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암저수지~울산바위~미시령산행이야기
산행일시: 2019년01월04일
누구와: 나홀로 산행
산행거리: 약13.43㎞
산행시간: 8시간30분(08:25~16:55)
산행코스:학사평4거리(08:25)-원암저수지(09:17)-임도끝지점(09:35)-계조암(11:00)-울산바위동봉(11:55)-능선안부(13:44)-울산바위서봉(14:02)-능선안부(14:25)-832암봉전망대(14:50)-1109봉정상(15:50)-1075봉,대간3거리봉(16:15)-미시령(16:54)
갈 때 :동서울터미널(06:35)->속초,한화콘도입구4거리(08:22)
올 때 :미시령에서 택시로 속초시외버스터미널(15:20)->속초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승차(18:00)
주요지점 통과 및 이동거리
06:35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출발
08:22 한화콘도입구, 학사평4거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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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속초 한화콘도 정문에서 도보로 산행시작, 해발71m
08:50 원암리 지하도
08:58 월해사 갈림길3거리, 산행거리2.40km,산행시간30분
09:12 수자원공사 앞. 산행거리2.85km,산행시간46분
09:17 원암저수지 뚝방 (국공감시초소 있음)
09:35 임도 끝 지점, 산행거리4.10km,산행시간1시간10분
10:13 상수원보호구역 학사평제4호 스텐레스입간판
10:22 안양암 갈림길, 산행거리5.74km,산행시간1시간55분, 해발254m
10:32 상수원보호구역 학사평제5호 스텐레스입간판
10:49 모연암갈림길
11:00~10 계조암, 산행거리6.85km,산행시간2시간33분, 해발997m
11:27 철계단 시작지점
11:55~12:10 울산바위 동봉정상, 산행거리7.56km,산행시간3시간27분, 해발783m
12:20 철계단 밑 지점
12:56 정규 서봉 등로 합류(중간식사20분), 산행거리8.28km,산행시간4시간32분, 해발577m
13:44 서봉 밑 안부4거리, 산행거리8.84km,산행시간5시간17분, 해발793m
14:02~14:18 울산바위 서봉정상, 산행거리9.09km,산행시간5시간36분, 해발842m
14:25 서봉 밑 안부4거리, 산행거리9.40km,산행시간5시간58분
14:33 811봉, 산행거리9.57km,산행시간6시간07분
14:50, 832암봉 전망바위, 산행거리10.10km,산행시간6시간26분, 해발847m
15:20 능선 전망바위, 산행거리10.84km,산행시간6시간50분, 해발919m
15:50~16:05, 1109봉 정상, 산행거리11.45km,산행시간7시간32분
16:15, 대간3거리, 1075봉, 산행거리11.85km,산행시간7시간50분
16:54 미시령, 산행거리13.43km,산행시간8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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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 미시령에서 예약한 택시로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18:00 동서울행 버스 승차
◎산행 전 이야기
오늘은 한 달 만에 설악산을 찾았습니다.
지난11월말 산행을 나서고 12월에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한 번도 출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시산산행을 두고 어느 곳으로 정할까? 고심을 많이 했는데 생각으로는 대청봉에서 화채능선으로 지나고 싶었지만 산행거리가 20km정도 나오므로 자신이 없어 지난해 말 가려고 계획했던 울산바위~미시령 코스로 정합니다.
울산바위로 가기위해서는 계조암으로 가야하는데 계조암으로 가는 길은 설악동에서 신흥사를 거치는 코스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설악동을 지난다면 문화재관람료라는 명칭으로 3500원을 강탈당하는 즐겁지 않은 일이 생기므로 3500원을 강탈당하지 않으려면 미시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던지 아니면 비탐지역인 원암저수지로 들어서야 합니다.
미시령에서 산행을 시작하기위해서는 택시로 미시령을 가야하고, 미시령에서 대간길로 들어서 1075봉 3거리에서 계속 내리막으로 내려서야 하므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원암저수지에서 시작해 미시령으로 내려선 후 시간을 고려해 산행을 마치던가,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성인대를 오른다고 생각하고 들머리를 원암저수지로 정해봅니다.
그러나 원암저수지를 통해 오르는 계조암 코스는 아무리 산행기록을 뒤져봐도 자세한 내용이 없어 답답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막상 닥치면 해결됩니다.
또한 계조암에서 울산바위 동봉으로 오르는 길은 개방되었으므로 문제가 없지만 계조암에서 울산바위 서봉으로 오르는 길은 비탐지역으로 자세한 기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 산행 기록을 찾는 다해도 사진만 올린 포토산행기로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며 서봉에서 내려서 대간3거리까지도 기록은 없습니다.
이리저리 정보를 조금씩 맞춰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산행 후 신기하게도 비슷하게 맞았으며 미시령에 내려선 시간도 약20분 정도 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튼 오늘 산행은 이곳을 지나고 싶어 하는 산꾼들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측면에서 보면 자연을 훼손하는 산꾼으로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느끼지만 산이 좋아 산을 훼손하지 않고 다닌다는 것이 죄가 될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됩니다.
