차다.

물레방아가 설치되어 있는 들머리를 시작으로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며 계곡의 물소리와 하나가 되고 우측으로 낙엽송 군락이 자리를 잡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수림은 사군자의 대나무 기상에 못지않은 듯하며 계곡의 맑은 물과 푸른 이끼와 함께 오늘의 장구목이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아니가? 생각이 된다.

들머리에서 없던 잔설이 계곡을 오르며 점점 많아지고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는 미끄럽기도 하지만 무릎에 힘이 주어져 무릎에 부담이가는 문제로 아이젠을 착용해야만 했다.

장구목이에는 계곡마다 하얀 눈이 뒤 덮여 있어 고온으로 눈이 전부 녹은 서울근교의 산들과 대조를 이루고 고산에서도 기온의 상승으로 많은 눈은 점점 녹아 계곡이 많은 물이 흐르며 산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리왕산은 봄철 산나물이 많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산으로 알려져 있으니 예년에 비해 눈이 많이 내렸던 올 겨울에는 눈이 무척이나 쌓였을 것이었겠으나 이제 경칩을 며칠 앞두고 쌓인 눈의 양도 점점 줄어들고 빛깔도 아름다운 흰색의 빛을 점점 잃어버리며 날씨의 변화에 따라 수명을 다하며 물로 다시 태어나 계곡으로부터의 긴 여행을 한다.

 

눈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눈은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대기중에서 결정되어 녹지 않고 지면에 떨어지는 고체상태의 물로서 도심에 내린 눈은 내리면서 녹아 생명을 다하거나 불과 며칠을 넘기지 못하는 반면 고산에 내리는 눈은 겨울이 다가도록 긴 생명을 유지한다.

성경에 하늘에서 씨를 뿌릴 사 "어떤 씨앗은 옥토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어떤 씨앗은 불무에 떨어져 싹을 틔우지 못한다"는 성서의 글처럼 도심에 떨어지는 눈은 짧은 생을 마감하며 얼마나 안타깝고 슬퍼할 것이며 또 고산에 떨어지는 눈은 겨울이 다 지나도록 긴 생명을 유지하는 행운을 얻으니 큰 다행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만년설이 나도는 세계적인 고산이나 극지방의 눈은 어쩌면 인간의 수명보다 몇 십배 또는 몇 백배 이상의 천수를 누릴것으로 눈의 운명은 어느 곳에 내리는가에 의해 원형의 유지나 생명을 지키는 커다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이내 그치니 상당히 오른 것 같다.

등로가 좌측으로 꺾이며 주목나무가 하나둘 보이고 경사도가 지나온 길에 비해 심해지더니 장구목이 임도가 나오고 이정표가 있다.

 

천년을 지켜 온 주목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4.2km인데 벌써 3km를 왔으니 이제 1.2km만 오르면 되지만 모든 산이 그렇듯이 초기에는 경사도가 완만하여 오르기가 쉽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르면 오를수록 경사가 심하여 거리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임도를 지나 정상 가기까지는 가리왕산의 하이라이트인 주목집단서식지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천년 주목이 갖가지형상과 모양으로 나를 반기니 나 또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카메라에 담아본다.

우측 능선은 처녀의 수줍음처럼 서서히 구름으로 살포시 가리고 희미한 형체만을 보이고 희미함속으로 실루엣처럼 비치는 고사목과 주목의 외롭고도 비바람을 이겨낸 강직함이 엿 보인다.

능선3거리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린다.

능선3거리에서는 어느 산악회팀인지는 모르지만 먼저 온 산님들이 3거리에서 식사가 한창이다.

때가 되면 식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산에 와서 불을 피며 라면을 끓이는 등과 같은 행위는 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불을 피며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에 불쾌감이 들어 잠시 숨을 돌리고 정상인 상봉으로 향한다.

 

가리왕산 정상에 서다.

3거리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3거리 오름길보다 완만하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고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바람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추위가 엄습해온다.

반대편인 평창 방면의 능선으로는 수십년 바람과의 싸움으로 남겨진 흔적에 의해 고산의 특징적인 나무형태를 가져 한쪽방향으로 가지가 향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의 역사를 말해주는 고사목의형태도 그러했다.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정상은 엄마의 품처럼 넉넉하고 풍만했다.

가운데 미완의 큰 돌 제단을 두고 좌우로 정상석이 하나씩 있으며 주위의 나무들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아얀 서리꽃으로 단장을 하고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날 조망이 최고라는 가리왕 정상은 오늘만큼은 그러질 못하다.

