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산행기

서울5산종주기(불, 수 사, 도,북)

범솥말 2023. 5. 23. 12:23

보름달을 벗삼아 완주한 산행

 

언제:2005년 4월 23~24일

누구와 : 나홀로

산행거리 : 약 48km 

산행시간:약 17시간45분 

산행코스 : 상계동 천보사 입구(21:00)-불암산정상(21:30)-덕능고개(21:57)-수락산정상(23:30)-동막골차도(01:35)-회룡역(02:04)-사패산정상(03:40)-포대능선산불감시초소(04:45)-신선대(05:45)-우이암(06:55)-도선사입구(09:05)-위문(10:25)-대남문(12:11)-사모바위(13:17)-족두리봉(14:25)불광동날머리(14:45)

▣당시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으며 나중에 찍은 사진으로 편집했습니다.

<고래등능선에서 본 백운대 주변>

간절한 바람을 현실로

산행기 게시판에 불수사도북이 올라 올때마다 내용이며 전체시간, 구간별시간 준비물, 산행코스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왔었다.

김용진님의 산행기를 참고하기로 했고 도전 일주일전 alson님의 산행기에 자극을 받아 디-데이를 23~24일로 잡았는데 이날은 음력 3월 보름으로 야간산행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이야 여러차례 다녔으나 사패산은 한북정맥때 울대에서정상을 거쳐 능선을 지난 것이 전부이며 회룡사코스나 호암사코스는 생소한길이며 또한 수락산은 10여년전에 3번 불암산은 4번 올라본적 있으나 단거리코스로 정상을 다녀 온 것으로 능선길은 걸어본바 없다.

하지만 보름이고 야간산행의 적기라 생각이 들었고 불수사도북을 즐기는 산우들이 있을 것 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전철을 이용해 상계동으로 이동하고 현대아파트 뒤 천보사입구에서 21시가 다 되어서 산행을 시작한다.

천보사 우측능선에 올라서 정상을 보니 제법 많은 불빛이 보이는데 팀별로 불암산 정상을 오르고 내리는 것을 멀리서도 느낄 수 있다. 

나는 혼자서 5산종주에 도전하여 함께 걸어야 할 친구나 길을 잘 알고 있는 길라잡이가 절실했는데 많은 불빛을 보니 그래도 몇명은 동행할 친구가 생길거라 생각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새힘이 솟는다.

보름날을 택해서인지  전지를 키지 않고도 산행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20여분뒤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에는 20여분을 쉬고 계신 산우들이 있어 반가이 인사를 하고 최종 목적지를 물으니 불광동이라 하니 일행이 있어 좋다 생각을 하였는데 이 친구들 가기는 갈건지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하긴 그럴만한 것이 서울의 야경에 심취하다보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서울의 야경은 정말로 멋있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혼자 펄럭이는 국기봉을 잡고 무사산행을 마음으로 빌어보고 먼저 내려선다.

덕능고개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대체로 잘 나있어 무사히 내려서서 동물 이동통로를 지나 철탑으로 향하는데 옆 군부대에서 취침나팔이 울리는것을 들으니 30년전 졸병시절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옛 동료들이 생각나 한동안 그 시절을 회상하며 철조망을 따라 오르다 보니 능선길로 접어드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내벗이 되어 함께하고 동막골 소쩍새는 잃어버린 길을 찿는 것인지 아님 잃어버린 님을 찿는 것인지 구슬프게 울어댄다.

초행길에 너덜길이나 바위봉을 지날때는 길이 뚜렷치 않아 약간의 알바와 고생을 곁들이며 고개삼거리를 지나서 564봉에서 역방향으로 수락산 야간 산행팀을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길도 물어본 뒤 헤어지니 또 혼자가 된다.

정상에서 보는 시내 야경은 넘 멋져

<수락산에서 본 시내야경>

수락산 정상이다.

누군가가 있어줄 것으로 기대했건만 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늘 그랫듯이 나는 혼자다.

여유를 부리며 간식과 캔맥주를 마시며 유난히 반짝이는 도봉 ,상계,의정부의 야경을 감상한다.

국기봉의 태극기는 펄럭이고 20여분 쉬고 있자니 추위가 엄습해온다.

갈길이 멀다. 스스로에게 책직질하고 위안을 하면서 홈통바위를 지나 도정봉에 도착한다.

널찍한 바위에 양팔을 벌리고 누워 휴식을 취한다.

뒤돌아 수락산 정상쪽을 보니 한팀이 정상에 있고 또 다른 한팀은 홈통바위를 내려서고 있다.

 

졸음을 달래며

졸음이 엄습해온다.

뒤에 또 다른팀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힘을 낸다.

한동안 내리막 길을 걸어 동막골 지하통로 앞에 도착한다.

그러나 지하통로를 지나서 계속 길이 나 있는지 알수가 없다.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아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차도로 올라서 50여m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보행자 신호이건만 차들이 고속으로 달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가까스로 건너 주공아파트를 통과 중랑천 다리를 지나 회룡역에 도착하니 새벽 2시다.

슈퍼마켓에 들러 물과 캔맥주를 보충하고 길을 물어보며 휴식을 취한다.

김용진님의 산행기에 나오는 뉴-삼익아파트를 찿아 개천길을 따라가니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범골 매표소와 호암사로 이어진다.

<사패산에서 본 의정부야경>

산사의 밤은 조용하다. 불청객인 나로 인해 개가 짖어대며 고요한 적막을 깨뜨린다.