범솥말의 설악산 산행은 2019년을 울산바위로 열어갑니다.
◎학사평4거리에서 원암저수지 구간
동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속초톨게이트를 빠져나와 한화콘도가 있는 학사평4거리에서 정차하는데 10여명 되는 승객 중 유일하게 혼자서 하차한다.
08시22분에 하차하여 버스정거장이 있는 한화콘도 정문으로 이동하니 08시27분이었는데 버스시간이 나오지 않은 정류장으로 원암리를 지나 대명콘도로 가는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어 걸어서 이동한다.
사전 스터디한 자료에 의하면 한화콘도에서 원암리까지 약1.5km, 월해사 갈림길까지 2.3km, 원암저수지까지 약3km였으므로 1시간이 안되어 저수지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순두부마을을 지나고 고속도로 지하터널을 지나 좁은 길로 들어서며 멀게 보이던 달마봉과 거대한 울산바위가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포장길로 이어지던 도로는 월해사 갈림길 조금 못 미친 곳에서 비포장으로 바뀌지만 도로상태는 양호하다.
월해사 갈림길을 지나고 저수지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앞을 지나며 저수지 방향으로 가는 길은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차단기를 넘어 200여m지나 저수지 둑방 위로 올라선다.
넓은 저수지는 모두 얼어붙었고 둑방에서 저수지를 따라 지나가는 도로에는 제반 차량을 차단하는 철망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좌측에는 작은 초소가 있는데 설악산 국립공원 학사평초소였다.
처음부터 이곳에 국공감시초소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신중을 기했거나 아예 이곳으로 들머리를 잡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무식이 용감이라고 몰랐으니 이곳으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다행이 국공직원이 없었다.
초소는 있지만 이곳에는 국공직원이 아예 근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는데 만약 이곳에 국공직원의 제지로 입산을 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면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을 것인데 초소 자체가 있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임도길을 막은 철망문 옆으로 빠져 저수지를 끼고 도는 임도를 따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시멘트 포장길이 나오고 계곡을 따라 한동안 들어가니 임도가 끝나는데 한화콘도에서 이곳까지 4.1km, 1시간10분이 걸렸다.
이곳에는 철망을 쳐서 통행을 차단했는데 cc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카메라가 작동되면 자동 음성시스템 마이크까지 설치되어 있어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서 계류를 건넜는데 여름철 물이 많을 때면 철망 옆으로 지나야 하고 그러면 카메라에 잡히고, 카메라에 잡히면 계조암 국공초소에서 감시대상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류를 건너면 등로가 있고 조금 더 오르면 계류를 다시 건너고, 계조암까지 가면서 주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5~6번 계류를 건넌 것으로 기억된다.
등로는 뚜렷한데 만약 이곳으로 가며 길이 확실치 않을 때는 주계곡을 기준으로 간다면 등로는 해결되는 셈이며 표지기도 전혀 볼 수가 없고 이정표도 없지만 이정표를 대신하는 스텐레스 입간판(상수원보호구역 학사평 제1호)을 5개나 볼 수 있다.
계곡을 비교적 넓으며 전혀 위험하지 않고, 가파른 길도 없어 유치원생도 오를 수 있는 좋은 등로로 이어진다.
계곡에는 정상적인 폭포는 없지만 작은 와폭과 2단와폭 등을 볼 수 있으며 한 겨울임에도 계속 물이 흐르는 곳으로 수량이 풍부해 여름철에는 이곳으로 지나기가 아주 좋을 듯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비법정탐방로로 묶은 것은 고성과 속초시민의 상수원이 되는 원암저수지의 수질보존 차원에서 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정표 역할을 하는 스텐레스 스틸의 상수원보호구역 제4호 입간판>
계곡을 따라 한동안 오르자 우측의 울산바위가 우측에 높게 솟았고 상수원보호구역 학사평 제4호 입간판이 있는 부근에는 주택만큼이나 큼직한 바위가 곳곳에 널려 있다.
저수지 둑방에서 1시간여를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가보지 않았지만 좌측길은 달마봉에서 내려서 안양암으로 내려서는 능선4거리로 올라서는 길임을 알 수 있었고, 계조암은 이곳에서 작은 건곡을 지나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건곡을 막 건너면 능선길과 우측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있다.
이곳 능선길로 오르면 안양암 안부4거리에서 계조암방향으로 가는 능선에 닿게 되므로 능선길로 오른다면 계조암 국공초소를 통과해야 하므로 능선길을 피해야 할 것 같다.
계조암으로 가는 길은 우측길로 이어지는 길이므로 우측으로 접어들면 잠시 후 계류를 건너며 좁고 경사진 길을 따라 잠시 오르고 나면 평원 같은 지대가 나오며 스텐레스 스틸로 세운 상수원보호구역 학사평 제5호 입간판이 나타나는데 상수원보호구역 입간판이 나타났다는 것은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입간판은 더 이상 없으며 5호입간판 앞쪽에 높지는 않지만 낮지도 않은 능선이 있는데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진행방향에서 능선을 10시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오르던가, 아니면 우측으로 계곡을 따라 가다가 능선 뒤쪽으로 있는 길을 따라 올라야하는데 두 길은 능선 위 소나무 숲에서 만나게 된다.