날씨가 맑아 오대산과 선자령의 풍력발전기나 태백산과 소백산등을 보는 맛도 좋겠으나 오늘처럼 강한바람이 자리하고 주변을 실루엣처럼 비치는 미완의 아쉬움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친한 선배님의 가리왕산 산행기를 보면 가리에 대한 테마로 시작한 산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가리산에는 홍천의 가리산과 인제의 가리봉과 그리고 포천의 가리산과 가리왕산을 거명하며 그중의 왕인 가리왕산이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그이유로 첫 번째 이유는 이 세산 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는 것과 또 하나의 이유는 가리왕산의 넉넉함에 있다고 하며 부연하여 가리왕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만들어진 설악산처럼 골산이 아니고 지리산을 닮은 넉넉한 육산으로 정상에서 푹 쉬면서 오래 머물다 가고 싶다고 표현하였으니 말이다.

정상석 뒷면에 가리왕산의 유래를 적었으니 가리왕산은 야사에 의하면 갈왕이 란을 피해 현재 절터라고 부르는 서심퇴에 거처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상봉인 망운대는 갈왕이 이곳에 올라 잃어버린 옛 땅을 바라보며 환국의 날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므로 붙여진 이름이며 시녀암은 갈왕의 시녀들이 이 바위에 올라서서 고국 쪽을 바라보며 부모형제를 그리워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하며 처음에는 갈왕산이라 부르던 것이 오늘날 가리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고......

상봉의 바람은 유난히 강해 오랫동안 머물기에는 아직은 부담스러웠다.

자욱한 운해사이로 중왕산의 흐릿한 모습과 가야할 중봉의 모습으로 보며 기기묘묘한 주목과 죽어서도 기풍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고사목을 카메라에 담고 하산길로 내려온다.

 

중봉으로 가는길.....

3거리를 지나 길 한가운데 누룩덤 바위가 인상적이다.

가리왕산은 육산으로 간간이 너덜은 있어도 큰 바위나 아름다운 조각같은 바위는 없어서 가리왕산을 찾은 산님들의 아쉬움을 해소시키기 위해 신께서 준비한 바위가 누룩덤이 아닐지????

정상을 오르기 전 목표는 정상에 두었지만 이제는 목표가 중봉이다.

회원 40명중 3명을 뺀 37명이 중봉으로 올라 하봉으로 산행 스케줄이 짜여져 있으므로 후미 회원들을 만나 함께 하봉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며 하봉으로 간 선두와는 차이가 많이 나겠으나 후미에는 여성분들이 있으므로 1시간만 빨리 진행한다면 후미와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며 장거리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는 마음에 부담없이 갈 수 있으며 어쩌면 내게는 상봉과 중봉 그리고 하봉에 보너스로 오두치봉까지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일 것이다.

상봉에서 내려서 중봉으로 가며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점점멀어져가는 정상을 바라보며 언젠가 다시올지 모르는 기약없는 다짐을 한다.

3거리와 중봉의 중간의 1448봉을 지나 중봉에 이르기까지 이름 모를 산행팀 4명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함께하며 정상을 떠난지 40분이 지나 중봉에 도착을 한다.

중봉에 도착한 기쁨보다 더 반가운 것은 서울마운틴클럽의 고대장님이 일행2명과 함께 중봉에서 후미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봉은 가리왕산 산행시 정상에서 중봉을 거쳐 숙암리로 하산하는 경유지로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중봉에는 2개의 돌탑을 세워 휴식처로서의 상징물이 만들어졌고 오가는 산님들의 포토존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중봉은 봉우리로서의 특성은 없다. 밋밋한 부분일 뿐 일반적인 봉우리의 날카로움이나 고봉의로서의 희소적인 가치는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서울마운틴클럽과 합동산행이 오늘 처음인것처럼 고대장도 오늘 처음이지만 오늘만큼은 한 식구이자 산행대장이므로 반가움이 무척이나 컸다.

더욱이 일행의 대부분은 중봉으로 오르고 나만이 정상을 경유해 중봉으로 왔으니 오랫동안 떨어졌다 다시 만나는 이산가족이나 된 듯 고대장을 부르는 소리가 반가움에 흠뻑 젖었으며 나를 보고 벌써왔냐고 반색을 하는 얼굴에서 한 식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후미팀을 기다리다 고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하봉으로 출발을 한다.

