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산행기

설악산, 용아장성 산행이야기

범솥말 2024. 4. 30. 21:36

설악산 용아장성 등정기

 

산행일시: 2007907

누구와: 한백산악회회원과 함께

산행거리: 약0

산행시간: 시간0 분

산행코스:용대리-백담계곡-수렴동대피소들머리-개구멍바위-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주차장

설악산을 찾은 횟수도 많았고 산행한 코스도 다양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명소를 가지 못한 곳이 있으니 대청봉에서 화채능선을 거쳐 화채봉, 칠성봉을 지나 토왕성폭포로 이어지는 코스와 수렴동대피소에서 봉정암 사리탑으로 이어지는 용아장성이 대표적인 곳이다.

 

용아장성!

용의 이빨처럼 하늘을 치솟은 암봉들이 만리장성과 같이 긴 성곽같이 이루고 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은 설악산의 비법정등산로 중 한 곳으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곳 중의 한곳이나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는 것은 신이 빚은 예술작품 중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히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대간을 함께한 한백산악회에서 특별산행으로 용아장성 등정이라는 특별 이벤트를 발표하자 일찌감치 마감되었는데 나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산행신청을 하여 산행하는 행운을 잡았지만 나중에 신청한 회원은 버스가 만차되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회원이 다수였다.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2시반이 넘어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고 간단한 장비점검을 마치고 백담사계곡의 포장된 길을 따라 조용히 대열을 만들며 올랐다.

백담사가 가까워지면서 회장은 인기척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백담사를 지나 수렴동으로 들어서는 곳에 지킴이가 있으면 그곳에서 기다렸다가 입산 허용시간이 되어야 입산을 할 수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와 있지 않는다며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다.

이른 새벽임에도 백담사에서는 예불을 드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왔고 우리 일행은 조용히 어둠속에서 출입문으로 다가섰는데 다행히 지킴이가 없어 입산을 할 수 있었다.

지루한 수렴동 계곡을 지루한지도 모르게 앞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계속 올라 영시암을 지나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는데 수렴동 대피소에서 숙박을 한 사람들은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도 일찍 산을 오를 심산이었나 보다.

회장은 수렴동대피소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선두에서 숲속으로 들어서면 선두를 따라 기척 없이 재빠르게 뒤를 이어 숲속으로 잠입하라는 당부를 한다.

회장이 당부한대로 우리 일행은 전원이 무사하게 숲속으로 잠입하였는데 그렇게 우리 일행은 범법에 성공하였는데 범법이 성립되는 것은 용아장성 코스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비개방등산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어둠속에 불빛이 오세암의 위치다>

<오세암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뒤로 공룡능선이다.>

사방이 어두워 지형지물을 분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회장은 안전사고라도 날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행을 안내한다. 우리가 오르는 용아장성 좌측으로는 어둠속에서 불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오세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오르는 동안 여명속에 시야가 조금씩 확보되고 용아장성 능선 좌측의 공룡능선의 장엄한 모습과 아직도 안개에 쌓여 있는 구곡담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직도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일부는 안개속에 일부는 어둠속에 숨기고 있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함께 산행하는 회원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얼마정도 지나갔을까?

정체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개구멍바위 전에 있는 뜀바위에 도착했는데 안전을 위해 뜀바위를 아래로 내려서 우회한다고 하는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회장의 지시에 의해 앞에서 가면 뒤에서는 쫓아갈 뿐이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 개구멍바위에 도착했다.>

<위2장의 사진은 개구멍바위를 통과하는 모습으로 청백산악회에서 퍼왔음>

뜀바위를 우회하여 커다란 바위앞에 도착해 한동안 시간을 보냈는데 이곳이 유명한 개구멍바위로 회장과 대장들이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구간에 로프를 설치하고 배낭을 받아 옮기며 한사람씩 위험지대를 통과 시키느라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었다.

개구멍바위를 지나면 동판으로 된 영령 위로비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을 지나다 목숨을 잃은 산악인의 혼을 달래기 위한 비인 것 같다.

여명이 지나가고 난 설악의 아침은 신선하기만 했는데 좌측으로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공룡능선과 우측으로는 깊은 계곡 아래 작게 보이는 구곡담의 담들이 여름 장마에 큰 상처를 입고 시체가 되어 아무렇게나 버려진 대형 나무들의 무자비한 방문으로 면이 깎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주변의 비경과 함께 천성으로 타고난 아름다움이야 어디 가겠는가? 구곡담계곡을 건너 우측으로 귀떼기청봉의 장엄함이 또한 일품이다.

보면 볼수록 신기 묘묘한 바위를 넘으면 또 다른 형상의 바위 군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열병을 하듯 나타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3장의 사진 절경은 청백산악회에서 퍼왔음>

설익은 과일처럼 제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단풍이 한 달 정도 있으면 자연의 요새와 같은 비경과 함께 더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열수 있을 것인데 아직은 좀 이른 감이 들기는 하지만 간간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잎들도 있다.

<용아장성의 비경>

계속 이어지는 비경에 취해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지연되고 가다말고 뒤돌아보는 풍경도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봉정암이 가까워지고 높은 암벽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은데 축구협회 원로인 함흥철 선생이 이곳에서 추락사 했다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대장의 말이다.

무사히 암벽을 넘어서니 가까이에 봉정암이 있다.

봉정암으로 다가가니 설악산 대청봉을 처음 가던 날이 떠오른다.

4월초파일이어서 힘들게 봉정암에 올라섰는데 당연히 줄 것으로 알았던 점심도 주지 않고 마당 한 구석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겠다는 청 마져 묵살시킨 적이 있어 불자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설악산 봉정암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 기도하는 불자들과 진신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석탑 >

봉정암은 적멸보궁 암자로 법당을 휑하니 둘러보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석탑으로 이동하니 여러 명의 불자들이 기도에 한창이다.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석탑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일행들 가운데 일부는 구곡담계곡으로 하산하고 나는 몇몇과 함께 가야동 계곡을 거쳐 오세암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봉정암 뒤 암벽과 석탑 중간에 나 있는 경사진 심한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 오세암으로 향한다.

봉정암과 오세암을 잇는 중간 계곡이 가야동 계곡이라 하는데 가야동 계곡은 희운각 아래쪽으로 서북쪽으로 소청봉과 봉정암, 그리고 용아장성의 능선을 기준으로 삼고 동쪽으로는 신선대로부터 마등령을 잇는 공룡능선을 기준으로 삼늠 능선과 능선의 계곡으로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면 설악의 단풍 진면목을 감상 할 수 있는 최고의 요지이다.

간간이 단풍이 물들어 있으나 아직은 제철이 아니므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는 없었지만 오염되지 않은 계곡을 몇몇의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롭게 걷다보니 오세암에 도착한다.

오세암 경내를 돌아보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하느라 부산을 떨고 야단을 치며 내리던 소낙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 그치고 다시 영시암으로 발길을 돌려 한참 후에 영시암에 도착했지만 영시암에서 부터 백담사로 이어지는 길고도 지루한 길을 걸으며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백담사 까지만 가면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까지 편하게 내려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백담사에 도착하니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위해 겹겹으로 줄을 섰는데 버스를 타기까지는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일부는 걸어서 내려가고 일부는 대열에 합류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기진맥진한 상태라 2시간을 기다려 버스로 용대리로 이동하면서 용아장성의 등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위 용아장성 능선 운해 사진은 청백산악회에서 모셔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