능선으로 오르면 뚜렷한 등로가 나타나며 약4~5분을 지나면 아주 큰 바위가 나오는데 바위에는 모연암 가는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했다.
이곳에서 계조암은 10분 정도거리에 있는데 어느 스님의 부도가 설치되어 있는 바위를 지나 능선안부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곳에서 좌측으로 60~70m떨어진 곳에 계조암 국공초소가 있으며 우측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계조암으로 내려서게 된다.
<어느 선사의 부도가 있는 곳을 지나고.....>
<드디어 원암저수지계곡을 지나 계조암에 입성합니다.>
▷설악 한화콘도에서 계조암까지 산행거리6.85km, 산행시간2시간33분, 해발445m, 현재시간 11시 정각이다.
◎계조암에서 울산바위 동봉과 서봉 능선안부 구간
계조암!
계조암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계조암은 바위굴에 암자가 있는 곳, 암자 앞에는 흔들바위가 있는 곳, 암자 뒤로는 산이 통째로 하나의 바위인 울산바위가 있는 곳이라고 기억하면 기본은 된다.
기본보다 조금 더 자세히 안다면 계조암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세웠다는 것과 계조암 주변과, 흔들바위가 있는 너럭바위와 흔들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용바위에는 조선시대에 제법 권세가 있었다는 자들이 그네들의 이름석자를 새긴 마애명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이곳 계조암은 지난 11월 말 대포항 부근에서 시작해 달마봉을 지나 계조암으로 내려섰으니 약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계조암 앞에는 유명한 흔들바위가 있고 남쪽방향으로 흔들바위와 2~3층 높이의 바위를 대패로 깎아 세운 듯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용바위다.
이 바위를 용바위라고 언제부터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권혁진의 설악인문기행의 내용에 의하면 조선 숙종 때 문신인 윤휴는 풍악록이라는 책에 계조암 앞에 깎아지른 바위를 용바위로 적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월말 이곳 계조암을 찾았을 때 용바위의 마애명을 보고 마애명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권혁진의 인문산행 책자를 사서 새로운 것도 익히곤 했는데 지난번 용바위에 있는 마애명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있으니 연암 박지원(朴趾源)과 그의 아들 박종간(朴宗侃) 마애명이었다.
이번 다시 계조암으로 산행을 잡으며 계조암에 가면 제1번 숙제로 박지원의 마애명을 찾는 것이었으므로 흔들바위로 가기 전 용바위로 다가섰는데 11시 방향을 보니 설악인문기행에서 거론한 박지원과 아들박종간의 마애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산행기에서도 논한바 있지만 열하일기와 양반전 그리고 허생전의 저자인 연암박지원은 금강산에서 바위에 암각한 마애명을 보고 신랄한 비판을 했다고 기록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박지원의 발승암기에 기록된 글을 실어 보는데 이글은 권혁진의 설악인문기행에서 발취한 글이다.
「내가 동쪽으로 풍악을 유람할 때 동구에 들어서자마자 옛사람과 지금사람들이 이름을 써 놓은 것이 보였는데 크게 쓰고 깊게 새긴 것이 마치 구경판에 어깨를 포갠선 것 같고 오래전에 새긴 글자가 이끼에 묻히자 새 글씨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너진 벼랑과 갈라진 바위에 이르니 깎아지른 듯 천 길이나 높이 서 있어 그 위에 나는 새의 그림자조차 끊겼는데도 홀로 김홍연이란 세글자가 남아 있었다. 나는 실로 마음속으로 이상히 여기고 자고로 관찰사의 위세는 족히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으며, 양봉래는 기이한 경치를 좋아하여 그분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거늘 저 이름 써 놓은 자가 누구기에 석공을 시켜 다람쥐, 원숭이와 목숨을 다투게 했단 말인가?」
연암박지원이 금강산을 보고 난 후 경치 좋은 곳에 빼곡히 새긴 마애명을 보고 한탄을 한 글인데 관찰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석공의 목숨은 다람쥐 죽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이토록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박지원은 1800년 양양부사로 역임하게 되는데 이곳에 들려 용바위에 박지원과 아들 박종간의 이름을 새겼다. 박지원은 무슨 뜻으로, 무슨 의미로 이곳 계조암 용바위에 마애명을 남겼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
계조암 주변으로 바위가 많은데 용바위, 흔들바위, 흔들바위를 받치고 있는 너럭바위, 계조굴 임구 주변 계조굴 위 거대한 바위, 흔들바위 아래바위 등 모든 바위에는 마애명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일일이 모두를 거론할 수가 없으므로 이번 산행기에서는 박지원의 마애명 이외에는 거론 하지 않는다.
<흔들바위에서 계조암과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깁니다.>
제법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조암 주변에는 몇몇의 관광객과 등산인들이 있으며 가족단위의 여행객도 있다.
흔들바위가 있는 너럭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던 가족이 가족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니 바라던 바였는데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농촌의 품앗이와 유사한 것으로 그 대가로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니 그렇게 흔들바위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계조암에서 10분을 머문 뒤 다음 목적지인 울산바위 동봉으로 이동한다.
