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기맥, 지맥 산행기

한강기맥 이어가기 2구간, 비슬고개에서 농다치고개 구간

범솥말 2025. 2. 4. 23:07

옛날 사선을 넘었던 용문산을 지나며...........

 

산행일시: 2008714

누구와: 나홀로

산행거리: 19.7km

산행시간: 9시간 40(09:30~19:10)

산행코스:비슬고개(09:30)-도일봉갈림길(10:15)-싸리봉(10:20)-싸리재(10:50)-천사봉(13:00)-문례재(13:12)-용문산북정상(14:35)-배너머고개(16:40)-유명산(17:50)-소구니산(18:30)-농다치고개(19:10)

산을 가고 싶어도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간을 시작했어도 회사일이 우선이었고 회사는 격주로 쉬니 대간도 수시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계획을 세워 산행하기도 어려웠다.

내일까지 근무하기로 최후 통첩을 사장에게 보냈으나 지난 금요일 본사로 들어오라고 하고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하니 낼부터 나오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월요일 새벽같이 집을 나와 청량리에서 7시 안동행 열차를 타고 용문에 내리니 822분이다. 5분여를 걸어 버스터미널에 가니 비슬고개를 지나는 버스는 855분이다.

대합실에서 신문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다 버스에 승차하니 단월면을 지나 산음리로 넘어서는 비슬고개에서 친절한 기사님이 정차해 준다.

<비슬고개의 장승들>

비슬고개에서는 정류장이 없으나 산행을 하러 나선 내게 최대한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며 처음에 15명 정도 되던 승객도 단월을 지나니 나까지 5명밖에 안되고 신호도 제대로 없는 시골길을 신나게 달려 대더니 금새 비슬고개에 도착한 것이다.

비슬고개에 내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등산준비를 하는데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출근할 수 있느냐고 하기에 외부에 있으므로 불가하다는 뜻을 전하며 산행 중 전화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5분 뒤 다시 걸려온 사장의 전화는 무허가 건물의 내용과 내일 출근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제 비가 내려 사방의 조망이 뛰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빗나가고 산은 안개에 묻혀 싸리봉이나 도일봉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윗부분을 삼켜버린 안개는 준엄한 자태로 나를 맞는다.

임도 차단기를 돌아 시작된 산행은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다 우측 능선으로 오르며 본격적인 된 비알로 산행은 시작된다.

도일봉 갈림길로 오르는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남경의 입사부터 그만두게 되는 지난주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그만둔 상황에서도 업무가 연속되니 어쩌란 말인가?

바람이 한 점 불지 않는 등로를 따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오르고 능선에서 멀지 않은 지점 3거리에 도착하니 이곳이 도일봉 갈림길이다.

<도일봉 갈림길 이정표>

배낭을 풀어 제치고 물 한 모금으로 더위를 식히며 여유를 가져 본다.

도일봉의 거리는 930m이다.

갔다오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나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

족저근막염으로 뒷금치의 통증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맥 2구간 완주를 위해서 도일봉은 접어야 할 입장이다.

<싸리봉>

<싸리재 이정목>

한참을 쉬다 일어서 1~2분을 가니 싸리봉(816m)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갈림길에서 쉬는 게 아니라 싸리봉에서 쉬어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 속에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서 싸리재에 도착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속을 혼자 걷는다.

크지 않은 봉우리를 넘어 얼마 가지 않아 중원산 갈림길에 도착하고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객을 만난다.

<중원산 갈림길 이정목>

중원폭포를 물어 싸리재를 통해 가는 길을 알려주고 기맥길로 들어서 빠른 걸음으로 갈길을 간다.

이곳에서부터 용문산 북정상까지는 2004년 구정 무렵 눈이 무척이나 많이 왔을 때 혼자 눈속에서 하루 종일을 다니며 위험했던 산행을 한 적 있어 눈에 익은 길이며 초행길보다 안정감과 친근감이 느껴진다.

산음리 갈림길을 가기 전 전화가 울리니 남경 회사업무로 무허가와 관련해 변호사와 20여분을 통화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모두 잊고 산행만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산에 와서도 업무를 봐야 하는 현실이고, 앞뒤 생각없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첩을 했지만, 막상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하고 한참을 가다 길이 희미해지니 알바임을 알아채고 한동안 내려갔던 길을 다시 힘을 쓰며 정상부로 올라서 휴식을 취하며 아는 길이라 해서 표지기리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다 알바를 한 것이다.

천사봉, 문례재로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천사봉갈림길>

2004년 설 다음날

포천 국망봉에서는 4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은 다음날.

나는 눈이 무척이나 많이 쌓인 이곳으로 혼자서 지났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능선으로 이곳 용문산 지리에도 밝지 못했을 때 무작정 이곳 능선으로 왔는데 눈이 허벅지에서 어떤 곳은 허리까지 쌓인 곳을 혼자서 큰 불안 속에 이곳을 지나 중원산으로 어렵게 지났는데 다시 이곳을 지나니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눈 속을 지나던 그때가 떠 오른다.

간간이 떠오르는 옛추억을 떠올리며 한걸음씩 위로 위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문례봉3거리에 도착을 한다.

이곳에서 오른 쪽으로 폭산 천사봉이 있으니 이곳을 왔으니 천사봉에서 봉미산 일대를 조망하고 간다는 생각으로 천사봉으로 향한다.

<천서봉에서>

천사봉에는 아무도 없고 덩그라니 천사봉 정상석만이 있다.