스님들의 수면에 방해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

아주오래전에는 정통불교로만 계승하였는데 경허스님이나 원효스님 이후 정톤과 파괴로 구분되다보니 어느 한 파만이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기는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되며 갑자기 이러한 생각을 하는건 산사에서 개를 키우고 있다는게 아쩌면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이며 개짖음을 빨리 멈출 요량으로 급하게 능선으로 달아난다.

초행길에 긴장되어 졸음도 사라졌다.

생각에는 바로 사패능선으로 이어지는줄 알았는데 사패산은 이정표에 1.2km 로 표기되어 있다.

하늘 중앙에 떠 있는 달은 친구가 되어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사패능선으로 가면서 수차례 사패산 정상을 살펴봤으나 불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금일

선답자가 없는 듯 하다. 사패능선 삼거리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니 글자 그대로 달밤에 체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패산 정상 넓은 바위위에는 고독과 적막이 있을 뿐

사패산 정상에서 포대능선을 둘러보고 호암사 위쪽 범골능선을 둘러봐도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있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지니 홈통바위를 내려오던 팀은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호암사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가는것인지 궁금하기만 한데 한곳에 머무르니 한기가 온 전신을 파고드는 것 같아 정상을 내려서 사패능선을 간다.

이제부터 불광동까지는 여러 차례 다닌 길이기에 자신이 생기고 새힘이 솟는 것 같다.

송추와 회룡사를 잇는 능선4거리를 조금지난 오르막에서 큰 기쁨을 맛본다.

회룡사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4~5개의 헤드랜턴이 능선으로 향하고 있는것으로 보아 아마도 도정봉에 있을때 수락산 정상부에 계시던 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것도 아니고 멀리서 불빛을 보았을 뿐인데 기쁨 두배의 환희를 느낀다.

포대능선 감시초소에 도착하니 바람은 무척 세게 불고 하늘의 달도 구름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리고 송추골과 의정부시내에 여명이 깃들고 어두움이 사라져가는 도봉은 생동감 넘치는 하루의 시작을 의미한다.

감시초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지점에서 5명의 산우님들과 조우한다.

이들은 행동으로 보아 감시초소부근에서 비박을 한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며 가까이 가서 반가이 인사를 하였지만 이들은 형식적인 답례수준으로 인사를 하니 밤새 외로워 반갑게 다가선 내게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이 못내 서운하다.

그리고 신선대에 도착한다.

 

신선대에서 일출을 맞다

<신선대와 자운봉>

신선대 위에는 나보다 먼저 온 3명이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나누니 좁은 감시초소에서 자고 조금전 이곳으로 이동 했다고 한다.

5시37분

신선대의 일출이 시작된다.

붉은 태양은 눈부시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젊은 3친구들은 부지런히 디카에 모습을 담기에 정신이 없다.

보름달을 친구삼고 신선대에서 일출을 맞는 나의 불,수,사,도,북은 내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신선대 일출을 마치고 신선대에서 내려서 다시 혼자가 되어 주봉을 넘어서 우측에 보이는 오봉을 보며 우이암으로 향한다.

<도봉산 오봉>

우이암을 오르는 길 우편으로는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으니 전에 한북정맥 답사시 이곳에서 우측으로 들어서 출입을 제한시키는 철조망을 넘어 우이령으로 갔던 생각을 상기 시키며 우이암을 넘는다.

우이암을 지나 우이암매표소로 오는 도중 길옆 작은 바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잠이들었다

어느순간 내 코고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 보니 30여분은 잔 것 같다.

휴일 우이동의 아침은 생동감이 넘치며 대부분 등산차림에 얼굴에는 기쁨이 넘친다.

10여분 휴식을 한뒤 도선사길로 접어들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흉통이 와도 포기 할 수가 없어

<인수봉>

그러나 중간에 문제가 생긴다.

가슴에 통증이 와서 보행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밤새 걸어온 불,수,사,북이 너무 아깝워 서다 가기를 반복하며 매표소앞에 도착하여 한동안을 쉬고 하루재로 향하지만 체력도 많이 소진되고 몸 상태도 안 좋아서인지 하루재 오름이 너무 힘들다.

어렵게 하루재에 올라서니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개운해 진 느낌으로 밤새워 걸어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모두 날아간 느낌이었다.

이어서 백운산장에 도착하여 약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기운을 차린 뒤 위문에 도착하니 휴일 아침 산을 찾은 사람들이 엄청나게도 많고 크라이머들이 인수봉에 붙어 장관을 이루는 가운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백운대를 오르며 정체된 행렬은 길게 늘어서 백운대를 갔다 오려면 40분이상 걸릴 것 같아 결국 백운대를 포기하고 노적봉, 용암문으로 걸음을 옮긴다.

<북한산 백운대>

오늘 용암사지 야영장에서는 어느 국민학교 동창모임이 있는지 모자에 가슴에 기수표시기를 부착한 어르신들이 200여분 이상 줄을 잇는다.

큰 오름길이 없어 대남문에 무사히 도착하여 땀을 식힌 뒤 문수봉으로 향한다.

문수봉에서 넓은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평화를 느낀다.

수많은 집들과 빌딩 그리고 공간 속에서 사건과 사고, 음모와 음해, 분노와 미움, 시기와 질투등이 발생된다. 푸른하늘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치유는 안되는지 ............

<사모바위>

문수봉 암벽구간으로 내려와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을 지나니 계곡마다 등산로마다 등산객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어 마음대로 속도를 낼수가 없어 지체가 이어진다.

향로봉구간은 사람이 적은 능선으로 지나 족두리봉을 경유하여 매표소를 벗어나므로 불,수,사,도,북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