◎울산바위 동봉과 서봉능선 구간
계조암에서 울산바위 동봉으로 가는 길은 일반에게 공개된 법정탐방로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데 용바위와 삼성각 사이에 있는 길을 따라 오르는데 이정표에 의하면1km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거리는 700여m이다.
그러나 계속 오름이 지속되며 돌계단과 철계단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므로 만만하지 않다.
계조암에서 5분을 오르면 울산바위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에는 울산바위의 옛 이름인 천후산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데 지난번에도 언급한바와 같이 현재는 하나의 설악산으로 부르는 산이 오래전에는 대청봉을 포함한 외설악은 설악산으로, 한계령과 귀때기청봉이 있는 서북릉은 한계산으로 울산바위 일대는 천후산으로 달마봉은 달마산으로 각각 기록하고 있다.
<계조암에서 약5분을 오르면 울산바위(천후산)에 대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상당히 가파른편입니다.>
울산바위 안내판을 지나 약5분을 지나면 등로 좌측에 철제 안전 펜스를 둘러친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 전망대에서 올라야할 울산바위를 조망하는 곳인데 마음은 굴뚝 같지만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냥 지나친다.
전망대를 지나 돌로 만든 가파른 계단 길을 따라 5분여를 더 올라가면 울산바위 몸통에 닿게 되는데 이곳부터는 철계단으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한 계단씩 계단을 오르며 오래전 생각과 오랜 기억속으로 빠져들며 오른다.
우리집 사진첩에는 특이한 사진 한 장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장모님의 여행사진 중에 이곳 울산바위에 올라 찍은 사진한 장이 있는데 일반적인 사진과 다르므로 특이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한복차림에 고무신을 신고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필자도 울산바위 정상을 오르지 않았던 터라 별다른 생각없이 보았었는데 훗날 울산바위를 오르고 보니 무척이나 위험하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인데 무슨 생각으로 한복에 고무신을 신고 이곳을 오르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동네 아낙들과 여럿이 함께 올랐으므로 오를 수 있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함께 오른 동네 아낙들도 한복에 고무신을 신은 모습이었다.
내가 이곳을 처음 올랐던 것은 아마도 1992년이나 1993년이 될 것 같다.
동네에서 조직한 부부산악회에서 함께 울산바위를 올랐는데 당시에는 좁은 철난간과 계단이 녹슬고 부식이 심해 아주 위험했는데 산을 제대로 타지 못했던 시절이라 무척 힘들게 올랐다는 기억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 계단씩 오르다 보니 길고 긴 철계단을 반 이상 올랐다.
앞서가던 기족이 울산바위 등정에 나섰는데 어머니와 아들은 위로 올라갔고 아버지는 30여m 위에서 기다리고, 딸은 아래서 무섭고 힘들다고 울고 있다.
위로를 해주고 용기를 북돋고 올랐는데 이러한 광경을 보고 지난 기억이 되살아난다.
지금 나이 40살이 된 딸아이가 대학에 합격하고 가족 여행을 왔을 당시 아들과 딸 집사람이 이곳을 올랐는데 딸이 울면서 힘들어 못 올라가겠다고 하는 것을 지금 못 오르면 다시는 오를 기회가 없다고 설득하며 가족이 함께 올랐던 것이 두 번째이고 이번이 3번째가 된다.
예전 처음 올랐을 때의 계단은 사진으로나 남아 있을 법하며 우리 가족이 찾았을 때는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었는데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오래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안전한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울산바위(천후산) 동봉을 오르는 길은 안전한 철계단으로 이어갑니다.>
고도를 점점 높이며 주변풍경이 눈 아래 보이기 시작했으나 외설악의 멋있는 풍경은 미세먼지와 역광으로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정도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있듯이 울산바위가 높아도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이 정상으로 계조암을 떠나 약40분정도 지나 울산바위 동봉에 올랐다.
울산바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전설이 있는데 이러한 전설이 있어 울산바위가 유명해지고 울산바위로 설악산의 이름이 더 알려졌을 것 같다.
금강산 산신령이 지상 최고의 1만2000봉의 명산을 만들기 위해 조선팔도에 이름이 높은 바위들에게 금강산으로 모이라고 명을 내리니 전국에 있는 바위들이 금강산으로 모여들었는데 울산에 머물고 있던 이 바위도 금강산에서 자기의 멋과 위세를 떨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났는데 덩치가 크다보니 느릴 수밖에 없었고, 이곳 속초에 도착했을 때 1만이천봉이 모두 완성되었다고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시 울산으로 내려갈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그냥 이곳에 머물게 되었으니 울산에서 온 바위라고 울산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동쪽전망대에서 조망을 마치고 중안전망대로 이동...................>
그런가 하면 을설은 다른 이야기다.