이 정상석은 내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은 건 20045월이었다.

그때는 천사봉이라는 이름보다 폭산이라고 불렀으며 산높이도 996m로 표기했는데 내가 쓰는 개념도에는 1004m로 표기되어 있어 1004봉이라고 산행기에 올렸으며 그후 사람들은 간간이 1004봉이라고 부르더니 모 산악회에서 1004봉이라는 정상석을 세웠으며 정상석을 세운 날자도 1004봉을 빛내기 위해 1004일에 세웠는데 이유가 어떻던 내겐 아주 큰 의미가 부여된 곳이다.

이곳 천사봉은 많은 사람들이 쉬는 곳이라서 주변이 청결치 못했고 음식물 찌꺼기를 버려서인지 파리떼가 많아 휴식을 취할 수 없어 문례봉을 거쳐 문례재에 도착한다.

<문례봉3거리>

양평군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이곳이 문례봉3거리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농다치까지는 11.9km이고 비슬고개는 7.8km이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점심을 먹는다.

별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오늘의 산행을 위해서는 먹어야 했으며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기맥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이곳을 지나면서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산의 무서움을 모르고 혼자 눈 속에서 뛰던 20042월이 생각난다.

그때는 온 산이 흰 눈으로 음지쪽으로는 허벅지까지, 양지쪽에는 정강이 높이까지 눈이 쌓였으나 얼었다 녹기를 거듭하다 보니 정강이뼈가 아파서 걷기가 힘들었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금 이 자리에는 눈은 어디가고 이름모를 야생화만이 밭을 이루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례재>

<문례봉 일대 야생화>

용문봉 갈림길 3거리를 지나 가파른 길을 따라 숨을 몰아쉬며 북정상에 올라선다.

작년11월 용문산 최고봉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이곳 북정상에서는 거리도 멀고 갈 수도 없다.

멀리서 눈요기로 대신하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긴 군부대 철책을 따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할 판이다.

정맥 답사를 하면서 군부대를 무수히 만나고 철책을 여러 차례 돌았지만 용문산의 철책은 다른 곳보다 광범위하여 고생도 2배로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철책 중간 계곡에 어제 비가 내린 관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옷도 바꿔 입고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는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휘어잡기도 하고 방화선처럼 사계청소를 해놓은 구간에서는 직사광선 때문에 더위와 싸우고 계곡지점과 바위 지점에서는 철책에 매달려 구간을 지나며 정문에 무사히 도착한다.

때마침 부대원들이 작업하러 가면서 어디서부터 오느냐고 말을 붙이고 비슬고개부터 온다는 답변에 더위에 멀리까지 온다며 위로를 해주는 모습이다.

정문을 바로 넘어 계곡길로 빠지면 사나사로 내려서는 계곡길이고 능선이나 능선 아래 길로 가야 기맥길이다.

이곳부터 배너머고개까지는 특이한 사항없이 진행되지만 한가지 신경쓰이는 건 다수의 사람들이 중간에 알바를 하고 결국은 유명산을 오르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이곳에서 알바를 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오르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손 지도를 그려 올린 홀대모의 조진대님의 산행기를 참고했다.

한동안 내려서다 알바인 것 같아 조진대님의 산행기를 참고로 다시 되돌아가 제대로 기맥으로 들어서 실수를 면할 수 있었다.

속력을 내어 포장도로가 되어있는 배너머고개에 도착을 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헹글라이더와 고랭지 채소를 가꾸기 위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진행한다.

뙤약볕을 피해 차도로 기맥을 우회하여 대부산 갈림길을 지나 서부의 사막과 같은 건조한 유명산길을 오른다.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 길을 한 발자국씩 오르다 보니 헹글라이더 활공장에 오르고, 이어서 유명산을 오른다.

10여년 전 집사람 함께 올랐던 유명산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아무도 없고 이곳 유명산 정상에서는 용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평쪽 백운봉에서 시작된 능선이 용문산 정상을 지나 천사봉까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정상석을 만져보며 시간을 보내며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이 드는 건 웬일일까?

정상에서 장사하는 아저씨도 휴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없고 휴일이라해도 하산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이제 남은 산은 소구니산이며 농다치도 얼마 남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며 새 힘을 받고 건너편 보이는 소구니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명산에서 소구니산 구간은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등산로가 뚜렷했으며 소구니산 정상을 오르는 구간은 경사가 심한 길로 로프가 있다.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농다치로 급하게 이동한다.

선어치와 농다치 갈림길에 접어드니 농다치까지 2km라는 안내판이 있다.

갈림길에서 농다치까지는 매우 경사가 심한길이며 큰 고압선 철탑이 있는 옆길을 지나 마사토 급경사길을 내려서니 농다치고개이다.

2007121-2구간을 하면서 내려섰던 농다치고개이다.

벌써부터 오고 싶던 이 고개를 이제야 오게 된 것이며, 어두워져 가는 고개마루에는 차량들이 최고속도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이후

버스는 8시가 넘어야 온다는데 시골의 버스야 와야 온 것이지 빼먹는 경우도 많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옷을 갈아 입고 히치를 시도하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그냥 지나가고, 이곳에는 지나가는 차들도 많지 않은 편이라 지나는 차마다 사정을 하지만 그냥 지나쳤는데 운 좋게 소형차가 세워준다.

전원주택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양평으로 안 가고 옥천으로 간다기에 옥천까지 신세를 지고 이후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무사히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