 

하봉으로 가는길.....

중봉에서 하봉으로 잠시내려 서면 헬리포토가 나오는데 정상만큼 조망은 안되지만 하봉 방향으로의 조망은 좋은 편이며 헬리포토로 내려서는 등로 작은 바위에 측량좌표인도근점을 박은것이 이색적이었다.

<중봉에서 보는 하봉>

헬리포토를 조금 지나 Y형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로 평창방향 휴양림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며 좌측 길은 하봉으로 연결되는 길인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흔적도 희미하고 입구에 통행을 금지하는 표시로 죽은 나무로 가로질렀으니 사전에 치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알바를 하는것은 기본일것으로 여러 사람들의 산행기에서도 방향을 잘 못잡아 알바를 했다고 하였는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휴양림방향으로 접어들었다가 하봉과 방향이 다름을 알고 바로 하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며 하봉으로 가는 능선에 발자국이라고는 오늘 서울마운틴클럽이 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중봉에서 하봉을 가는 길은 특징은 없으며 정상부근에 산재되어있는 주목이나 거산의 고사목도 없다.

눈이 있는 곳은 발자국을 따라서 눈이 없는 양지쪽에서는 낙엽을 밟은 자국이나 간간이 매달아 놓은 표식리본을 찾아가며 30여분을 가서 하봉에 도착하니 하봉이란 이정목이 있을 뿐 조망도 되지 않고 정비도 안 된 하봉의 삼각점 앞에서 잠시시간을 보내다가 지나칠 뿐이다.

 

하봉에서 임도로 가는길.....

외롭게 혼자서 앞서간 대원들을 따라 잡기위해 오두치봉으로 향하니 멀리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여 큰 기대감으로 걸음걸이를 재촉하지만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고 하봉에서 오두치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능선이 계속 암릉으로 이어져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계속 능선 하부로 우회하여 간다.

이구간은 사람도 거의 안다니는 구간이면서 원시림에 가까운 갈참나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두치 봉에 도착하여 하봉을 보니 운무의 대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쪽에서 따뜻한 기류와 북쪽에서 차가운 기류가 만나며 강한바람을 일으키며 하봉의 북측은 어느새 운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고 남측만 보일 뿐이이며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서 하늘에서 내려야 할 우박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진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자세히 관찰하니 운무에 쌓여 있을 때 나뭇가지에 서리꽃이 피었다가 햇볕을 받으며 바람이 불어대자 나뭇가지에 얼었던 상고대가 사방에 날리는 것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경험이었다.

험로를 한동안 가다 좌측으로 급하게 꺾어 가파른 길을 내려서다 또다시 좌측 사면을 타고 내려선다.

하산하여 들은 말이지만 원래 산행은 능선을 타고 더 내려서 임도에 닿아야 했는데 선두에 선 대장이 인지하지 못하고 좌측 사면으로 하산을 강행했다고 한다.

좌측으로 내려서는 음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조심해야하는 구간이 한 두곳이 아니었으며 눈 뿐 아니라 너덜이 시작되면서 위험은 더 한층 높은 것이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로 발을 헛디디면 발목이나 무릎을 다칠 수 있고 아이젠으로 인한 착지 불안 등으로 너덜구간은 조심해야 할 구간이기도 하다.

너덜구간을 내려서니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10여분을 걸어 표식리본이 달려있는 철문이 나온다.

 

어도원 날머리로.....

가리왕산은 임도가 잘 나있으며 임도는 아래쪽과 차단을 하여 임도따라 계속하여 철책을 쳐놨으며 일정한 거리마다 쪽 철문을 달아놓은 이곳만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철문을 통과하여 좌측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삼림욕장을 방불케하는 낙엽송이 군락을 지나 어도원의 산간농가에 다다르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친 이러한 곳에 민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산허리에는 여인의 속살처럼 흰 자작나무군락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간에 낯선 이방인의 출현으로 모처럼 제 역할을 할 기회가 온 개들은 계속 짖어대고 개 짖는 소리는 산 계곡에 계속 울려 퍼진다.

민가에서 한참을 내려서 우측에 우람찬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의 맑은 물과 나란히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여명이 함께 큰 길로 나가는 1.6km의 어도원길 옆에는 어도원팬션이 있는데 3.1절 연휴이어서 인지 몇몇이 팬션을 찾았는지 자동차가 보이고 팬션의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 하늘로 오르고 있다.

어도원 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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