울산바위는 그 둘레가 약4km로 능선에 울타리를 친 듯한 형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형상을 보고 울타리산, 울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울타리 籬(리)자를 써서 이산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병설은 예전에 문헌에 자주 나왔던 이름으로 천후산(天吼山)이라고 불렀다. 천후산의 유래에 대해서는 설악의 강한 바람이 울타리바위를 스치고 지나는 소리가 산이 운다고 울산이라고 하기도 했으며 강한 바람이 불기 전에 산이 먼저 운다고 하여 울산, 또는 하늘이 운다고 천후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암튼 울타리산, 이산, 울산, 천후산 등 여러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는 울산바위가 정확하게 맞는 이름이다.
울산바위 동봉은 철재 안전펜스를 친 전망대가 3곳이 있다.
주전망대는 중간에 있으며 동쪽 전망대는 좌측 달마봉에서 토왕성폭포, 권금성, 대청봉, 천화대 일대, 마등봉과 세존봉, 황철봉까지가 조망권이며, 중앙의 주전망대와 서쪽 전망대는 화채봉, 대청봉, 천화대 일대, 마등봉과 세존봉, 황철봉, 미시령, 상봉과 신선봉, 고성벌과 속초시내 동해바다가 보이며 오전에 산행을 시작한 한화콘도에서 원암저수지까지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먼저 동쪽 전망대로 갔는데 강한 바람도 바위에 막혀 아늑하였는데 미세먼지가 어찌나 심한지 토왕성폭포가 희미하게 육안으로 관측되었지만 사진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청봉일대도 역광으로 형제만 보일 뿐이며 기암이 하늘로 솟구친 천화대 일대도 위용은 볼 수가 없으며 계조암은 흔들바위와 마애명이 많은 용바위의 모습이 작게 보일 뿐이다.
바나나 하나로 아침을 대신하였으므로 남겨 놓은 바바나로 간식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중앙 주전망대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는 한 가족 4명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올 때 무섭고 힘들다며 울던 여학생의 가족이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주전망대는 동측 전망대에 비해 조망은 뛰어나지만 역광으로 좋은 경치를 보기는 아예 기대를 할 수가 없으나 그나마 울산바위의 기기묘묘한 풍경과 미시령까지 가야할 능선이 보이며 미시령 우측으로 상봉과 신선봉의 풍경을 볼 수 있음이 다행이며 상봉 능선을 타고 내려서는 마지막 지점에 성인대가 눈에 들어오는데 오늘 성인대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울산바위 동봉 중앙전망대에서 서봉방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습니다.>
주변을 조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가족이 올라섰는데 흔들바위에서 서로 교환하여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들로 이곳에서도 서로 인증사진을 찍어준다.
이후 들어선 팀을 포함해 3팀을 남겨두고 갈 길이 먼 필자는 먼저 동봉정상에서 내려선다.
여유있게 내려서며 기암사이에 뿌리를 박고 사는 노송과 주변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고 철계단을 내려서며 갈 길을 모색해 본다.
한 번도 지나보지 않았고, 자세한 산행기를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울산바위 서봉으로 가는 길은 철계단 위에서 보니 계조암으로 내려서지 않고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서면 서봉으로 가는 계곡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철계단을 내려서 위에서 생각한 대로 가기 위해 금줄을 넘어 울산바위 몸통 아래 부분으로 작은 능선을 넘고 2번 째 능선으로 다가서니 길이 없는 곳으로 아래쪽으로 내려서며 계곡방향으로 내려서야 할 것 같았다.
<노송과 암벽이 어우러져 최고의 비경을 만듭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무도 없고 조용한곳, 울산바위 몸통 아래 바람의 영향도 받지 않는 곳에서 편한 자세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집에서 준비해온 밥과 국으로 따뜻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뜨거운 커피까지 타서 마시며 짧지만 행복한 20여분을 보낸다.
식사를 마치고 길인 듯하지만 길이 아니고, 길이 아닌듯한데 지난 흔적이 있는 곳으로 대각선으로 내려서다가 주황색 표지기를 만난다.
전국 오지의 산을 가면 늘 길을 안내해주던 주황색표지기가 울산바위동봉에서 서봉 등로로 내려서는 곳, 길이 아닌 곳에 있을 줄이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의 표지기인지 아무런 기록도 없는 주황색표지기가 순간에 기분을 상승시켰고, 이곳으로도 내려서는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고 보니 정상적인 등로는 아니지만 울산바위 동봉에서 서봉으로, 서봉에서 동봉으로 이동하는 산꾼들이 간혹 다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다가는 곳곳에 절벽지대가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바위가 있는 곳에서 계조암~서봉능선안부로 잇는 등로를 만납니다.>
<내려선 곳에서 30여m 후방에 이런 지붕바위(?)가 있습니다.>
계조암에서 서봉으로 가는 주등로에 합류하였는데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조암 방향으로 30여m 내려서니 다른 사람들이 사진으로 올린 지붕바위(?)가 있는 부근이었다.
주등로에 합류하여 길을 따라 약10분 오르다 길을 이탈하여 고생을 하게 되었는데 계조암에서 서봉으로 가는 길은, 길은 있지만 낙엽이 덮기도 하고 2갈래로 지나다 다시 합치기도 한다.
어느 순간 2갈래 길이 나왔는데 직진방향으로 오르다 보니 희미해지는데 좌측으로 표지기가 보인다.
