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100산산행기

치악산국립공원, 상원사 이야기

범솥말 2025. 5. 13. 14:16

꿩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에 오르다.

 

답사일 :2016718

누구와 : 나 홀로

답사경위 : 남대봉~매봉산 연계산행을 위한 남대봉을 접근하며

안개가 자욱한 일주문을 들어서니 좌측 암벽은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뿌연 안개로 제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안개를 헤치고 들어서니 급경사를 이룬 지형에 따라 계단식으로 터를 조성한 상원사가 모습을 나타냈고 계단을 오르면 좌측 종무소가 있고 정면으로 심검당이 있고 다시 우측으로 계단을 오르면 넓은 대지에 좌측으로 대웅전이 있고 우측으로는 보고 싶었던 범종각이 있으며 범종각과 대웅전 사이에는 동서 양쪽으로 3층석탑이 있습니다.

이 석탑은 상원사 창건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종각은 수 십 길 낭떠러지기 위에 세워졌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 듯 날렵한 추녀마루는 살짝 들린 채 서 있고 그 안에 범종이 안치되어 있는데 아쉬운 점은 범종각안에 기대했던 불전사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상원사는

상원사는 해발 1084m(스마트폰은1080m)에 위치한 사찰로 1450m의 지리산 법계사, 1244m의 설악산 봉정암에 이어 남한에서는 3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라고 합니다.

상원사의 창건은 무학대사라는 설과 무착대사라는 설이 있으며 이후 나옹대사가 중창하였으나 한국전쟁 때 모두 전소된 것을 1968년 중건한 후 1988년 대웅전과 범종각 그리고 일주문을 신축하였다고 합니다.

상원사는 사찰로서 유명세를 탔다고 보다는 꿩의 전설이 전해지는 범종으로 유명세를 탄 사찰입니다.

상원사에 대한 꿩 전설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필자는 이 전설은 초등학교 아마도 4학년쯤 처음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은혜를 보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구렁이와 선비 그리고 은혜에 대한 꿩의 보답을 말씀하셨는데...... 전설을 간추려보면 이러합니다.

어느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산길을 가던 중 큰 구렁이가 꿩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이 선비는 봇짐에서 활을 꺼내 구렁이를 쏘아 죽이고 꿩을 살려준다.

이후 길을 가던 선비는 날이 저물어 유숙할 곳을 찾던 중 산중 외딴집을 발견하고 그 집으로 찾아간다.

혼자 사는 여인이라 외간 남자를 재워줄 수 없다고 거절하자 선비는 집주인에게 사정하여 하루 밤을 지내게 된다.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던 선비는 자다가 답답함을 느껴 잠에서 깨니 구렁이가 몸을 칭칭 감고 있었으며 구렁이가 말합니다.

네가 낮에 활로 쏜 구렁이가 내 남편이다. 자정이 되어 산중 상원사 종소리가 3번을 울리면 내 남편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종이 울리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니 내 남편이 죽었다면 너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선비는 죽었다는 심정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자정이 되길 기다렸는데 자정이 되자 2번의 종이 울리고 한참을 지난 뒤 작은 종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감고 있던 구렁이는 죽은 줄 알았던 남편 구렁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선비를 풀어주고 사라졌다.

동이 트자 선비는 상원사로 올라가 보니 종루아래 낮에 살려준 꿩이 머리가 깨진 채죽어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선비는 낮에 살려준 꿩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선비에세 은혜를 갚았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들려준 선생님은 은혜와 보답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또 다른 이면에는 약육강생이라는 동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인간이 동물의 세계에 개입한 것입니다.

그 업보로 어차피 죽을 꿩은 죽었고 살아야했을 구렁이는 죽고 선비는 시간낭비와 목숨을 잃을 뻔 했으니 우둔하기 짝이 없는 선비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꿩의 전설로 가을이면 온 산을 단풍이 붉게 물들인다 하여 적악산이라고 부르던 산 이름을 꿩()자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니 잘 된 건지 잘 못 된 건지 모를 일입니다.

무학대사가 상원사를 찾았다가 꿩의 보은을 듣고 지었다는 구룡사 사적기(九龍寺 事蹟記)에는 이런 한 시가 있다고 합니다.

사몰치악양선공(蛇沒雉岳兩鮮空) 뱀이 죽은 치악산 맑은 하늘로

대소반음사경중(大小盤音四更中) 크고 작은 종소리 한밤중에 울려

치사양원반소선(雉蛇兩寃半宵鮮) 꿩과 뱀의 두 원한 말끔히 풀렸으니

정지무착보수종(正知無着報酬鐘) 비로소 무착스님 보은의 뜻 알았네.

상원사를 오를 때 자욱했던 안개는 10분 사이에 거의 다 겉치고 사찰의 건물들이 제 모습을 보입니다.

대웅전 뒤로 굴삭기가 동원되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요사채도 새로 지었으며 예전에 심우당이라고 불리던 건물도 새로 지은 것 같았으며 현판도 심우당(尋牛堂)이 아닌 심검당(尋劒堂)으로 바뀌었습니다.

 

너무나 알려진 상원사이기에 기대가 너무 컸는지 조금은 실망스럽게 일주문을 나선다.

상원사는 안개에 묻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일주문 앞에서 상원사로 들어섭니다.

치악산 상원사라는 일주문 현판은 구당 여원구의 글씨라고 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으로 오르면 정면에

심검당이 보이며 심검당 앞 거북이 뿜고 있는 물은 약수라고 하여 또 물을 마십니다.

일주문에서 들어 온 길로 지세를 따라 담장도 반 원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신검당 마당에서 우측으로 계단을 오르면

중간에 동서로 삼층석탑이 마주보고 있고 우측으로 유명한 상원사 범종각이 있으며

범종각안에는 범종이 있고 범종 중앙에는 치악산 상원사라고 우리말로 요각되어 있습니다.

범종각을 마주보고 대웅전이 있으며

대웅전 뒤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또 다른 건축물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안개가 덜 걷힌 요사채를 배경으로 삼층석탑에서 인증사진을 찍습니다.

상원사에서 최고 유명한 범종각을 배경으로도 한 장을 담아봅니다.

필자가 상원사에 머문 시간은 약10~15분인데

그 사이 빠르게 안개가 사라지고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상원사를 떠나야 합니다.

조금전 상원사를 들어설 때는 이곳에서 범종각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선명하게 보이며 계단식 대지와 벼랑을 이룬 용바위 용바위 위에 날렵한 자세로 자리 잡고 있는 범종각, 그리고 외롭게 보이는 전나무 한그루가 꿩과 구렁이의 애처로움을 나타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