이때 표지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길 잃을 염려도 없는데 조금 위쪽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오신으로 계속 11시 방향으로 올랐는데 희미한 길은 계속되다가 나중에는 결국 길이 없어졌다.
등로가 갈라진 곳에서 필자는 11시 방향으로, 등로는 10시 방향이었는데 점점 간격이 멀어져 갔으니 나중에 등로로 복귀했을 때는 서봉으로 오르는 능선안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으니 10여분을 지나 서봉 능선안부에 올라선다.
<등로를 이탈한 후 큰 비박굴 앞을 지납니다.>
<알바로 한동안 헤매다 서봉 능선안부에 도착하여 인(人)바위 석문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습니다.>
정리하면 서봉능선안부에서 계조암 방향으로 내려설 때는 길 잃을 염려가 없지만 계조암에서 서봉 방향으로 오를 때는 확실히 등로를 따라야 하며 지나친 자만은 알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설악 한화콘도에서 서봉 능선안부까지 산행거리8.84km, 산행시간5시간17분, 해발793m, 현재시간 13시45분이다.
◎서봉 능선안부에서 서봉 찍고 다시 능선안부로
서봉위로 오르면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전시장이지만 능선안부도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곳이다.
능선안부의 랜드마크인 바위가 있다.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사람'人'자 형상으로 서로 받치고 있는데 가운데로 큰 구멍이 생겨 걸어서 지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석문 또는 통천문으로 부른다.
그리고 석문 주변은 강변의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모래밭이다.
<석문 주변은 모래사장이며 서봉을 오르는 길은 좌측입니다.>
주변 바위가 오랜 풍화작용으로 마사로 변하고 마사가 잘게 부서지며 모래사장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신기해 오고 가기를 반복하며 주변을 배회하다가 배낭을 세우고 인증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서봉 능선안부는 4거리로 동으로 울산바위 서봉이, 남으로는 가야할 황철봉 방향의 능선길이, 남으로는 외설악 계조암으로 내려서는 길이, 북으로는 말굽폭포와 폭포민박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울산바위 서봉은 비탐지역이지만 산행기를 접해보니 폭포민박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90%정도이며 여름철에는 폭포민박에서 올라 긴 시간을 서봉에서 보내고 다시 폭포민박으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안부에서 서봉까지는 가까운 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500m라고 적고 있지만 정확하게 250m이다.
그러나 오르는 길이 암릉 길로 긴장을 해야 하지만 그리 위험한 구간은 아니므로 조금만 신경 쓴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오르는 길에는 로프가 3곳 있는데 없어도 오를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 같이 강풍이 부는 날에는 안전을 위해 로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로프가 있다고 해도 1~2m짜리로 짧은 곳으로 조력자가 있다면 로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로프지대를 연속으로 지나고 너럭바위를 올라서면 장관이 펼쳐진다.
2시간 전에 올라섰던 울산바위 동봉 정상도 눈에 들어오는데 강풍 때문인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배낭을 내려놓고 장갑을 벗어 놓았는데 강풍에 날려 장갑이 바위틈으로 떨어져 가까스로 스틱으로 건져 올리긴 했지만 모자는 아무리 눌러써도 소용없으므로 일찌감치 배낭 고리에 묶었다.
서봉정상은 동봉 정상의 30~40배 정도 넓은데 강풍이 얼마나 심한지 큰 덩치가 바람에 밀리므로 벼랑 가까이에는 접근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있는 폭도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 너럭바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울산바위의 5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안전하게 5봉 정상 부근으로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너럭바위 바로 앞에는 민대머리 같이 보이는 바위는 방향을 바꾸어 반대편에서 보면 괴물을 닮았다고 사람들은 이 바위를 외계인바위라고 부른다.
울산바위 4봉 방향으로는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4봉의 높고 낮은 바위들은 아파트 숲은 층고가 다른 아프트의 형태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
너럭바위에서 4봉 방향으로 이동해서 가까운 곳에서 멋있는 풍경을 볼까 시도하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이내 너럭바위로 되돌아 왔는데 아마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람의 신인 제피로스가 오늘은 울산바위로 출장을 나왔나보다.
이곳의 풍경과 인증사진을 제대로 찍어 보려고 카메라 삼각대를 배낭에 넣고 왔는데 강풍으로 꺼내보지도, 꺼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인증사진은 한 장 남겨야 했으므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을 잡아 가까스로 딱 한 장 남길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서봉에서의 조망은 외설악과 속초시내, 고성벌판 등을 볼 수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하고 역광으로 먼 곳의 조망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강풍에 15분 정도 서봉에 머물다 이제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게 남았음을 생각하고 서봉을 내려선다.
안부로 내려서는 사면도 바람은 세게 불지만 서봉에비하면 이건 바람도 아니다.
<울산바위 서봉에서 내려설 채비를 하며 가야할 능선을 담습니다.>
<얼마나 추위에 떨었는지?, 손과 얼굴이 붉게 변했습니다.>
로프지대를 지나 안부로 내려서니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바람은 거의 없는데 제피로스의 발자국소리인지 천후산의 울음소리인지는 떠나지 않고 귀전을 맴돈다.
▷설악 한화콘도에서 서봉 찍고 다시 능선안부까지 산행거리9.40km, 산행시간5시간58분, 해발793m, 현재시간 14시25분이다.
◎서봉 능선안부에서 대간3거리 1075봉 구간
능선 안부로 다시 내려서며 울산바위 잔치는 모두 끝나고 이제는 또 다른 미지의 길로 발걸음을 이어가야 한다.
인(人)바위 석문을 한 번 돌아보고 우측 폭포민박으로 내려서는 길목에 색 바란 표지기를 보며 폭포민박으로 내려서는 길이 그리워지고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쉬운 길로 내려서기를 종용하지만 이곳에서 대간삼거리까지 지금이 아니면 능선을 걸을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곳곳에 잔설과 낙엽이 쌓여 길의 흔적마저 지운 능선을 오르니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먼지를 날린다.
<석문 앞 모래를 밟으며 한 바퀴를 더 돌고 석문을 떠납니다.>
<서봉 능선안부의 풍경입니다.>
죄인처럼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바람과 맞서며 7분 정도 오르니 무명봉인 811봉에 오르고 가야할 능선을 보니 한동안 떨어진 지점에 전망바위로 소개되는 암봉이 보인다.
날카로운 작은 돌들이 돌출된 811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무질서하게 우거진 졸참나무 능선으로 지나게 되며 능선길은 뚜렷한데 제피로스는 아직도 설악에 머물고 있는지 강풍의 여세는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삭풍을 휘감고 지나는 소리와 떠밀리지 않으려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지나는 싸움이 지속되다가 눈에서 불이 번쩍 튀어 올랐다.
졸참나무 삭쟁이가 이마를 찌른 것이다.
모자는 바람이 심해 벗어버렸고 등산복 모자를 고정시킨 상태였는데 모자가 없었더라면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는데 이후 이곳을 지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삭쟁이를 부러뜨리느라 한동안 씨름을 한다.
얼얼해진 이마를 문지르며 다시 바람과 맞서며 능선을 이어간다.
811봉을 내려서 13분이 지나 능선에 높게 솟은 암봉 앞으로 접근하며 어떻게 암봉을 지날까? 생각하며 접근하니 우측으로 우회하는 듯하다가 경사진 사면을 올라 능선으로 올라서니 832m암봉 정상이다.
서봉 능선안부를 떠난 지 25분이 지났고 811봉을 떠난 지 18분이 지나서다.
이곳 암봉에서는 조망이 아주 좋은데 바람이 너무 강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는데 우측으로는 20여m 벼랑으로 자칫하면 다시 세상을 보지 못할 수 있어 신경을 쓰며 바위에 밀착해 지나온 능선과 울산바위를 조망해 본다.
조망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등로로 되돌아와 능선을 이어가는데 등로 주변으로 바위들이 즐비했으며 경사는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한다.
능선에서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때로는 낙엽에 묻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길을 찾아가는 데는 큰 지장은 없다.
고도를 올리며 능선을 이어가면 고산에서 느끼는 고목이 어기저기 뒹굴고 있는 풍경이 목격되고 사면은 다래와 칡넝쿨이 우거졌다.
시간상으로는 한 낮인데 황철북봉에 해가 걸치니 꼭 해가 저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마음은 다급해지니 속도를 내 본다.
<암릉을 지나고.....>
<잔설이 남아 있는 능선 사면을 지나서.....>
<납작업드려 사정을 하면서 지나가다 보면......>
<앞에 1109봉 정상이 가까이 보입니다.>
그렇게 바람과 맞서며 능선을 오르기를 한동안 등로 우측으로 무명봉 정상이 보인다.
등로를 벗어나 무명봉 정상으로 방향을 바꾸자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너덜겅지대로 크게 분포하지는 않지만 400평 정도는 순수한 너덜겅지대며 북동으로는 절벽이 형성되어 있다.
너덜겅을 올라 정상에 서니 서봉 능선 안부를 떠난 지 1시간35분이 지난 16시였으며 스마트폰은 고도를 1109m를 나타낸다.
배낭을 내려놓고 인증사진을 찍어 보려고 노력해보지만 바람에 카메라가 떨어지면 훼손되거나 너덜겅 속으로 들어가면 불실할 수가 있으므로 결국 인증사진은 배낭을 놓고 찍어야 했다.
1109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지 않다.
사방으로 잡목이 많아서인데 북쪽으로는 나무사이로 상봉과 성인대를 볼 수 있으며동쪽으로는 나뭇가지 뒤로 울산바위가, 남쪽방향으로는 대청봉과 황철북봉이 보일 뿐 다른 조망은 없으며 자리를 옮기면 울산바위와 대명콘도, 환화콘도 그리고 속초시가지도 좀더 나은 조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추위다.
온도는 아주 낮은 편은 아니지만 바람이 심해 체감온도는 무척 낮게 느껴졌고 서둘러 1109봉을 내려서 등로로 복귀하는 10분 정도는 추위에 떨어야 했다.
1109봉을 내려서 서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신갈나무 곳곳에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이었음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었고 길과 표지기는 서쪽방향과 북쪽방향 모두 있다.
지리에 약한 산꾼들은 이럴 때 혼동하여 애를 먹는데 분명 대간산행을 할 때 서쪽 방향의 무명봉을 지났으므로 방향을 서쪽으로 잡고 이동한다.
<1109봉 주변에는 6.25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한 현장이었습니다.>
<1109봉을 떠난 지 10분이 지나 대간3거리에 도착합니다.>
길은 좁지만 뚜렷해 찾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을 느끼지 못하고 1109봉을 내려서 10분이 되어 대간3거리인 1075봉에 도착한다.
▷설악 한화콘도에서 1075봉 대간3거리까지 산행거리11.85km, 산행시간7시간50분, 해발1075m, 현재시간 16시15분이다.
◎1075봉 대간3거리에서 미시령 구간
대간3거리
이곳은 2번을 지난 곳이지만 주변의 상황은 거의 알 수가 없다.
처음이곳을 지난 것은 1992년경 미시령에서 저항령을 지나 설악동으로 내려섰을 때이고 또 다른 한번은 백두대간을 답사하며 미시령에서 마등령을 지나 오세암으로 하산할 때였는데 모두 이른 새벽 이곳을 지났는데 어둡기도 했고 자욱한 안개로 사방을 구분하기 힘들었던 분위기였다.
<대간3거리 주변 풍경입니다.>
산행기를 보아도 사진 한 두 장이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생소하기만 한 곳이었는데 오늘은 한낮에 1075봉에 와있다.
이제까지 지나온 길은 잔설이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는데 이곳의 잔설은 대간꾼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아 올해 눈이 내린 이후 누군가 지났다는 것이 함께 산행을 하는 것과 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산행기에 올린 사진을 보면 금줄이 있고 출입금지 팻말을 달아 놓고는 했었는데 현재는 금줄은 없으며 썩어 가는 나뭇가지에 기대놓은 위험팻말이 전부다.
주변에 잡목이 울창해 아늑할 것 같았는데 바람의 신은 잡목속까지 파고들어 강한 바람을 뿌린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으로 아직 해가 지려면 1시간정도가 남았지만 황철봉에 가려 해가진 초저녁 같은 분위기다.
배낭을 벗어 인증사진을 찍고 느긋하게 하산을 시작했고 미시령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이므로 마음으로 안정이 된 상태이므로 천둥번개가 친다고 해도 크게 위축될 일이 아니었다.
<미시령으로 가는 길 주변의 고사목과 능선 사면의 풍경입니다.>
옛날 기억을 떠 올리며 능선을 따라 내려서며 마주보이는 상봉을 보니 햇빛을 받아 밝았는데 이곳은 거센 바람에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였다.
고도를 낮추며 바람이 잦아드는가? 했는데 성난 바람은 잦아들지 모르고 더욱 거세게 불어대고 내려서는 미시령은 무슨 공사를 하려는 것인지 벌거벗은 산으로 바뀌었다.
오늘 산행 계획은 미시령으로 내려서는 시간을 보아 미시령에서 약4km 떨어진 성인대를 오를 것인지 결정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시간이 16시30분정도로 성인대를 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택시를 호출하기로 한다.
산행가이드북에 개인택시 1대와 회사택시 2곳의 전화를 기록했으므로 개인택시를 호출하기로 하고 통화를 하여 20분 뒤 미시령에서 만나기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선다.
한동안 내려서 철재 조형물과 나무기둥이 있는 곳까지 내려섰으니 이제 남은 거리는 200~300여m정도로 거의 다 내려섰다.
나무기둥 옆 우측으로는 대간꾼들이 다니는 샛길이 보였는데 아무생각 없이 능선으로 가며 생각해 보니 미시령에는 국공직원이 있을 수도 있고 높은 철망을 설치하여 도로로 내려서기 곤란하다는 생각이 떠올라 빽으로 나무기둥 옆으로 난 샛길로 들어선다.
길이 있지만 잡목이 무성해 얼굴과 온몸을 잡고 늘어지니 손과 스틱으로 잡목을 헤치며 막판에 고생을 하며 내려선다.
차도로 내려서려는데 전화가 울린다.
호출한 택시 기사가 미시령으로 올라서며 하산을 완료했는지 묻는 전화가 온 것인데 하산하는 시간과 택시가 미시령으로 올라서는 시간이 함께 딱 맞아 떨어졌다.
한달만에 나서며 발목 걱정에 신경을 썼는데 아무런 말썽과 문제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되었으니 발목과 무릎에 감사하고 이것저것 신경 쓴 머리도 고맙다.
택시와 만나 스틱정리를 하는 사이 택시기사는 국공직원에게라도 적발될까 빨리 타라 재촉하고, 추위에 떨며 긴 시간 산행을 하다가 택시 안으로 들어서니 피로가 몰려오고 나도 모르게 살며시 눈을 감으니 택시는 구불거리는 미시령길을 따라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설악 한화콘도에서 미시령까지 산행거리13.43km, 산행시간8시간30분, 현재시간 16시5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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